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RX100은 알파 시리즈가 아직 무명일 때 크게 한 방 때려준 에이스다. 손바닥만 한 작은 크기에 가벼운 무게로 휴대가 간편하면서 화질과 성능이 뛰어난 점이 매력 포인트다. 1인치 센서 포맷을 시장에 정착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RX100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대체 이 작은 바디에 이런 기술을 어떻게 집어넣었지 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새로운 기능이 매번 추가된다.
RX100의 여섯 번째 모델인 RX100 VI 역시 꽤 드라마틱한 변화를 꽤했다. 이전 모델인 RX100 V와 거의 모든 면에서 비슷한 성능과 외형이지만 딱 하나 렌즈가 완전히 달라졌다. 24-70mm(35mm 환산) F1.8-2.8 렌즈가 24-200mm F2.8-4.5 줌 렌즈로 교체됐다. 망원에서 꽤 어둡다는 단점이 있긴 해도 RX100 크기를 생각하면 경이로운 망원 성능이다.
200mm f/4.5 1/80sec ISO800.
200mm f/4.5 1/200sec ISO2000.
일상에서는 망원을 사용할 일이 많지 않다. 소니도 그쯤은 알고 있는 듯한데, RX100 VI 광고 캠페인은 여행과 브이로그(Vlog) 촬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장면이라도 더 담고 싶은 여행지에서는 망원의 활용도가 굉장히 높다. 인물이나 장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경우에 줌을 활용하면 생생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망원 촬영은 흔들림에 약하다. 소니 RX100 VI는 4스탑의 손떨림 보정 기능을 포함해 0.03초의 초고속 AF, 향상된 성능의 동체추적 AF와 초당 24장의 촬영을 지원해 이를 상쇄한다. 일단 많이 찍고 그중 잘 나온 사진을 고르면 될 일이다.
AF 성능은 A7이나 A9과 비교해도 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터치스크린을 통한 AF 선택과 촬영은 RX100 시리즈의 강점이다. 반셔터를 눌러 화각을 옮기거나 AF 포인트를 조절해 가며 촬영하지 않아도 화면을 보면서 피사체를 눌러 촬영할 수 있어 빠르고 편리하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와 다르지 않다.
아무리 화질이 좋아도 그렇지 이 작은 카메라가 100만원이 훌쩍 넘는 이유가 대체 뭐냐고 한다고 동영상이다. 캐논 M50과 후지 X-T100처럼 무늬만 4K인 녀석들과 차원이 다르다. 프로급 화질을 보장하는 XAVC S 포맷과 높은 비트레이트 촬영을 지원해 제대로 된 4K 영상(그렇지만 연속 촬영시간은 5분이다)을 찍을 수 있다. 고성능 AF와 터치스크린 지원은 덤이다. 외장 마이크 단자가 없다는 불편함은 휴대성으로 보완된다.
캐논과 파나소닉이 일찍부터 혼자 촬영할 때도 카메라 모니터를 볼 수 있는 모델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소니는 아직 그런 모델이 많지 않다. RX100은 위로 180도 접히는 틸트 LCD를 탑재해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 촬영하는 유투버나 블로거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예전 같으면 셀피 촬영에 특화된 기능이라고 떠들었을 부분인데 이제는 유투브 스타가 대한민국 초등학생들의 꿈이 됐으니 설명을 달리할 수밖에.
크기가 작아서 손에 들고 찍으면 많이 흔들린다. 짐벌이 아니더라도 작은 삼각대나 RX100 VI 전용 슈팅 그립을 사용하는 게 좋다. 대신 작다는 건 정말 편하다. 식당이나 여행지에서 주목받지 않고 촬영할 수 있고 좁은 차량 안에서 자유롭게 화각을 바꾸거나 거치할 수 있다.
소니 RX100VI는 전자식뷰파인더를 내장했다. 팝업레버를 누르면 자동으로 튀어 오르고 손으로 집어 넣는다.
몇 십분 씩 연속 촬영만 하지 않으면 배터리는 은근히 잘 버틴다. 용량을 생각하면 정말 기술의 승리다. 사용하지 않을 때 절전모드도 칼같이 작동한다. 충전기는 애초에 기본 옵션이 아니다. 스마트폰처럼 USB 5핀 단자로 바로 충전된다. 짐을 하나라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충전기는 옵션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