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6.19 03:07

1분기 역대 최고 판매… 너도나도 ELS, 알고는 하십니까

한때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 받다 홍콩H지수 폭락 사태로 '미운 오리'가 됐던 ELS(Equity Linked Securities·주가연계증권)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액이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ELS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ELS를 비롯한 파생결합증권 발행 금액이 31조7000억원에 달했다. 파생결합증권에는 특정 주식이나 주가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원유나 금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ELS와 DLS의 원금 보장형 상품인 ELB·DLB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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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이 중 ELS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금융 상품이다. 올 1분기에 발행된 ELS는 23조4000억원(ELB 포함)으로 전체 파생결합증권 발행액의 74%에 달한다. ELS는 기초자산이 미리 정해놓은 범위에 머물면, 약정된 수익(보통 연 4~8% 수준)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지난 12일 모집을 시작한 A 증권사의 3년 만기 ELS 상품은 코스피200, 홍콩 H지수, 유로스톡스(EUROSTOXX)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데,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최초 기준 가격(현재 지수)에서 52%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투자 금액의 17.4%(연 5.8%)를 수익으로 안겨준다.

◇ELS 인기 되살아난 이유는?

뚝 떨어진 파생결합증권 수익률

은행 예금 이율이 2%가 채 안 되는 상황에서 2~3배에 이르는 수익을 제시하는 ELS는 매우 매력적이다. 이 때문에 2015년 ELS를 비롯한 파생결합증권은 100조원이 넘게 발행됐다. 하지만 2015년 5월 1만5000선에 육박하던 홍콩 H지수가 급락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2016년 2월 7500선까지 떨어져 '반 토막'이 났다.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고, 이후 ELS는 투자자의 외면을 받으면서 2016년 ELS 발행액이 78조원으로 급감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분기 발행액이 27조6000억원으로 늘더니, 작년엔 111조원가량의 파생결합증권이 발행됐다. 홍콩 H지수의 회복 덕에 다수 ELS가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며 환매됐고, 이 돈이 다시 ELS 재투자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홍콩 H지수가 폭락한 이후 금융위원회가 상환되는 ELS 투자금의 90%까지만 새로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했는데, 지난해 말 이 규제가 풀린 것도 ELS 투자 확대를 이끈 또 다른 요인이다.

ELS가 내세우는 목표 수익률이 올라가면서 새로운 투자자가 유입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균 삼성증권 이사는 "ELS 목표 수익률이 5% 선까지 내려갔다가 최근 8% 넘는 상품이 등장하면서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새로 ELS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ELS 판매에 목매는 은행들

ELS 등의 판매가 늘면서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특정 지수가 폭락하면 원금이 반 토막 날 수도 있는 ELS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수익만을 강조해서 파는 경우가 많다"면서 "예금이나 적금 등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고객이 많은 은행에서 ELS가 많이 팔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분기 은행을 통해 판매된 ELS는 10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52.6%였다. 올해 1분기 은행을 통해 판매된 ELS가 13조7000억원으로 늘었고, 비중도 58.4%로 늘었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ELS를 팔면 은행은 1%가량의 수수료 수입을 얻는다"면서 "조기 상환될 경우 고객이 ELS에 재투자하는 경우도 많아 수수료 수입을 계속 얻을 수 있기 때문에 ELS를 권유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수수료가 높고 환율 변동 리스크에 노출될 경우 실질 수익률은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 1분기 상환된 ELS의 연 환산 수익률은 3.6%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4.5%에 비해 0.9%포인트나 줄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화 발행 ELS 등에서 환율 하락으로 환차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익에 눈이 멀어 투자자 보호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최근 출시되는 ELS는 홍콩 H지수를 비롯해 해외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사실상 해외투자를 하는 셈인데, 투자자들은 여러 가지 위험성을 간과한 채 '설마 반 토막 나겠어'라는 생각으로 도박에 가까운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LS(Equity Linked Securities 주가연계증권)

특정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가 일정 기간 동안 미리 정해 놓은 범위에 있으면 약정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 금융 상품이다. 홍콩H지수 등 2~3개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형 ELS'가 다수인데, 보통 이들 지수가 투자 기간에 50%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4~8%씩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 이상 떨어지면 원금이 손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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