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감옥 가게 생겼어요."
충북 충주의 한 식품 회사에 다니는 최혜은(48)씨에겐 중증 자폐증을 앓는 아들이 있다. 아들 치료를 위해 남편과 맞벌이를 한다. 부부가 일하는 동안 장애인센터에서 소개받은 '중증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집에서 아들을 돌본다.
활동지원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9시간 동안 아들 곁을 지킨다. 한눈을 팔면 집을 뛰쳐나가거나 자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7월 1일부터는 활동지원사에게 휴식 시간을 줘야 한다. 아들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어기면 고용주가 징역이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7월 1일부터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포함한 사회복지 분야 근로자에게 휴식 시간이 의무화됐다. 4시간 근무하면 30분, 8시간 이상일 경우 1시간 이상 휴식 시간을 줘야 한다. 위반한 고용주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문제는 활동지원사의 업무 특성상 장애인을 혼자 두고 쉴 수 없다는 점이다. 법을 지키려면 활동지원사를 한 명 더 고용하든가 활동지원사가 쉴 때 최씨가 집에 돌아와 아들을 돌봐야 한다. 최씨는 "정부와 국회가 장애인 가족의 현실을 전혀 모르고 법을 만들었다"라고 했다.
바뀐 근로기준법 때문에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고용한 전국 7만여 장애인 가족에 비상이 걸렸다. 활동지원사를 2명 고용하라는 정부의 말에 장애인 가족들은 "지금도 활동지원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일부 활동지원사는 "당분간 휴식 시간 없이 일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장애인 가족들은 "휴식 시간을 못 줘 활동지원사들에게도 미안하고, 우리는 범법자가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강복희(60)씨는 딸이 뇌병변을 앓고 있다. 딸 혼자 거동할 수 없어 활동지원사를 고용 중이다. 강씨는 "휴식 시간을 줘야 한다는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활동지원사와 딸이 외출했다가 근무 시작 4시간 후엔 딸 혼자 길에 세워 놓으란 이야기냐"고 말했다. 중증 장애인의 경우 활동지원사가 잠시 한눈을 팔아도 사망할 수 있다는 게 가족들 이야기다.
활동지원사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법대로 하면 장애인이 위험해지고 '현실'에 맞추려면 휴식 시간에도 일을 해야 한다. 활동지원사는 근무 여부를 신고하는 단말기를 들고 다니는데 '휴식' 버튼을 누르고 일하면 수당은 못 받는다. 활동지원사 김상현(64)씨는 "휴식 시간 보장은 오히려 우리가 무급으로 일하라는 것"이라며 "정부가 물건 만드는 공장에 적합한 법을 사람을 돌보는 사회복지 분야까지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