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각) 독일 검찰이 폴크스바겐그룹 영업 최고책임자이자 계열사인 아우디 회장인 루퍼트 스타들러의 집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뮌헨 검찰은 그를 "배출가스 조작과 사기·거짓 광고 혐의의 용의자"로 지목했다. 2010년부터 회장을 맡아온 그는 아우디가 폴크스바겐그룹 차량에 공급한 '유로6'(유럽의 최신 디젤차 규제) 엔진의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알고도 판매를 지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른바 '요소수 조작 게이트'로 디젤게이트 2탄이 본격화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2015년 디젤게이트로 1100만대의 차를 리콜하고 30조원을 배상했다. 당시 배상은 유럽의 과거 디젤차 규제인 '유로5' 아래 생산된 차량이 중심이었다. 최근 수사는 한층 강화된 규제인 '유로6' 차량에 집중되고 있다.
유로5 차량에는 질소산화물을 물리적으로 줄이는 장치(EGR)를 장착했다. 유로6 차량에는 질소산화물을 화학적으로 줄이는 장치(SCR)가 도입됐는데, 이 장치의 핵심 물질이 요소수다. 요소수는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분해해 오염물질을 줄여준다. 그런데 이 요소수가 시험 주행 때만 정상 분사되고, 실제 주행에선 분사량을 줄이는 조작이 있었다는 것이다. 연비를 위해 요소수 탱크 크기를 줄였고, 요소수를 자주 채워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분사량을 조작한 것이다.
최근 미국과 독일 당국은 고위층 간여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다. 수사는 작년 8월 폴크스바겐 열역학팀장인 지오바니 파미오가 독일 검찰에 구속되면서 급진전됐다. 이탈리아 국적인 파미오는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독일 정부가 받아들일 것을 우려해 28쪽의 방어 진술을 했는데, 여기에서 요소수 조작 관련 최고위층 연루 사실을 폭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폴크스바겐그룹 기술책임자인 볼프강 하츠가 독일에서 구속됐고, 그를 오른팔로 뒀던 마틴 빈터콘 전 폴크스바겐 회장이 지난달 미국에서 기소됐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작년 5월 미국 소비자들이 낸 집단소송에서 요소수 조작과 관련된 8만대에 대해 환불·리콜과 함께 8500~1만7000달러를 추가로 주기로 합의했다. 작년 7월엔 아우디가 엔진을 제공한 85만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요소수 조작은 폴크스바겐뿐 아니라 다임러그룹 등 다른 독일차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 연방교통부는 지난 11일 메르세데스-벤츠 77만4000대에 대해 요소수 조작을 적발해 리콜 명령을 내렸다. 한편 우리 환경부는 요소수 조작과 관련한 적극적인 조사를 벌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