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인가 하며 움직거리는 몸, 누운 몸이 느껴진 것은 슬픔, 기쁨, 아픔, 아름다움, 뭐 이런 것들이 발목, 무릎, 허리, 팔, 어깨, 목, 그리고 눈코입귀 등에 제멋대로 흐트러졌다가 내게로 천천히 한꺼번에 움직여오는 어언 중간 즈음이었을 거다. 몸 안을 돌아다니던 이런저런 잔상들이 순식간에 내 아픔 혹은 기쁨 그 속으로만 재빨리 숨는 순간이었다. 사는 일은 아픔과 기쁨밖에 없다는 듯, 아침이 나를 깨울 때마다 그랬다.
그동안 아침에 깨고, 습관처럼 일어나 화장실, 식탁, 옷장과 현관문을 거치길 몇 날 며칠이었을까. 그렇게 매일 낮에 일하고, 저녁이면 이 모임 저 사람 만나 생긴 일들이야 기억할 수 없다. 또한, 그 많은 일이 서로 물리고 얽히면서 기쁨이 되고 또 아픔이 되었던 것들은 그 얼마나 많았을까.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들 즈음, 그래 내일은 더 멋질 거야라며, 그 기쁨 아픔 모두 데리고 누구도 모르는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어쩌면, ‘하룻밤을 자고 나면, 그만큼 아픔 하나가 쌓이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오늘 아침도 새삼 몸이든 마음에 얼마나 더 쌓였을까? 손으로 만져보는데, 만지다가, 하, 나만 쌓이는가 하여 웃어도 본다. 참, 처음 들어보는 멍청스런 웃음을 내고 듣는다. 웬걸? 이것이 사실인가 하여 눈을 한참 비비다 뜬다. 환한 세상, 기쁜가? 얼마나 아픔이 쌓였는지 알듯하여 기쁜가?
설상가상, ‘다른 하룻밤을 자고 나면, 기쁨도 더 쌓인다.’라는 것 또한 뭐랄 수 없다. 이도 쌓인 두께를 아는 만큼 더 기쁠까. 그런데, 아무리 쌓여도 그 기쁨 무게는 가볍게 느껴진다. 이럴 때는 가벼워 들었다 놨다 떼었다 붙였다 하는데, 이 기쁨은 참 묘하게도 몸과 마음을 오가며 뭐라며 깔깔거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영 무슨 소리인지는 잘 들리지 않는다. 가만히 다가가 귀 기울이면, ‘오지 마, 거기서 웃기만 해!’ 하며 손뼉만 친다.
물론, 아픔도 기쁨도 매일 쌓인다는 것을 조금 느끼기까지, 또 기억하며 만지고 놀기까지, 잊었던 것들이 그 얼마나 많은가. 오늘은 그 많은 아침 중 하나인데, 하필 우연히 툭 벌어진 상황인데, 그야말로 툭 하고 고개를 내미는 것은 기쁨보다 아픔이었다. 100에 99는 아픔. 그런데, 참 오늘 아침은 신기하다. 기쁨 아픔이 모두 섞여 서로 비슷해지다니!
그 이유인즉 이랬다. 아픔은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의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큰지 작은지 그 키를 재는 것도 아니다. 제멋대로 쌓이거나 돌아다니거나 그냥 놔두어야 하는 것. 놔두면 저 스스로 외로워지다가, 외로움이 싫어지면 저절로 내게 와서 ‘작은 내 무엇’이 되니 말이다. 오늘도 기쁨도 결국은 내게 ‘내 무엇’이 되는 것처럼.
그래, 언제라도 아침이면, 몸 구석 어디엔가 쌓여있는 아픔 기쁨 모두 하나의 내 ‘무엇’이로구나 여기며, 그래서 즐거이 그 하나를 만지며 깨어나기를. 내 ‘무엇’이란 하나의 향기를 누구도 모르게 내고 맡으며 일어나기를. 가뿐해진 ‘내 향기’가 스스로 드러나는 즐거움을 맛보기를. 아침마다 이 하나의 향기를 세상에 나눌 설렘으로 큰 기지개를 활짝 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