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퀘스천|프랭크 윌첵 지음|박병철 옮김|흐름출판|552쪽|2만5000원
피타고라스는 현악기에서 줄의 길이가 간단한 정수비 또는 정수의 제곱비를 이뤘을 때 가장 듣기 좋은 화음(和音)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았다. 직각삼각형 세 변 길이의 관계에 대한 '피타고라스의 정의' 못지않게 유명한 규칙이지만, 인류는 2500년이 넘도록 왜 이런 현에서 나는 소리를 인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규명하지 못했다. 신(神)의 섭리가 숨어 있는 것일까.
숫자로 환원되는 물리 세계의 법칙들은 곳곳에 존재한다. 전기력과 자기력은 거리가 2배 멀어지면 작용하는 힘은 4분의 1 약해지고, 3배로 벌어지면 9분의 1 크기로 약해진다. 이것도 제곱비 관계다. 대칭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플라톤은 모든 물질이 원자로 이뤄졌고,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에는 대칭이 반영되어 있다고 믿었다. 현대에 등장한 전자현미경은 바이러스의 표면 구조부터 탄소 원자들이 모여 2차원 평면을 이룬 그래핀까지 곳곳에 대칭이 숨어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MIT 교수이자 200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저자에 따르면 피타고라스나 플라톤, 뉴턴은 모두 자연에 숨은 법칙을 찾다가 순수한 아름다움에 매혹된 사람들이다. 자연은 조화와 균형 속에서 절묘한 비율로 존재하고, 조금의 낭비도 없는 대칭으로 최대 효과를 낸다. 그렇기에, 자연의 일부인 우리 역시 아름답기 그지없는 존재이다. 은하적 스케일에서 원자 수준까지 저자의 설명을 듣다 보면 황홀해질 정도다. 세계 최고 권위자의 해설인 만큼, 무조건 외우기만 했던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 시간보다는 훨씬 자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