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7.02 03:06

대출 받아 상가·오피스텔 투자
과잉 공급으로 공실률 높아져… 금리인상으로 이자 부담도 늘어

3년 전 대기업 부장으로 퇴직한 A(59)씨는 최근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노후 대비를 위해 대출을 받아 오피스텔(서울)과 상가 점포(위례 신도시)를 매입해 월세를 받고 있었으나 최근 상가가 공실이 되면서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A씨는 오피스텔을 3억원 주고 사면서 1억5000만원을 빌렸고,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9억원 상당)를 담보로 한 3억5000만원의 대출도 받았다. 상가 점포(6억원 상당)를 매입하면서도 2억5000만원의 담보 대출을 받았고, 은행과 저축은행에 8000만원의 신용 대출도 있다. 오피스텔 월세 수입 80만원이 있지만, 300만원가량 받던 상가 월세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대출이자를 연체할 처지에 놓였다. A씨는 다중 채무자인 데다 대출 한도가 부족해 은행에서 추가로 돈을 빌릴 수 없다. A씨는 "당장 집을 팔 수도 없고, 이자를 갚으려면 고금리 대출밖에 손 벌릴 곳이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5060 세대' 수익형 부동산 대출 급증

노후 대비를 위해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50~60대가 크게 늘면서 이들의 부채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 인상과 정부 규제로 부동산 침체 조짐이 보이면서 은퇴 세대의 노후 생활 종잣돈이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동산 업종 대출 잔액은 163조원에 달한다. 3년 사이 50%가량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주택 담보 대출 증가율(27.3%)의 2배에 가깝다.

5060세대 자산 구성

전문가들은 부동산 대출을 받은 상당수가 A씨와 같은 '5060 은퇴 세대'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지난 20~30년간 직장 생활을 한 세대는 한국 경제성장기와 맞물려서 어느 정도 여유 자금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며 "이들의 은퇴가 본격화된 최근 2~3년간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50~60대 실물 자산의 33.4%를 '거주 외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다. 30~40대 비중(21. 7%)의 1.5배를 넘는다. 50~60대 자산가가 많이 찾는 은행 PB센터의 설문 결과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PB센터 고객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부동산 투자 자산은 '상가'(47.1 %)였다.

"자산 구조 바꾸고, 운용 전략에 변화 줄 시점"

하지만 상가와 빌딩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에 거품이 끼고, 과잉 공급으로 공실률이 올라가면서 투자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다. 내수 침체도 자영업자 영업 환경을 악화시켜 공실률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지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3.7%로 전년 동기(2.9%)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세종시는 올 1분기 공실률이 전년 동기(5.2%)보다 3.6%포인트 늘어난 8.8%에 달한다. 50~60대 부동산 투자자 중에는 대출을 최대한 많이 받고, 임차인의 임대 보증금까지 투자금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업종 대출은 만기가 1~3년 정도로 짧고, 변동 금리여서 최근의 금리 인상과 시장 침체가 수익형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며 "부동산 대출의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은행이 대출 영업을 보수적으로 하고 있어 추가로 돈을 구할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전세 가격 하락도 50~60대 투자자들에겐 위협이 되고 있다.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세입자에게 내줄 보증금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0~60대 부채의 34.1%가 임대 보증금이다. 30~40대(20.9%)보다 훨씬 높다.

전문가들은 50~60대는 투자했다가 손실이 나면 만회하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자산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꾸고, 운용 전략에 변화를 줄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보유 부동산의 미래 가치를 꼼꼼히 따져서 이자 상환 계획에 무리가 될 것 같다면 세금 부담이 크더라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은 "상가 보유자의 경우 주변 시세에 집착하지 말고, 보증금과 월세를 임차인에게 맞게 조정해 공실이나 연체가 일어나지 않게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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