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7.04 14:59

이 세상에서 단일종목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스포츠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아마 대부분 사람이 두말할 나위 없이 축구라고 외칠 것이다. 지름 약 22cm, 무게 450g의 둥근 공이 세상 사람들에게 어떠한 매력을 주기에 이렇게들 얘기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14세기 시절의 축구는 골대를 세우지 않고, 찬 볼이 골라인을 넘으면 득점으로 인정하였다. 오늘날과 같은 축구의 기원은 19세기 중엽 1863년에 영국 축구 협회가 발족하여 경기 규칙을 제정하면서 그 시발점이 되었다.

축구의 매력을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가장 쉬운 도구로 해결해 주는 것이다. 일반 구기 종목은 어떤 정해진 협소한 공간에서 여러 가지 장비를 갖추어야 경기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골프, 테니스, 탁구 등등. 물론 수영이나 육상처럼 장비 없이 할 수 있는 종목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축구는 장비나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과거 인간의 조상들이 본능적으로 저 푸른 초원과 같은 공간에서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과 같이 부대끼며 생활해 온 것처럼 공이라는 하나의 매개체에 집중하면서 같이 어울려 즐길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본능적으로 축구에 대한 매력을 느끼는 이유다.

조선DB

바야흐로 월드컵 시즌이다. 평소 축구를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신기하게 월드컵 기간은 그 어떤 스포츠보다도 관심을 두고 지켜본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지난달 14일부터 시작하여 약 한 달간 총 32개 나라가 참가하여 우승을 다투게 된다.

우리 대한민국도 치열한 지역 예선을 뚫고 참가했다. 여느 월드컵 출전 선수보다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에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는 남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패하자 예상대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어떻게 저런 선수가 국가대표에 뽑혔느냐 혹은 당장 선수를 바꾸어야 한다는 등 신문지상과 TV를 통해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차분히 생각해 보면 과연 이것이 선수만 비난할 일인가 냉정히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종목의 국가대표로 뽑힌다는 것은 그 분야에서 수많은 선수 중 탁월한 능력을 갖춘 자만이 선발된다. 그렇게 선발된 인원은 개인에겐 엄청난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영광된 자리에 선발된 선수가 국가를 대표하면서 경기에 임했을 때 과연 대충할 수 있을까? 단연코 말하지만 그런 선수는 절대 없다.

스포츠의 세계는 승자가 있으면 반드시 패자가 있게 마련이다. 이것이 스포츠의 매력이자 한편으로 스포츠의 비애라고도 할 수 있다. 승자는 만인의 영웅으로 칭찬을 받지만 패자는 만인의 적이자 온갖 비난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간혹 너무 스포츠에 몰두한 나머지 인간의 본성에만 매몰되어 이성적인 판단을 그르치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물론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본인이 그렇게 애타게 기대했던 일이 실패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그 상실감을 체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냉철하게 선수들을 바라봐 줄 필요가 있다.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패한 대한민국의 한 선수가 닭똥 같은 눈물을 하염없이 우는 것을 매스컴을 통해 보았다. 그 울음의 의미를 확대하여 해석할 생각은 없다. 옛 속담에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고들 한다. 그만큼 남자에게서의 눈물은 흔하지 않다.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눈물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승자만 사랑받고 칭찬받는 세상이 아닌 패자에게도 때로는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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