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6.27 01:51

세종시 주상복합 건물 참사… 지하주차장 가연성 자재가 불 키워

중앙 정부부처가 내려와 행정도시로 건설 중인 세종시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 화재가 난 아파트는 외부에서 가스, 난방, 조명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시스템이 적용됐고, 태양광을 전력으로 쓰는 등 첨단 건물로 설계됐다. 주민을 위한 시설은 최신식이었으나, 공사 인부를 위한 장치는 미비했다. 신축 중인 건물이라 소방 시설이 전혀 없었다. 스티로폼 등 유독가스를 내뿜는 가연성 건축 자재가 많아 인명 피해가 컸다.

장마 시작인데 이런 큰불이… -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돼 전국에 비가 내렸지만 세종시에서는 불이 났다. 26일 오후 세종시 새롬동 신도심에 있는 한 주상복합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이날 화재로 3명이 사망했고 3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장마 시작인데 이런 큰불이… -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돼 전국에 비가 내렸지만 세종시에서는 불이 났다. 26일 오후 세종시 새롬동 신도심에 있는 한 주상복합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이날 화재로 3명이 사망했고 3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26일 세종시 새롬동 트리쉐이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장(2-2생활권 H1블록) 7동 지하에서 불이 나 작업 중이던 근로자 정모(53)씨 등 3명이 사망했다. 현장에서는 근로자 160여 명이 작업 중이었다. 이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37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본부에 따르면 불은 이날 오후 1시 10분쯤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시작됐다. 119 신고자에 따르면 공사 현장에서 '펑'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고 한다. 목격자들은 "10여 차례 폭발음이 들렸으며 그때마다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다"고 했다.

고립된 근로자들 구조 - 26일 오후 불이 난 세종시 새롬동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근로자가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 사다리차에 오르려 하고 있다.
고립된 근로자들 구조 - 26일 오후 불이 난 세종시 새롬동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근로자가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 사다리차에 오르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가 내리고 흐린 탓에 연기가 쉽게 퍼지지 않고 도심에 자욱하게 깔렸다. 화재 현장에서 300m 떨어진 곳까지 열기가 느껴졌다고 한다. 보관 중이던 단열재가 타면서 유독가스를 내뿜어 인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불이 나자 소방 당국은 소방차와 헬기 등 49대와 인력 194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큰불은 5시간 30여 분 만에 잡혔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소방관 한 명이 맨홀에 추락하는 등 3명의 소방관이 부상을 입었다. 미처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한 인부들이 고층으로 대피하면서 사다리차와 헬기가 동원돼 구조 작업이 이뤄졌다.

입주 전 건물이라 공사하던 근로자 이외 일반인 피해는 없었다. 세종소방본부 관계자는 "구조대가 일일이 들어가 실종자를 찾고 있다"며 "유독가스가 계속 뿜어져 나오고 내부 온도가 뜨거워 구조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 건물의 시행·시공을 맡은 업체는 충남 부여에 본사를 둔 부원건설이다. 시공사에 따르면 이 건물은 외부 골조 공사를 마치고 내장 공사를 하던 중이었다. 지하2층, 지상 24층 규모로 오는 12월 386세대가 입주할 예정이었다. 불이 시작된 지하주차장에선 인부들이 바닥 코팅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들이 칠하던 페인트에는 가연성 물질인 에폭시 수지가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인부들은 "현장 주변에는 다른 가연성 단열재도 많았다"고 했다. 지하주차장에는 쌓여있던 목재 가구와 PVC(폴리염화비닐) 재질의 자재 등이 불을 키웠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화재 당일 공사장에는 인부 169명이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소방 관계자는 "건설사 측이 확인한 인원과 구조·사망자 인원이 맞지 않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모든 건물을 수색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명 피해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공사 현장 관계자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자세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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