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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작가, 10년 만의 컴백… 출판계가 마법에 걸렸다

입력 : 2018.06.27 01:02

소설 200만 부 판매 기록한 이영도, 최신작 '오버 더 초이스' 출간
야채 뱀파이어·인간 변신 호랑이 등 인류와 식물의 마법적 대결 그려

판타지 소설가 이영도(46)는 이름 자체로 하나의 이벤트다. 10년 만의 컴백 소식에 출판계는 들썩였고, 지난 3월 신작 장편 '오버 더 초이스'가 온라인 연재를 시작하면서 독자의 오랜 기다림이 해갈됐다. 최근 연재를 끝내고 책으로 묶어낸 그는 "10년을 돌아보니 스스로 딱할 정도로 변화가 없어 어쩐지 죄송하다"고 했다. 경남 마산의 집을 소굴 삼아 작업하는 이 작가는 대화가 익숙지 않다는 이유로 이메일 인터뷰를 요구했다.

―'그림자 자국' 이후 10년 만이다.

"10년 내내 꾸준히 키보드를 두드리진 않았다. 이 소설은 탈고까지 3개월 정도 걸렸다. 결과물이야 언제나 그렇듯 '네 재주에 이 정도나 했구나?' 싶은 부분도 희박하게 있고 '그래, 이게 네 재주구나…' 싶은 부분도 풍성하게 있다. 전체적으론 불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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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독자 사인회 참석을 위해 말끔하게 면도하고 나타난 이영도. “예전엔 제품 사용설명서를 즐겨 읽었으나 요즘엔 다국어로 된 설명서의 한글 부분이 너무 조그마해 내키지 않게 됐다”고 했다. /황금가지

1997년 PC통신 하이텔에 '드래곤 라자'를 연재했고, 이듬해 출간된 이 대표작은 한국·중국·일본에서 20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글을 쓰지 않고 그저 키보드로 두드릴 뿐"이라며 필자 대신 타자(打者)를 자처하는 이 인터넷 1세대 작가는 '눈물을 마시는 새' 등을 펴내며 한국 판타지의 차원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요즘 소셜미디어에는 호기심을 느끼질 못하겠다. 별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카카오톡도 사용하지 않는다.

삐딱하면서 엉뚱한 재기와 문장력은 여전하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식물'에 주목했다. 식물왕의 추대를 앞두고 전 세계 식물들이 각성하면서, 인류 몰살의 위협과 동시에 '불'의 포기를 요구한다. 대신 자연사를 제외한 모든 죽음에 대한 부활을 약속하고, 인류는 갈등에 휩싸인다.

―왜 식물인가?

"그 소재를 두드리면 재밌을 것 같았다. 조지 오웰은 '나는 대중을 선동하려 글을 쓴다'고 고백했다지만 나는 그분이 동시에 본인의 재미를 추구했을 거라고 믿는다." 이영도는 현재 과수농사를 짓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소설처럼 죽은 뒤 살아날 수 있다면?

"글쎄, 일단 폭음부터 시작할 것 같다."

황당무계한 취담처럼 소설은 활달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검(劍)을 재배할 수 있는 야채 뱀파이어, 인간이나 오크로 변신할 수 있는 호랑이, 공간을 제어하는 난쟁이 마법사처럼 별별 종족이 등장해 초자연과 마법의 환상 세계를 펼쳐놓는다.

―왜 판타지 장르에 끌렸나?

"소설 '모비딕'의 주인공 이스마엘이 상선 대신 포경선을 타겠다고 결정한 것과 비슷한 이유 아닐까."

―현실 도피는 아닌가?

"조지 오웰이 창조한 '1984'의 세계가 과연 현실보다 나았을까? 현실보다 나은 게 필요해서 미국 작가 러브크래프트가 그 무시무시한 세계를 만들었을까? 아닐 것이다. 현실을 망각하고 싶다면 술을 마시는 편이 훨씬 낫다. 세계를 만드는 건 어떤 면에서 등장인물을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작가에게 왜 등장인물을 그런 식으로 만들었느냐 묻는다면 대부분 '이야기를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야기를 위해 주로 뭘 하나?

"그냥 읽고 키보드를 두드릴 뿐이다. 축구 선수가 공 잘 차도록 하는 게 훈련 말고 또 있겠나? 글쟁이도 다를 게 없다. 물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쓴 마거릿 미첼을 언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딱 한 편 썼는데 그게 대작이라면 '노력은 별로 안 중요한 게 아닐까' 의문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 작품이 완성판인지는 모르는 것이다. 다음이 없으니까. 그리고 내가 아는 한 그런 작가들은 그 작품을 쓰기 전에 이미 많은 훈련을 했다."

그러니 그는 마산의 주택에 칩거하며 계속 자신의 판타지를 총동원해 쓰고 또 쓸 뿐이다. "채워지지 않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으면 처음 글을 쓸 때와 같은 기분이다. 목표도 같다. 그 빈 화면을 채우며 재미를 느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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