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6.29 00:11

[취임 1년 유영민 과기부장관 본지 인터뷰]
"화웨이 장비는 배제한다는 식의 정부 차원의 입장은 전혀 없어… 통신3사 과열경쟁은 없어야"

"혹시라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끼리 5G(5세대 이동통신) 과열 경쟁에 빠져 부작용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6일 본지 인터뷰에서 중국 화웨이 5G 통신 장비 도입에 대한 질문을 받자 "화웨이를 배제해야 한다는 식의 정부 입장은 전혀 없다"면서도 통신업계를 향해 이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현재 통신 3사는 내년 3월 5G 상용화 준비 과정에서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화웨이 장비가 가격과 기술 경쟁력이 뛰어나지만, 보안 문제를 비롯해 중국 장비로 세계 최초 5G를 상용화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유 장관에게 메시지의 의미를 다시 물어봤지만, 그는 자신의 발언이 자칫 한·중 무역 마찰로 불거질 수도 있다는 것을 우려한 듯 화웨이 장비 도입에 대해 "정부 입장은 따로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현안들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현안들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 장관은“국내 통신 3사가 5G(5세대 이동통신) 과열 경쟁에 빠져 부작용 생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다음 달 11일로 취임 1년을 맞는 유 장관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통신 요금 인하 정책과 유료 방송 규제 일몰, 알뜰폰 지원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유 장관과의 일문일답.

◇"화웨이 장비, 경쟁력 있는 건 맞지만…"

―5G망 구축을 위해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느냐가 논란인데.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를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은 전혀 없다. 화웨이 장비는 기술력·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다만 (실제로) 화웨이 장비가 국내 5G 장비 시장을 잠식하려 한다면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 등 다른 장비업체들이 손 놓고 있진 않을 거다. 어떻게든 (구매자인) 국내 통신업체들을 위해 장비 가격을 내리고 기술력을 높이지 않겠느냐. 이게 바로 시장 원리다."

―정부는 화웨이 장비에 대한 우려가 없다는 말인가.

"다시 말하지만 정부 입장은 따로 없다. 다만 도입될 장비에 따라 앞으로 5G와 관련된 단말기·소프트웨어 생태계 등이 모두 영향받기 때문에 관심 있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혹시라도 통신 3사가 서로 '세계 최초' 5G 상용화 통신사라는 타이틀을 먼저 따려고 과열 경쟁을 벌이다 부작용이 생기는 일이 없길 당부하고 싶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는 개별 기업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5G망을 구축해도 수익 모델이 마땅치 않다고 통신업계가 지적하는데.

"경쟁사들을 의식해 아직 패를 꺼내지 않은 것일 뿐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내년 3월 5G 상용화' 추진 계획을 밝혀 통신업체뿐 아니라 IT업계 전체가 여기에 맞춰 준비할 수 있도록 해왔다. 수익 모델이 없다면 기업 문을 닫아야 한다. 돈벌이 될 서비스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되나. 다시 강조하지만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본격화할 5G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보편 요금제 무용지물로 만드는 건 통신사 몫"

―투자 여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통신업계가 반대하는 2만원대 보편 요금제 입법안까지 발의했는데.

"정부가 작년 국민에게 약속했기 때문에 법안을 제출했다. 도입 여부는 국회에 달렸다. 하지만 이 법안을 무용지물로 만드느냐는 통신업체들의 몫이다. 통신업체들이 보편 요금제에 준하는 혁신적 요금제를 계속 내놓는다면 이 법안이 필요 없어지지 않겠느냐."

―보편 요금제 때문에 알뜰폰 업계가 고사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많다

"통신비가 인하되면 알뜰폰 요금제 가격도 내려가야 하는데,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알뜰폰 업계를 그냥 둘 수도 없고…. (지원책을) 여러 가지 고민하고 있다."

―28일부터 특정 사업자가 유료 방송 시장점유율 33.3%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해온 합산 규제가 자동으로 사라진다. 정부가 이를 연장하거나 새 규제를 추진할 계획이 있나.

"점유율 규제는 원래 법에 3년간만 효력을 유지했다가 없어지도록 한 일몰 조항이었다. 정부나 국회도 (연장을 추진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본다."

―합산 규제 폐지로 인수·합병을 통한 유료 시장 재편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재작년에 SK텔레콤이 케이블TV업체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하다가 공정위로부터 불허를 받았지만, 지금 상황이 달라졌다고 본다. 인수·합병 문제는 시장의 흐름대로 흘러가도록 두는 것이 정답이다. 물꼬가 트면 시장에 큰 임팩트(영향)가 올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시장에 당장 큰 문제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정부가 일부러 시장 흐름을 막거나 방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위기에 빠진 케이블TV업계는 돌파구로 제4이동통신 진출도 검토 중인데.

"케이블TV 업체들도 상당히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정부는 통신업체가 현재의 3개보다는 4개, 4개보다는 5개가 되면 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고 본다. 다만 기존 통신업체들이 위협을 느낄 만한 역량과 자본력을 갖춘 사업자가 들어와야 치열한 서비스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만약 존재감이 없다면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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