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델핀 미누이 지음|임영신 옮김|더숲
244쪽|1만4000원
한 달 600여 차례 폭격이 쏟아진다. 정부군 봉쇄로 식량과 의약품을 받을 수도 없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남서쪽으로 7㎞ 떨어진 인구 25만명 도시 다라야는 원래 청포도로 유명한 평화로운 고장이었다. 2011년 3월 내전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35만명이 죽고 1000만명에 이르는 난민이 발생했다. 세습 독재자 알 아사드 대통령은 내전 발발 직후 다라야를 봉쇄했다. 반군 거점이란 이유였다. '집이 많은 곳'이란 뜻의 도시 다라야는 폐허가 됐다. 대다수 주민이 탈출해 1만2000명만이 남았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도서관 사진
사진 한 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 중동 전문기자 델핀 미누이는 2015년 10월 '시리아 사람들(Humans of Syria)'이란 페이스북에서 비현실적인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책이 빼곡히 꽂혀 있는 책장이 벽면에 가득한 곳에서 젊은 청년 둘이 책을 들여다보는 모습이었다. 다라야에 있는 지하 도서관이라 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죽음의 땅에서 책을 읽는다니! 페이스북과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 등을 통해 현지 젊은이와 어렵사리 연락이 닿았다.
도서관을 만든 주역은 스물세 살 아흐마드. 다마스쿠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청년이다. 친구들과 함께 아사드 정권에 항거해 무기를 들었다. 폭격이 이어지던 2013년 어느 날 동료들이 그를 불렀다. 폐허 더미에서 다량의 책을 찾았다고 했다. 처음엔 코웃음을 쳤다. 사람도 살리기 어려운 형편에 책을 구한다고? 마지못해 현장에 갔다. 지역 학교 교장 집이었다. 건물 잔해 사이에 책 더미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폐허 속에서 1만5000권 도서관 만들다
그런데 놀라웠다. 아흐마드는 평소 책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었다. 건물 잔해 밑에서 무심히 책 한 권 집어 몇 쪽을 읽는데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내용에 감동한 때문이 아니다. 책을 읽는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해방의 전율이었다. 지옥 같은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 미지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기쁨이었다. 이후 한 달간 책 1만5000권을 '구조'했다. 널빤지를 모아 책장을 만들고 건물 지하에 도서관을 만들었다. 수집한 책에는 소유주로 추정되는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언젠가 평화가 오면 돌려주리라 기약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