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면서도 기능적인 북유럽 디자인이 수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 핀란드 브랜드 '이딸라'는 식기 시장에서 유행을 이끈다. 2015년 한국에 진출한 뒤 이듬해 밥그릇·국그릇 같은 한국형 식기를 출시했다. 일본에서는 30년 전 진출한 뒤로도 없었던 일이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남다르다.
지난주 처음 한국을 찾은 투이야 알토―세탈라 이딸라 디자인센터장은 "동아시아에서 한국·중국·일본의 문화가 서로 다르듯, 스칸디나비아 디자인도 나라별로 특징이 다르다"며 "그중 핀란드 디자인은 매우 정적이며 민주적인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왕정이 강했던 덴마크나 스웨덴에 비해 핀란드는 약소국이었고 계층적 문화가 덜했어요. 그 때문에 소수를 위한 것보다는 모두가 일상에서 쓸 수 있는 겸손한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다소 투박한 디자인에 'i 로고'가 붙은 제품에 한국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알토―세탈라씨는 '스칸디나비아에 대한 동경'을 들었다. "물론 디자인이 예뻐서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한국 브랜드도 품질이 훌륭하며 디자인적 강점이 있습니다." 그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복지나 교육 등 제도, 자연환경 등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들의 제품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고 본다"며 "핀란드 식기를 쓰며 그에 담긴 핀란드의 이야기와 감성을 함께 접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식 상차림에 맞게 식기를 내놓는 법을 제안했다.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으며 나물 등이 담긴 찬그릇들을 보고 떠올렸다고 했다. "밥이나 국, 반찬들을 흰색 식기 위주로 차리고, 몇몇 반찬은 삼각형 같은 특이한 모양이나 색깔 있는 접시에 담아 포인트를 주면 재밌을 겁니다."
그는 2004년 이딸라가 보유한 오래된 제품을 핀란드 디자인 박물관에 기증하는 일을 추진했다. 알바 알토, 카이 프랑크, 타피오 비르칼라 등이 디자인한 접시나 물병이 핀란드 디자인을 대표할 만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딸라 디자인센터에도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최근 헬싱키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 한 달 100명을 넘었고, 지난해 가을에는 한국인 가이드를 고용했다.
알토―세탈라씨는 지금 새로운 디자이너와 함께 올겨울 내놓을 제품을 작업 중이다. 디자이너 이름과 제품 종류를 묻자 그는 "비밀"이라며 웃었다. "힌트를 드리자면 이번에는 같은 컬렉션 내에서 여러 소재를 사용하는 실험을 할 계획입니다. 6년 만에 내놓는 새로운 컬렉션인 만큼 한국 소비자들 마음에도 쏙 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