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의 인구가 서로 부대끼며 사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빨리빨리’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수도답게 서울은 제 모습을 신속하게 바꿔왔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도 있지만, 현대 서울은 십 년은커녕 몇 달 몇 주만 지나도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빠르게 변하는 서울의 이면을 사람들은 도외시한다. 높은 빌딩 뒤 가려진 곳엔 어떤 건물이 있는지, 차도가 생긴 곳엔 본래 무엇이 자리했는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서울 곳곳에는 새로움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오래된 것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건축물일 수도, 양식일 수도, 전통일 수도, 휴머니즘일 수도 있다.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이 순간에도 나름의 가치들이 사람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하지만 기억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기억을 위한 방법으로 글쓰기를 선택하여 이 책의 저자가 되었다. 저자들은 각자의 추억으로 자신만의 서울을 그리워한다. 봉천동 자취생은 타향살이의 애환과 사회 초년생의 청춘을 이야기한다. 혜화동 연극인은 옛 대학로의 정취를 다시금 복원하려 애를 쓴다. 신림동 고시생은 합격자 발표에 일희일비하는 고시촌의 풍경을 스케치한다. 방학동 대학원생은 곧 폐교될 위기에 처한 자신의 모교를 찾아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화양동 유학생은 낯선 이국의 풍경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과정을 기록한다. 홍대 앞 직장인은 홍대 앞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자발적인 사명감으로 저자들은 서울을 그리워한다. 그러기에 이들의 기억은 그 어떤 각오보다 간절하고 진실하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동네를 전해주도록 최선을 다해 기억한다. 기억하는 과정에서 잊고 싶은 과거와 마주하기도 하고, 아무도 몰랐으면 싶은 치부를 드러내기도 하고, 마음 깊숙이 박힌 상처를 꺼내기도 한다. 자기 동네를 한 사람이라도 더 기억하게 하겠다는 사명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그저 귀 기울여 들어주었으면 한다. 그런 동네가 있고,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만 알아주면 된다.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난다면 봉천동, 혜화동, 신림동, 방학동, 화양동, 홍대는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나와 세대‧성별‧출신지역이 다른 사람들이 기억하는 서울을 들여다보며 내 기억 속 서울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자료제공: 리프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