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6.14 22:42

0.25%P 올려… 하반기 두차례 더
이자 상승, 대출 연체자 늘어날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3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연 1.50 ~ 1.75%에서 연 1.75~2.00%로 0.25%포인트 또 올렸다. 올 들어 두 번째 금리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2% 시대를 맞았다.

연준은 또 올해 두 번 더 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이 예고대로 연내에 금리를 두 번 더 올리면, 미국 기준금리는 연 2.5%까지 오르게 된다. 한국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1.5%)으로 유지할 경우,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3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3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미국 경제는 강하고, 노동시장도 강하고, 성장도 강하다”고 말해, 향후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UPI 연합뉴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국내 시장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여,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한국 경제로선 대형 악재에 직면하게 됐다. 한은이 곧장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미국 시장 금리 상승→글로벌 금융시장을 통한 한국 시장 금리 상승' 순으로 여파가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취약 계층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연체자가 늘면 국내 금융시장도 불안에 빠질 수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1.8% 급락한 것은 투자자들의 이런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이다.

대출 취약 계층 부담 커질 듯

국내 시장 금리는 2016년 하반기부터 미국 금리 상승세와 함께 꾸준히 올랐다. 은행권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2016년 9월 저점(연 1.31%)을 기록한 뒤 올해 4월에는 연 1.82%까지 뛰었다. 코픽스(COFIX·자금 조달 비용 지수)는 은행이 자금을 모을 때 든 비용(금리)을 평균적으로 산출한 것이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도 작년 초엔 연 2% 안팎이었지만, 최근엔 2.6~2.8%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은은 시장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가 연간 약 9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취약 계층에게 금리 인상은 큰 부담이 된다. 실제로 최근 시장 금리가 오르자 저소득층이 주로 찾는 제2 금융권의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각각 4.9%, 1.4%로 작년 말보다 0.4%포인트, 0.3%포인트씩 상승했다.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로 자본 유출 우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0.25%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확대됐다. 보통 투자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4일 "한두 번 금리 인상으로 자본 유출이 촉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난달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과거 2006년 5∼7월 한·미 기준금리가 1%포인트 역전됐을 때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은 월평균 2조7000억원가량 이탈했다.

14일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8% 하락한 2423.48로 장을 마감했다.
美금리 인하 여파 코스피 하락 - 14일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8% 하락한 2423.48로 장을 마감했다. 13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두 번째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여파다. /뉴시스
미국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강(强)달러 현상으로 신흥국에서 대거 자금이 빠져나가는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미국 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2%, 터키 리라화는 1.2%쯤 급락했다. 달러 가치 상승은 신흥국의 달러 부채 상환 부담을 높이기 때문에 연쇄 디폴트(채무 상환 불이행)가 발생할 수 있다.

◇증시 단기 조정이 매수 적기일 수도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만큼 재테크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고정금리 대출을 받는 게 유리하다. 다만, 만기 3년 이내의 단기 대출은 변동금리 상품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변동금리 상품은 고정금리 상품보다 금리가 1%포인트가량 낮다는 점을 감안한 선택이다. 달러 강세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달러 투자를 권하는 전문가도 많다. 달러 예금 등 달러를 직접 매수하는 것을 비롯해 달러 지수연계증권(ELS)이나 달러 채권, 미국 금리 연동 펀드인 '뱅크론펀드'(미국에서 BBB- 미만 신용등급을 받은 기업의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등을 추천한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은 곧 주식 등 위험 자산의 약세로 이어진다"는 투자 상식을 뒤집어 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미국이 강력한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낸 이유가 미국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기초체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장은 "금리 인상으로 증시가 단기 조정을 받는 지금이 오히려 주식 매수 적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조선닷컴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