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 사는 게 소원이었는디 아버지가 사주셨어유. 농촌에서는 거의 뭐 벤츠 정도 되지유. 인자 지 꿈은 농사를 지금보다 더 많이 지어서 대농(大農)이 되는 거예유."
지난해 TV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진 '중딩 농부' 한태웅(15)군이 지난달부터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 속 한 장면.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에 살고 있는 중학생 태웅군의 능청스럽고도 '애어른' 같은 말에 시청자들이 환호했다. 그가 올리는 영상은 적게는 3만7000회, 많게는 19만회의 재생 수를 기록한다. 새로 산 트랙터를 '애마'라며 몰고 와 한참 퇴비를 옮기더니 내뱉는 말이 프로 농사꾼이다. "지금은 여기가 밭인데 논으로 만들거예유. 흙으로 둑을 만들고 나라시(ならし·평평하게 한다는 뜻의 일본말) 작업을 하면 논이 되는 거쥬." 한군은 이달 말 tvN 농사 예능 '풀 뜯어 먹는 소리'에 고정 출연하기로 했다.
'농방(농사 방송)'이 뜨고 있다. 한 해 귀농한 인구가 5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귀촌에 관심을 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농촌 생활을 미리 엿볼 수 있어 인기다. 지난해 2월부터 '버라이어티 파머'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청년 농부 오창언(23)씨는 "농촌에 관심을 보이는 도시 주민들이 크게 늘면서 농촌 얘기를 담는 방송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업고등학교와 농수산대를 졸업한 전문 농업인 오씨가 올리는 영상은 모종 뿌리는 법부터 인디언 감자 수확하는 영상, 계곡 물소리 등 다양하다. 서울에서 충남 부여로 귀농한 부부가 농촌의 일상을 시시콜콜 전하는 '서울 부부의 귀촌일기'는 누적 재생 수가 220만을 넘겼다.
'농사 직방'도 있다. 경북대 농대에서 만난 3명의 청년 농부 강영수(39), 서종효(31), 유경호(28)씨는 조선시대 농사 지침서 '농사직설'을 트렌드에 맞게 방송으로 대체하겠다며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대구에서 5000평 규모의 농장을 함께 운영하는 이들은 "농업을 재밌게 알려주는 B급 농업 예능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3분 농법'으로 간단하게 농사짓는 법을 소개하는가 하면 호미, 옥수수 탈립기, 탈곡기 등 농기구 리뷰도 한다. 가장 인기를 끈 영상은 '옥상에 비닐하우스 만들기'. 유씨는 "귀농에 관심 있는 도시인이 제일 먼저 시도하는 단계가 옥상에 비닐하우스 짓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