우리은행의 글로벌 전략은 손태승 행장이 일일이 챙기고 있다. 손 행장에게 해외 영업은 손바닥 보듯 훤한 전공 분야나 다름없다. 그는 작년 12월 행장 취임에 앞서 글로벌 사업본부장과 글로벌 부문장을 거치며 3년여간 해외 진출을 진두지휘했다. 이 기간 우리은행 해외 점포 수는 64개(17개국)에서 301개(25개국)로 5배 가까이로 늘었다. 총자산은 2014년 147억달러(약 15조7000억원)에서 작년 215억달러(약 23조원)로 46%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수익은 2억8200만달러(약 3000억원)에서 4억900만달러(약 4400억원)로 45% 증가했다. 올해 5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해외 부문 수익 비중은 전체 수익의 10%가량을 차지한다. 손 행장은 올해 해외 자산과 영업수익을 각각 249억달러(약 26조원), 5억1000만달러(약 5500억원)로 늘릴 계획이다.
손 행장은 글로벌 총괄 시절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 합병(2014년 12월), 필리핀 저축은행 웰스뱅크 인수(2016년 10월), 베트남 현지법인 신설(2017년 1월) 등을 추진했다. 베트남의 경우, 외국계 은행의 현지법인 설립에 부정적이어서 한국 정부와 삼성·LG그룹의 설득에도 수년간 문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손 행장은 글로벌 사업본부장이 된 후 베트남 중앙은행과 감독 당국을 수차례 방문하고, 베트남 경제부총리가 한국에 왔을 때 면담을 추진하며 의지를 보였다. 결국 베트남 정부는 2016년 10월 우리은행의 법인 설립 요청을 받아들였다. 손 행장이 글로벌 협상에서 여러 번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현지인과의 원활한 의사소통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행장은 지난달 투자자 대상 해외 기업설명회(IR)에서도 통역 없이 영어로 발표했다.
손 행장이 동남아를 글로벌 진출의 핵심 거점으로 삼은 이유는 경제성장률이 높고,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률이 좋은 데다 한국에서 가깝고 문화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아 현지 직원 관리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임재호 연구위원은 "NIM이 국내에서는 1%대에 그치지만, 동남아는 4~5%가량 된다"며 "동남아 주요국의 경우, 연간 GDP 성장률이 6~7%나 되는데, 은행 산업은 이 수치의 2~3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지 은행 대비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과 자금 조달 능력, IT 수준 등이 우수하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점도 손 행장이 동남아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