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D-3] 本紙, 로펌 3곳에 알쏭달쏭 10가지 사례 의뢰해보니
- 광장·화우·율촌… 로펌들 다른 해석
술·저녁 먹으며 부서 회의하면 "근무시간 맞다" "아니다" 엇갈려
'본부장 지시로 주말 북한산으로 단합대회를 갔다왔다. 강제는 아니었지만 불참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 '주말 거래처와 골프를 쳤는데 비용은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이런 경우 근로시간일까, 아니면 단순한 친목 도모 자리일까. 접대에 법인카드를 사용하면 회사가 암묵적으로 근로 지시를 한 것일까.
근로시간을 1주에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이 다음 달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된다. 정부가 연말까지 형사처벌 유예를 밝혔지만 기업들은 근로시간 산정을 두고 여전히 혼란스러워한다. 실제로 법무법인 3곳(광장·화우·율촌)의 노동전담팀에 기업 현장에서 헷갈려하는 상황 10개를 전달하고 "근로시간인지 판단해달라"고 문의해보니,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특정 사안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거나 로펌마다 다른 결론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로펌들은 "구체적인 케이스마다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 간 사전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약회사 영업부 B 상무는 C·D 과장을 데리고 거래처 저녁 접대를 했다
고용부는 ‘사용자 지시 또는 승인’이 있는 경우 저녁 접대도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 사안에 대한 로펌 의견은 엇갈린다. 광장은 “B상무는 회사 지시나 승인이 없었던 만큼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C·D과장은 사용자 지위인 상무 지시로 참석했으니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율촌은 임원인 B 상무를 근로자로 판단한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반면 화우는 “회사 지시나 사후 보고가 없었던 만큼 근로시간 인정은 어렵다”고 했다. 다만 “C·D과장은 인사평가 권한을 가진 상사로부터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는 게 인정된다면 근로시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상사 중동팀은 수주 아이디어 회의를 술을 곁들인 저녁 회식으로 했다
단순히 친목 도모를 위한 회식은 근로시간이 아니다. 광장은 "회식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참석이 의무이고,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서 저녁과 술을 마셨다면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화우·율촌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상훈 화우 변호사는 "강제된 자리라면 업무 얘기를 안 해도 근로시간이 될 여지가 높고, 강제가 아닌 회식에서는 업무 얘기를 많이 해도 근로시간은 아니다"고 말했다.
#보험사 F부장은 미래 영업을 위해 주말마다 거래처와 접대 골프를 친다. 회사에 따로 보고는 않지만, 비용은 법인카드를 쓴다
로펌 3곳 모두 근로시간이 아니라고 했다. 광장은 "사용자 지시나 승인이 있다면 근로시간이지만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 주말에 자발적으로 한 골프는 근로시간이 아니다"고 했다. 화우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며 "법인카드 사용이 인정된다면 업무 관련성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근로시간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고 했다.
#경기도 판교에서 일하는 H차장은 거래처 미팅을 위해 출근 이후 오전에 서울 광화문을 다녀온다. 버스로 1시간가량 걸리고 서류를 보거나 편하게 잠도 잔다
로펌들은 거래처와 미팅을 위한 이동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박재우 율촌 변호사는 "이동 시간에 업무 지시 등을 받지 않더라도 업무 수행을 위한 이동은 사용자 지시가 있었던 만큼 근로시간이다"고 말했다. 다만 집에서 거래처로 가거나 거래처에서 곧장 퇴근한다면 이 시간은 제외된다는 입장이다.
#L·M 대리는 오후 1시간 동안 회사 앞 커피숍에서 잡담했다
율촌은 "두 사람이 회사 내에서 짧은 시간 커피를 마셨다면 근로시간이지만 회사 밖에서 짧지 않은 1시간 동안 사용자의 지휘 감독에서 벗어난 만큼 연락을 받고 곧바로 복귀할 수 있는 위치더라도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송현석 광장 변호사는 "이론적으로 회사는 사적 시간에 해당하는 1시간 만큼의 임금을 빼고 지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화우는 "사전에 상사 승인을 받았다면 휴식 시간이고, 동료에게만 말했다면 무단 근무지 이탈로 근로시간에서 빼야 한다"고 밝혔다.
#대기업 I과장은 주말에 등산 단합대회를 다녀왔다. 본부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전원 참석'하라고 지시했다
로펌들은 모두 근로시간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강제 참석 여부에 따라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화우는 "강제 행사가 아니라 단합 차원에서 이뤄진 모임은 근로시간이 아니다"고 했다. 광장은 "불참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은 사실 없이 참석 독려만으로 노무 제공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율촌도 "강제 참석이었다면 근로시간이어서 휴일 수당이나 대체 휴일을 줘야 하지만 본부장 제안으로 이뤄진 등산은 근로시간이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