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요소수 조작해 유해가스 배출량 속인 車, 국내 판매분 조사"] 벤츠·아우디·포르쉐·폴크스바겐 2015년 이후 팔린 차량이 대상
환경부가 요소수(尿素水)를 조작한 '제2차 디젤게이트'에 대한 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14일 "최근 독일 연방자동차청(KBA)이 독일차 업체의 '요소수 조작'을 적발해 리콜 명령을 내리고 있다"며 "해당 차량이 한국에도 판매된 사실을 확인해 현황을 확인 중이며, 조작 여부를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가 수입자동차협회 통계를 분석한 결과, 현재 국내에는 3만여 대의 '요소수 조작' 차량이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독일 정부가 문제 삼은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4기통 엔진이 들어간 C 200d, C 220d, GLC 220d 차종과 아우디 6기통·8기통 엔진이 들어간 A6·A7 TDI 등이다. '유로6'(유럽의 최신 디젤차 규제)를 통과한 경유차들이다. 이에 따라 2015년 이후 국내 판매된 벤츠 2만여 대, 아우디 7000대, 포르쉐 2000대, 폴크스바겐 500대 정도가 요소수 조작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정부의 조사가 계속 진행 중이어서 추가로 적발될 수도 있다.
독일 정부에 따르면, 요소수 조작은 '유로6' 차에 장착돼 질소산화물 배출을 감소시키는 장치(SCR)의 핵심 물질인 요소수를 시험 주행 때만 정상 분사시키고 실제로 차가 팔려서 도로를 주행할 때는 적게 분사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2015년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를 물리적으로 줄이는 장치(EGR)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된 디젤게이트에 이은 '제2차 디젤게이트'인 셈이다.
지난해 독일 당국은 메르세데스 벤츠·폴크스바겐·아우디·포르쉐·BMW가 트렁크 공간을 넓히고 연비를 높이기 위해 요소수 탱크를 일정 크기로 줄이기로 담합한 것을 적발했다. 이후 요소수를 자주 분사하면 연비가 떨어지고 자주 채워 넣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기기 때문에 분사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조작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요소수 수사가 본격화되자 작년 7월 폴크스바겐그룹 차량에 문제의 엔진을 공급한 아우디는 85만대의 차량을 리콜하기로 했고, 독일 자동차청은 최근 수십만 대의 아우디·포르쉐·메르세데스-벤츠의 유로6 차량에 대한 리콜 명령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5년 (디젤게이트) 당시와 마찬가지로 임의 차량을 선정해 배기가스 조작 여부 실험을 거쳐 문제가 발견되면 과징금·리콜 등의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폴크스바겐은 2015년 디젤게이트 사태와 관련, 독일에서 10억유로(약 1조270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독일에서 기업에 부과된 벌금으로는 역대 최대다. 13일(현지 시각)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검찰은 "2007~2015년 불법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배출가스가 조작된 EA288과 EA189 엔진이 탑재된 차량 총 1070만대가 유럽·미국·캐나다 등 전 세계에 유통됐다"며 폴크스바겐에 감독 의무 위반 벌금을 부과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성명을 내고 "디젤차 위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항소하지 않고 벌금을 내겠다"고 밝혔다.
☞요소수(尿素水)
연료와 별도로 디젤 차량에 사용하는 촉매제로 주로 암모니아(NH3) 수용액을 사용한다. 전용 분사 장치를 통해 뿌려진 요소수가 배출가스의 질소산화물(NOx)을 인체에 무해한 물과 질소로 바꾼다. 요소수가 제대로 분사되지 않으면 그만큼 유해 배출가스가 많이 배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