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든 눈물 참은 눈물|이승우 소설집|마음산책|200쪽|1만3500원
동인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해외에서 특히 주목하는 이승우(59)의 초단편소설집. 수록작 27편은 삶의 모순에 대한 카프카의 우화, 톨스토이의 민화처럼 읽힌다. 저자는 "내 소설이 카프카적 질문과 톨스토이적 대답을 담고 있다곤 차마 말 못 하겠다"면서도 "책을 읽은 누군가 수수께끼 같은 이 세상에 대한 짧은 질문이나 희미한 대답의 실마리라도 찾아내길 바란다"고 썼다.
표제작이 던지는 첫 질문은 스캔들 해명 기자회견장의 영화배우에게서 시작된다. "눈물을 참으려고 할 때의 얼굴 표정과 억지로 눈물을 만들려고 할 때의 얼굴 표정을 분간해내는 일이 가능할까?" 이별 통보를 위해 연인 앞에서 눈물짓고, 더 큰 진정성을 보이려 눈물을 참는 "자연에 반하여 연기"하던 주인공은 결국 "눈물을 흘리려고 한 건지 흐르는 걸 참으려고 한 건지 알 수 없는 상태"를 경험한다.
인위가 낳은 이 같은 혼돈은 수록작 '말하려 한 것과 말해진 것 사이의 거리'에서도 드러난다. 말하려 하는 바 그대로 말하기 어려운 이유를 구하기 위해 저자는 "말하려고 하는 것이 말하려고 하는 주체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말해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버틴다는 식의 상상"을 감행한다. 이런 특유의 "언어심리학적 실험"은 먹지 않는 것과 굶는 것의 차이를 묻는 '먹지 않거나 굶거나'에서도 이어진다.
일주일 뒤 죽을 줄 모르고 튼튼한 구두를 사는 사람('튼튼한 구두')처럼, 결국 인생의 아이러니는 세계에 편재한 알 수 없음의 소산임을 소설은 암시한다. 그러나 너무도 확실한 한 가지를 '사람은 죽는다' 연작은 또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