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이 전 세계를 강타하는 올여름,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없었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록을 갈아 치우며 고공 행진 중이다. 기온이 38도라고 발표하면 실제 기온은 40도가 넘는단다. 기온을 측정하는 곳은 백엽상 안이다. 백엽상은 막힌 곳이 없는 곳에 세운다. 그 속에 온도계를 넣고 재는데 잔디나 풀밭 위에 온도계 눈금이 1.5m 높이에 오도록 세운다. 그러니 도시에서 오늘이 38도라 하면 40도가 넘는다는 이야기다.
이런 날, 불 앞에 서서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주부는 땀이 이마에 샘솟듯 솟는다. 안 할 수도 없고 하기는 해야 하고 참으로 힘든 나날이다. 거기다 한낮에 달궈진 집은 저녁에는 찜질방 저리 가라다. 그렇다고 식구들 굶길 수는 없고 되도록 불을 사용하지 않는 저녁 식사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요즘 우리 집에 자주 하는 메뉴는 동치미 쌀국수나 쇠고기 맛 쌀국수다. 물론 냉면처럼 차게 해서 먹는다. 오늘 저녁도 쌀국수로 메뉴를 정했다.
낮은 칼로리와 담백한 맛으로 쌀국수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도 요즘 거리에 나가면 흔하게 보이는 것이 월남, 혹은 베트남식 쌀국수집이다. 맛도 있는 데다 ‘가성비’ 또한 높아 장사가 잘된다고 한다. 잘 알려져 있듯 쌀국수는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동남아에서 쌀국수가 발달한 것은 밀이나 메밀 같은 작물을 기르기 어려운 열대지방의 특성 때문이다. 대신 인디카 종인 안남미 쌀을 이용해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우리나라도 쌀농사를 많이 지었지만, 밀이나 메밀이 잘 자라기 때문에 굳이 비싼 쌀로 국수를 만들 이유가 없었다.
내가 처음 쌀국수를 접한 것은 한 30년 가까이 된 것 같다. 베트남에 여행 갔다가 쌀국수를 만났지만 별로 맛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한다면 나온 음식이니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날 꾸역꾸역 먹었던 기억밖에 없었다. 그 쌀국수를 다시 만난 것은 그로부터 10년 후 라오스에 갔을 때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갔더니 메뉴가 쌀국수였다. 안 먹을 수도 없고 조금만 달라고 해서 먹었는데 반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왜 그때는 맛없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만큼!
국내에 들어와서도 간혹 쌀국수집이 보이면 들어가서 사 먹는 것을 넘어 나만의 쌀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이름하야 동치미 쌀국수와 소고기 쌀국수다. 이름이야 내 멋대로 지은 것이니 아무려면 어떠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