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6.14 13:21

밤과 새벽 사이에 깼다. 무척 오랜만이다. 조금씩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는 요즈음, 이제 이도 적응이 되었는지 세상 무게로 느껴진다. 어젠 지방 선거가 있었다. 여느 때는 승부를 보는 긴장감으로 숫자들의 춤 솜씨를 감상했지만, 참 싱거워 재미가 없었다. 엊그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최고지도자 등 양측 실권자가 첫 회담이라는 큰 뉴스가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맞다. 일찍 깬 까닭이다. 

작년부터 한반도에 큰 흐름이 생겼다. 그만큼 큰 생동감이 우리 생활에 영향을 줄 것이다. 내 것이 옳았다는 말을 서로 하며 새로운 꿈의 큰 탄생에 큰 웃음을 지어도 좋을 것이다. 또, 내 것이 옳았다는 말을 바꾸어야 하는 것 또한 맞다. 지난 것이란 반드시 옳았다가 틀려진다는 세상 이치를 다시 확인하는 일, 이도 또한 크게 웃어도 괜찮을 것이다.

새벽 어스름이 눈으로, 코로, 또 귀로 스민다. 이제 밤이 아니다. 짧은 글 몇 자들이 그림자로 남아 고맙다는 말을 한다. 밤이 새벽에게 하는 말이다. 물론 나를 통해서 한다. 점점 또렷해지는 집이며 자동차 소리, 또 상큼한 새벽 향이 살짝 웃음을 띠게 한다. 이러한 날이 나에게도 생기다니, 이러한 새로움을 반기는 시간, 와, 나도 참 멋지다는 단어도 적어본다.

아내가 일어나 물을 마시다가 배꼼 문틈으로 본 듯. 아내도 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축하를 해준다. 평소 잠 많이 자라던 말 대신,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분명 새로운 시간을 글자를 적는 것을 아내도 좋아하는 것이리라. 최근 아내의 새로운 자격에 도전하는데, 이를 보는 일도 한편 안타깝고 걱정이 되지만, 그러나 자신이 새 목적을 가지고 세상 일부를 내 것으로 만들겠다니, 이 얼마나 다른 멋이요 맛일는지. 이에 또 맑은 웃음이 새어 나온다.
조선DB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허리도 삐걱거려 보고. 시원하게 들리는 뜨끔 소리들. 저도 모르게 생기는 시원한 웃음을 입을 다시며 맛본다. 이렇듯, 기능이 조금씩 떨어지는 몸 변화가 감지되는 일에도 세상사 보는 것처럼 웃음을 지어야 하리라. 떨어지는 몸만큼이나 마음도 밑바닥에 떨어져 통통거리며 떼굴떼굴한다. 웃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세상맛이 무척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이러저러하니, 조금은 더 사는 맛을 다르게 말하고 싶어진다. 그만큼 세월의 다양한 맛을 봤으니 하는 것 때문은 아니다. 그동안 몇 번 해왔던, 기왕이면 맛볼 수 있는 것은 다 보며 살아야 한다는 것도 이유가 아니다. 이젠, 아직 숨 쉬고 있는 몸과 마음을 또 느끼고 싶기 때문이리라. 단지, 지금이란 다른 시간에 느끼는 내가 있기 때문일 것, 후후, 진짜 나란 실체가 있긴 있나 보다.

어쩌면 말이다, 맞아, 이런 즐거움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냥 즐거움이란 이런 시간이 지나가는데, 내가 슬쩍 올라탔다는 것. 아니, 누구나 저마다 즐거움을 만들어 손으로 주물럭거리는 시간을 만들곤 한다는 것. 그래서 내가 아니더라도 즐거움은 만들어지고, 또 그래서 괜히 으쓱거려 즐거움이니 어떠니 하는 생각이라니. 좀 억지 같은데, 어쩌면 나 스스로 만든 순간일 것이라는 생각이라니!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들린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싶어진다. 물 마시고 와서 계속 글자를 이어갈까 하다 그냥 침 한 모금 삼키고 버텨본다. 이런 꼭두새벽에 맛보는 침, 참 좋다. 아, 그랬다. 침 한 모금이 이렇게 나를 즐겁게 하다니, 나에겐 무척 큰 즐거움이다. 그래, 이 즐거움처럼, 이 세상 처음 만들어지는 즐거움이라며, 한반도에서는, 아니 이 지구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다투는 일이 없기를 바라본다. 

그래서, 다투지 않으려고, 사람들은 선거하고 회담을 하고, 잠에 들고 밥을 먹고 하나 보다. 언제 생길지 모르는 내 즐거운 소리를 맛보기 위해서 말이다. 계속 사람은 바뀔 것이다. 즐거운 나를 끊임없이 맛보기 위해 서로 일들을 벌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뭐 더 특별하지도 않은 나 자신을 위해 나만의 특별한 시간을 마련해 보는 것이었다.

이제 새벽에서 아침으로 그 특별함이 넘어간다. 그래, 나만의 특별한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지금 보는 세상은 참 아름답다. 새벽 소나기도 무척 시원하다. 다른 세상에선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라는 비의 소리다, 하, 이런 날이 네게 또 생길까. 꼭 한 번 일어나는 나의 아름다운 지금이. 그래, 하하, 이젠 또 생겨나도 아니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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