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이 자주 마렵거나(빈뇨), 소변을 참지 못 해 찔끔 새거나(요실금),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는(야간뇨) 등 배뇨(排尿) 관련 증상은 중장년이 흔히 겪는문제다. 이렇게 정상적으로 소변을 보지 못하는 상태를 배뇨장애라고 한다. 배뇨장애는 나이 들수록 심해지는 편이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비뇨의학과 고광진 교수는 "40세 이상 성인 10명 중 7명이 배뇨장애 증상을 경험한다는 보고가 있다"며 "이들 중 병원을 찾는 환자는 고작 14% 수준"이라고 말했다. 배뇨장애는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지고, 치료를 시작해도 효과가 떨어진다.
◇"배뇨장애 있어도 14%만 병원 찾아"
배뇨장애를 방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간호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배뇨장애의 한 종류인 요실금이 있을 때 의학적인 치료를 받는다고 답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위생관리에 힘쓴다"고 답했고, "기저귀를 착용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빈뇨나 요실금 같은 배뇨장애를 겪어도 제대로 된 병원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이 많다.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기지 말고 원인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김지아 객원기자
배뇨장애가 심하게 나타날 때만 병원을 찾았다가 증상이 조금 나아지면 자의적으로 약을 끊는 사례도 많다. 배뇨장애의 또 다른 종류인 과민성방광을 예로 들면, 전체 환자의 65%가 재발해서 다시 치료를 받는다(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조사).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이규성 교수는 "과민성방광 치료제인 항콜린제의 경우 잘 듣는 사람은 3일만 먹어도 증상이 낫기 때문에 임의로 약을 끊는 환자가 많다"며 "하지만 3~6개월은 꾸준히 복용해야 재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면, 이전 용량으로는 치료 효과가 나지 않아 약을 증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땐 부작용으로 입이 마르거나 변비를 겪을 위험이 커진다.
◇원인 다양… 맞는 치료법 찾아야
과민성방광뿐 아니라 대부분 배뇨장애는 적절히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크게 호전된다. 적절한 치료에 앞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원인에 따라 치료법도 차이가 크다.
▷전립선비대증=남성은 전립선비대증이 가장 큰 원인이다. 나이 들수록 남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지만, 전립선의 경우 남성호르몬을 활성화시키는 5-알파환원효소 농도가 증가한다. 이로 인해 남성호르몬 수용체가 증가하고 전립선이 비대해진다. 비대해진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하고, 방광의 소변 저장 능력을 떨어뜨려 빈뇨·절박뇨·잔뇨감을 유발한다. 전립선비대증을 치료하면 배뇨장애 증상도 줄어든다. 알파차단제·안드로겐억제제 등의 약물로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으며, 드물게 수술이 필요할 때도 있다.
▷과민성방광=나이 들어 배뇨 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건강한 성인은 방광에 300~500㎖의 소변을 저장한다. 원래는 방광에 소변이 거의 다 차야 배뇨 신경 스위치가 켜지고 방광이 수축하지만, 신경 기능이 떨어지면 방광이 제멋대로 수축한다. 절박성 요실금 대부분은 이런 과민성방광이 원인이다. 과민성방광 환자는 소변을 참는 연습을 하면 증상이 개선된다. 고광진 교수는 "이 연습을 하면 방광의 용적이 넓어지고 소변을 참는 힘이 생긴다"며 "그러나 뇌졸중·척수손상으로 방광에 문제가 생긴 경우 무리하게 소변을 참으면 오히려 콩팥이 망가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치료법은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변 참는 연습과 함께, 부교감신경의 작용을 억제하는 항콜린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방광의 민감도가 감소한다.
▷출산·노화=여성의 경우 출산이 배뇨장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정상적인 방광과 요도는 골반근육에 의해 지탱된다. 배에 압력이 가해져도 요실금이 없다. 그러나 출산에 의해 골반이 이완되고, 나이 들어 골반의 근육까지 약해지면 방광·요도가 아래로 처진다. 이로 인해 복압성 요실금이 생긴다. 이밖에도 폐경, 비만, 골반 부위 수술을 한 경우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땐 '케겔(Kegel) 운동'으로 알려진 골반저근 강화 훈련이 도움이 된다. 치료 약은 없으며, 증상이 심하면 인체에 무해한 테이프를 삽입해 요도·방광을 들어올리고 고정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세균 감염=여성은 세균 감염에 의한 배뇨장애도 흔하다. 남성보다 요도의 길이가 짧고 항문과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요도를 통해 세균이 방광에 침입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세균성 방광염의 원인균을 살펴보면 80% 이상이 대장균이다. 나머지 포도상구균·간균 감염의 경우 성교 과정에서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주명수 교수는 "여성의 경우 세균이 많은 항문과 세균이 잘 자라는 질 입구가 요도와 가까워 감염이 잦다"며 "대소변을 본 뒤 뒤에서 앞으로 닦는 습관이 있다면 더 쉽게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항생제 치료로 세균을 없애면 증상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