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새로 샀니? 멋있네."
생활에 쫓기고, 마감에 쫓겨 식사자리가 한 달에 한 번이나 될까. 별다른 얘기꺼리가 없어 한 말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어머니의 표정은 자못 진지했다. 평소 시계나 액세서리에 도통 관심 없는 집안이라, 기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엄마, 이거 시계 아니라 심박수 측정하는 기계야” “그래? 그런 것 치고는 참 세련되고 예쁘게 생겼네.”
52년생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 시계란 물건은 핏비트 버사(Fitbit Versa)였다.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버사의 경쟁력은 ‘외모’에 있다. 그동안 출시된 스마트 워치 형태의 핏비트 제품 중 가장 멋지게 빠졌다. 애플 워치와 흡사한 디자인은 두고두고 지적받는 부분인데, 그러면 어떠랴. 사람들이 좋아하고 잘 팔리면 그뿐이다. 이전에 출시된 아이오닉이 좀 우락부락한 면이 있었다면, 버사는 케주얼부터 비즈니스 정장에까지 어울리는 세련미를 갖췄다.
실버 빛깔 금속 재질로 이음새 없이 매끈하고 모서리를 위아래로 둥글게 다듬어서 두께가 있는 편인데도 얇아 보인다. 무게는 23g으로 놀랍도록 가벼워 오래 착용해도 부담이 없다. 유연한 소재의 밴드는 쫀쫀하게 손목을 잡아주어 격렬한 운동 중에도 안정적으로 고정된다. 가죽 및 패브릭 소재까지 무려 16가지 종류나 출시된 밴드는 쉽게 탈부착할 수 있어 취향대로 바꾸면 된다. 밴드 가격이 애플와치와 비교가 안 되게 싸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디스플레이는 적당한 크기로 햇빛이 강한 야외에서도 선명하게 잘 보인다. 터치스크린은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해 조작이 편하다. 전문 피트니스 제품답게 땀이나 물, 진흙이 묻은 상태에서도 작동한다. 버사 좌/우에 버튼이 총 세 개 있는데 평소에는 거의 쓸 일이 없지만, 스크린에 물이나 흙이 묻었을 때 사용하면 편하다.
핏비트의 심박 센서는 운동 시 아주 정확히 작동한다. 스마트폰의 GPS과 연동해 두면 운동한 거리를 비롯해 소모한 칼로리, 평균 심박수, 최대, 최소 구간 등 매우 자세한 결과를 기록한다. 단, 버사 화면으로는 간단한 운동 후 데이터만 볼 수 있고 자세한 결과는 스마트폰 앱의 대시보드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어 아쉽다.
핏비트 버사는 자체 메모리에 음악을 저장하면 스마트폰 없이도 블루투스 헤드폰과 연결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배터리가 꽤 많이 소모되는 편이지만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대 환영이다. 반면, 버사에 설치할 수 있는 전용 앱은 가입 절차가 복잡하고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유료 가입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쓰지 않게 된다.
버사는 디자인과 성능을 균형이 잘 잡혔다. 출근할 때부터 체육관을 나설 때까지 벗을 필요가 없다. 이 얇은 몸체 어디에, 어떻게 배터리를 넣었는지 몰라도 화면을 자주 켜지만 않으면 거의 4일 동안 작동한다. 배터리 충전이 필요하면 알람이 뜨고, 심지어 계정과 연동된 이메일로도 경고를 보낸다.
버사는 거치대 형태의 전용 충전기가 제공된다. USB를 통해 충전하며 PC나 어댑터에 연결해 충전할 수 있다. 범용성은 떨어지지만 안정된 형태로 거치되고 탈부착이 편한 클립형태라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하는 알람 기능은 꽤 유용하다. 전화나 메시지가 오면 강한 진동으로 알려주고 메시지는 스크린에 팝업창 형태로 나타난다. 애플워치에 비하면 매우 제한된 기능만을 제공하는데, 스마트워치를 스마트폰의 보조 기기로 여기느냐, 핏비트 고유의 운동 기능에 초점을 두느냐가 선택의 기준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