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8.01 10:02

한국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다. 말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언급되는 대표적인 속담이다. 대한민국 성인이면 누구나 다 들어본 속담이지만 막상 실제 생활에서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말만 잘하면 천 냥 빚도 갚을 수 있다는데 현실은 왜 그렇지 않을까? 개인적인 의견을 잠시 피력하면 인간의 본성은 중국 철학자 순자가 주장한 성악설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도 한때 여느 포유류 동물과 별 차이가 없었다. 즉, 암컷과 수컷의 교미로 인해 새끼가 태어나고 그 새끼가 성장하여 또다시 짝을 이루어 종족 번식의 과정을 거쳤다. 인간이 다른 포유류와의 유일한 차이점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고하는 능력도 점점 발전하여 인간은 오늘날과 같은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다.

그럼, 말만 잘하면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과 성악설이 어떤 관계가 있기에 이 대목에서 굳이 언급했을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인간도 태어나면서 다른 동물과 별반 차이 없이 원초적인 본능을 따르게 된다. 다만 생각을 하면서 그 생각이 교육이란 것을 통해 길들지 않은 본능이 길드는 과정에서 인간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즉, 어떤 행동과 말을 통해서 상대편에 해를 가하거나 괴로움을 줄 수도 있고, 때로는 상대편을 즐겁게 혹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이성적 동물에 앞서 감정의 동물에 가깝다고 주장하고 싶다. 비록 반백 년 살아온 짧은 인생 경험이지만 이것만은 100% 자신한다. 이것은 일상의 생활에서도 너무나 리얼하게 늘 느끼고 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버스 안에서 급정거로 누가 갑자기 부딪치면서 사과 한마디 없이 오히려 큰소리칠 때 혹은 지하철 안에서 큰소리로 주위 사람 아랑곳하지 하지 떠든 사람에게 주의를 줬을 때 오히려 왜 잔소리하느냐고 대드는 경우 등 이런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만나기 일쑤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 찰나의 순간, 1초의 순간에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한마디의 말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과연 두 당사자 간에 분쟁이 일어날까? 미루어 짐작컨대 아주 원만하게 다툼이 해결되었으리라 본다.

행복과 불행을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거나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1초라는 찰나의 순간에 상대방에게 느끼는 감정을 긍정적이면서 좋은 단어로 날리는 것이다. 상대방이 칭찬의 말을 하면 ‘감사합니다’라고, 상대방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면 ‘힘내세요’라고, 상대방에게 조그마한 실수라도 했으면 바로 ‘미안합니다’라고.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이런 긍정적인 반응에 상대방은 행복감을 느낀다. 반면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면서 하는 행동은 상대방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1초의 행복과 불행은 멀리 있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늘 일상 속에서 매일 같이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느끼고 찾을 수 있다. 기왕이면 1초의 불행보다 1초의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모습이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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