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등 외화자산에 투자하는 일반인들은 일본에선 '와타나베 부인', 한국에선 '김씨 부인', 유럽에선 '소피아 부인'으로 불린다. 이들은 일반 투자자들이지만 개미 군단을 이뤄 글로벌 외환 시장에 '큰손'으로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 최근 달러 가치가 들썩이면서 현명한 김씨 부인이 되는 방법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가 올 들어 두 차례(3월·6월) 인상되면서 달러의 몸값은 오르고 있다. 지난 2월 중순 88.6까지 떨어졌던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 지수)는 4개월 만인 지난 20일 95.1로 7% 이상 상승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추가로 2차례, 내년 3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달러 가치가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달러와 달러 표시 금융상품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이때 일시에 목돈을 투자하기보다는 장기 환율 추세를 보면서 소액으로 나눠 투자하는 게 좋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편 대부분 달러 투자 상품들은 환차손에 노출돼 있어 만기나 투자금 상환 때 환율 변동엔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기러기 아빠는 달러 분할 환전해 예금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가족을 둔 기러기 아빠들은 유동성과 안정성이 중요하다. 이 경우 달러 가치가 비싸지기 전에 여러 차례에 걸쳐 사뒀다가 달러 통장에 예금하는 전략을 쓸 만하다. 달러 예금은 은행에 달러 계좌를 열고 원화로 입금하면 입금 시점 환율로 환전이 돼서 해당 계좌에 달러로 입금된다. 이때 환율은 현찰 매매보다 1%포인트 정도 싸게 적용받을 수 있다. 달러 자유예금은 이자가 거의 없지만 달러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은 금리가 연 2% 안팎이다. 이자와 환차익이란 '두 마리 토끼'를 노릴 수 있는 것이다. 만기 때 환율 상승(달러 강세)으로 얻는 환차익은 비과세되고 금융종합소득 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자에 대해 15.4% 이자소득세만 내면 된다. 5000만원까지 원리금 보호도 된다.
달러환매조건부채권(RP)은 쉽게 말해 투자자가 증권사에 돈을 빌려주고 나중에 원리금을 되돌려 받는 상품이다. 투자자는 증권사에 돈을 빌려주면서 채권을 받고 일정 기간(일반적으로 1주일~1년) 후에 채권을 증권사에 되돌려 주면서 동시에 원리금을 받는다. 금리는 연 1% 중반에서 2% 초반 수준이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해 유동성이 좋고, 단기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환차익은 비과세되지만 이자에 대한 세금(15.4%)과 달러 환전 수수료는 부과된다. 달러 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니다.
한편 가족을 만나러 해외로 나가는 경우엔 달러 현찰이 필요할 수 있다. 현찰을 매입할 때 적용되는 환율은 달러 예금 등 다른 금융상품을 활용할 때와 비교해서 1%포인트 가까이 높다. 기준환율인 매매기준율 대비 현찰매매율은 ±2% 정도인 반면, 달러 예금에 적용되는 전신환매매율은 ±1% 정도다. 따라서 현찰 매매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법은 비효율적이다. 환전 금액에 제한은 없지만 연간 1만달러 이상 현찰로 환전할 경우 국세청에 자동 통보된다.
◇젊은 직장인들은 달러 파생상품으로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달러 파생상품을 노려볼 만하다. 달러 선물(先物)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달러 선물 지수에 연동돼 수익이 나오도록 설계됐다. 일반 펀드와 달리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다. 환매(해지) 수수료는 없다. 달러 가치가 떨어져 지수가 하락하면 돈을 버는 인버스 전략과 달러 변동폭의 일정 배율만큼 벌 수 있는 레버리지 전략 등 다양한 투자 전략도 쓸 수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삼성KODEX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상장지수', '미래에셋TIGER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상장지수'(이상 연 7.7%),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상장지수'(연 7.1%)가 연초 이후 7%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다.
다만 인버스·레버리지 전략은 손실의 위험도 커지므로 투자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주식처럼 쉽게 거래가 가능하지만 매매차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고, 연 0.4% 정도의 운용보수도 내야 한다.
달러 주가연계증권(ELS)도 요즘 연 8%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내세우고 눈길을 끈다. 미국 S&P500지수나 홍콩 항셍지수(HSCEI) 등 주가지수나 글로벌 기업의 주가와 같은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시점 대비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목표 수익률을 주는 방식이다. 만기 전이라도 조건이 만족되면 중도에 자동으로 상환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환헤지(위험 회피)를 하지 않고 원화 환율 상승(달러 강세)으로 인한 환차익까지 가져가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상품은 반대로 환차손으로 원금을 까먹을 수 있는 위험도 동반한다. 어떤 달러ELS 상품이 6개월 조기 상환으로 연3.25%의 수익이 났으나 환차손으로 7%의 손실이 나면 결국 총수익률은 마이너스 3.75%가 되는 식이다.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있다. 다만 펀드는 ETF보다 수수료가 비싸고 매매에 수일이 걸리는 점이 단점이다. 원금 손실도 생길 수 있다. 저(低)신용등급의 미국 기업이 발행하는 대출 채권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뱅크론(Bank Loan) 펀드'의 경우 2016년 10%가 넘는 수익률로 인기를 끌었다.
뱅크론의 수익 구조는 리보(LIBOR· 런던 은행간 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산출하므로 금리 인상기에 유리하다. 그러나 최근 프랭클린템플턴투신이 운용하는 뱅크론 펀드에 포함된 채권이 부도 나면서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노후를 걱정하는 부장님은 달러 보험
5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하는 경우라면 달러 저축보험도 가입할 만하다. 달러로 보험료를 내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달러로 보험금을 받는 구조다. 보험료를 낼 때보다 보험금을 받을 때 환율이 높으면 환차익을 볼 수 있다. 상품에 따라 연 2~3%의 이율이 적용돼 달러 예금보다 금리가 높다. 이기우 KEB하나은행 이촌동골드클럽 센터장은 "달러 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원금 1억원 한도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도 있어 장기 투자자에게 유리하다"며 "물론 원화 환율이 하락할 경우엔 원화 환산 때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