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6.18 23:25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

"지난 10년간 1조2000억원 이상을 신약 개발에 쏟아부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내년 미국 시장에서 잭팟(jackpot·거액의 상금)을 터뜨릴 것입니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지난 14일 서울 방이동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년 유방암 환자의 면역결핍증을 치료하는 '롤론티스'가 미국 시장에서 신약 허가를 받고 출시된다"며 "앞으로는 매년 하나씩 한미약품의 신약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2015년 글로벌 제약사들에 6조원대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일약 한국 제약업계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에 출시된 신약이 없어 계약에만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권 사장은 "그동안의 기술수출이 이제부터 결실을 맺기 시작할 것"이라며 "최근 국제학회에서 잇따라 치료 효과를 인정받으면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신약 잇따라 대기 중

한미약품은 2012년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에 롤론티스를 기술수출했다. 이 약은 암 환자의 백혈구가 감소하면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혈액 질환을 치료한다. 현재는 미국 암젠의 신약이 약 5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롤론티스가 미국 유방암 환자 대상의 마지막 임상시험에서 암젠의 신약에 뒤지지 않는 약효를 입증한 만큼 기존 시장의 40%만 확보해도 한미약품은 로열티 수입으로 매년 2000억원 이상을 벌 수 있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지난 14일 서울 방이동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년부터 매년 하나씩 한미약품의 신약이 미국 시장에서 허가를 받고 출시될 전망”이라며 “한미약품이 한국 제약 산업의 글로벌화에 선발대가 되겠다”고 말했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지난 14일 서울 방이동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년부터 매년 하나씩 한미약품의 신약이 미국 시장에서 허가를 받고 출시될 전망”이라며 “한미약품이 한국 제약 산업의 글로벌화에 선발대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한미약품의 글로벌 신약 2호 후보는 말기 폐암 치료제인 '포지오티닙'이다. 역시 스펙트럼에 2015년 기술수출했다. 권 사장은 "포지오티닙은 올 4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암학회에서 치료제가 없는 말기 폐암 환자에서 획기적 약효를 입증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며 "2020년 미국 시장 출시가 목표"라고 말했다. 포지오티닙은 경쟁약이 없어 바로 3조원대 규모의 새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어 사노피·릴리 등에 수출한 당뇨 치료제, 면역질환 치료제 등도 속속 시장에 선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 덕분이다. 한미는 R&D 투자 규모나 매출 대비 비율에서 단연 국내 1위이다. 지난해 9166억원의 매출 중 18.6%인 1707억원을 R&D에 투자했다. 권세창 대표는 "국내 제약시장은 세계 시장의 2%에 불과해 생존을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매출 90%가 자체 개발 약품

하지만 한미약품은 기술수출이 가시화되기 직전인 2014년까지는 "무리한 R&D 투자로 회사가 넘어가기 직전"이라는 소문에 시달렸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신약의 시장 진입 일정이 글로벌 제약사보다 한발 늦어지는 바람에 개발을 중단하는 시련도 겪었다. 회사 안팎에서 신약 개발에 대한 회의론이 나왔지만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은 "R&D 없는 제약사는 죽은 기업"이라며 오히려 신약개발 투자를 더 늘렸다. 권세창 사장은 "신약 개발은 10여 년의 장기 프로젝트이면서도 출시 일정을 두고 하루 단위로 경쟁하는 분야임을 실감했다"며 "경쟁사보다 하루라도 더 빨리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임상시험용 약품을 개발할 생산시설에도 동시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현재 비만·당뇨 치료제 등 7개의 바이오 신약과 12개의 항암 신약, 3개의 희소 질환 치료 신약 등 총 25개의 신약 후보 물질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또 현재 전문의약품 매출의 90%를 자체 개발한 약품으로 올리고 있다. 권 사장은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2000년대 중반부터 회사의 성장과 신약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했다"며 "경쟁사들이 외국 약품을 들여와 팔거나 복제약을 개발할 때 기존 신약의 효능이나 복용법을 개선한 개량신약을 만들고 개량신약으로 번 돈을 R&D에 재투자했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한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미래 성장동력입니다. R&D에서 생산·허가·특허·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한미약품이 한국 제약산업의 글로벌화를 이끄는 선발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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