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7.30 10:49

살아갈수록 내 몸은 내 마음을 닮으려 애를 쓴 것 같다. 몸이 없으면 마음도 없는 건데, 몸은 뭐가 아쉽다고 마음을 쫓아다닌다. 그런데 처음부터 하나였다며, 몸이 아무리 붙잡고 말하고 말해도 마음은 힐끗 곁눈질하다가 나 몰라라 모른 체만 한다.

몸은 제가 만든 마음이 참 아름다워지기만 바라는 모양이다. 하나에 하나 더하기가 둘이라며 몸소 보이고 보여도, 마음은 셋도 넷도 될 수 있다며 우기는 것이었다. 그렇게도, 함께 있자고 떠들고 쫓아다녀도 '소귀에 경 읽기' 격. 하하, 바보처럼.

몸은 그래도 혹시나 하여 마음만 따라다닌다. 그래서 마음이 얌체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쫓아올수록, 닮으려 할수록, 몸은 구름만 보려 하니 얌체다. 몸으로부터 자꾸 달아나 구름에 걸터앉으려 하니, 앉아 혼자 놀려 하니 정말 얌체다.

그리고 설상가상, 어떨 땐 마음은 몸에게 자꾸 따라오라 손짓하는 것이었다. 손짓하며, 오는지 힐끗 바라보는 것.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흐르며, 몸도 마음도 서로 작아 가는 걸 아는데도 말이다. 작아지다가 사라질 것을 서로 알면서, 몸은 무조건 닮으려 하고, 또 마음은 애써 몰라라 하니, 참 우습다.

정말,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정말 바보는 마음이다. 예쁜 바보다. 점점 제 몸이 망가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 우는 정말 예쁜 바보다. 몸은 마음이 더 먼저 아플 거라며 달래주려 다가오는데, 제 몸이 애쓰는 것을 아는데도, 선뜻 다가서지 않는 마음은 바보, 천하에 없는 바보다.

결국, 내 몸과 내 마음이란 서로를 향해 닮아가는 것 같은데, 또 그 사이에 내가 있다고 하는데, 과연, 나는 몸 쪽인가 마음 쪽인가. 아니 모두 내 쪽인가. 아니, 하, 나는 몸도 마음도 내 쪽이 아니기를 바라는데, 그럼에도, 끝내 몸도 마음도 아닌 나는, 지금 살아있다니, 거 참 이상하다.

그렇다면, 그야말로 나는 바보요 얌체인가? 아니, 어떨 때는 보이는 몸이 되고, 다를 때는 안 보이는 마음이 되는 나는, 바보도 얌체도 아닐 것? 이럴 땐, 몸도, 마음도, 나도, 그 모두 그냥 사람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그렇게라도 룰루랄라 웃을 수 있어야 하리.

맞다. 그래 모두 한 번은 바보가 되고, 한 번은 얌체가 되도 괜찮은 사람이고 싶을 거다. 뭐가 되든 그때마다 웃는 사람. 아니, 웃어도 안 웃어도 아무렇지 않고 싶은 사람. 어제도 사람, 지금도, 그 사람이고 싶을 거다. 허, 그것 참! 나는 언제 그 사람 속에 묻혀 이러한 이야기조차 잊을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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