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훌륭한 와인은 만드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 스타레인 & 디어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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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08 15:40

캘리포니아의 산타 바바라 카운티(Santa Barbara County)는 나파 밸리와 함께 미국에서 손꼽히는 와인생산지이자 몇몇 영화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지역이다. 와인애호가들에게 유명한 작품 <사이드웨이>나 산타 바바라를 동경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한국영화 <산타 바바라> 같은 작품들이 자연스레 빈야드 풍경을 연상시킨다. 나파 밸리와 비교하자면 산타 바바라에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와이너리가 많은 편. 현재 에노테카 코리아를 통해 한국에 소개되고 있는 스타레인(Star Lane)과 디어버그(Dierberg) 역시 규모보다 품질에 집중하는 부티크 와이너리다. 지난 10월 26일, 한국을 찾은 수출 담당 이사 지아민 디어버그(JiaMin Dierberg)를 만나 와이너리와 두 개의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스타레인과 디어버그의 수출 담당 이사, 지아민 디어버그

중국계 미국인인 지아민 디어버그는 상하이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에서 대학을 마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던 그녀는 남편을 만나 결혼한 뒤 시부모가 경영하는 가족사업에 참여했고 그것이 바로 스타레인과 디어버그 와이너리다. 짐(Jim)과 메리 디어버그(Mary Dierberg) 부부가 산타 바바라에 와이너리를 설립한 것은 1996년. 그들은 1970년대부터 미주리 주의 허만(Hermann)에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었다. 금주법 이전부터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와인 생산지역으로 꼽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생산하고자 했던 유럽 전통 품종을 재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기후였으므로, 10여 년간 새로운 땅을 찾았고 결국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에 다다랐다. 그렇게 만난 곳이 스타레인 목장. 그들은 한눈에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곳을 구입해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10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스타레인 목장의 전 소유주는 첨단 스파이 비행기 ‘U-2’를 개발한 설계자 켈리 존슨(Kelly Johnson)이었다. 냉전시대에 개발된 U-2 정찰기의 이야기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스파이 브릿지>로 영화화하기도 했다. 항공업계의 전설적 엔지니어가 머물던 땅이 세계적 수준의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원이 된 것도 흥미로운 이야기다.

산타 바바라 카운티에 자리한 스타레인 빈야드

“LA에서 북쪽으로 두 시간 거리에 우리 빈야드가 자리합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오랜 시간 새로운 땅을 찾던 두 분이 한눈에 반해 자리잡은 것이 쉽게 이해되죠. 스타레인 빈야드는 토양 타입에 따라 수십 개의 작은 구획으로 나눠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쁘띠 베르도, 소비뇽 블랑, 세미용 등 보르도 품종들을 재배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산타 마리아 밸리(Santa Maria Valley) AVA의 디어버그 빈야드를 구입했고 그곳에는 피노누아와 샤르도네를 심었습니다.” 해피 캐년(Happy Canyon) AVA에 자리한 스타레인 빈야드는 해발고도 약 260m에 자리하며 산타 이네즈 산맥 덕분에 미기후가 형성돼 보르도 품종들이 잘 자란다. 한편 디어버그 빈야드는 바다와 가까이 위치한 서늘한 기후로 부르고뉴 품종에 적합하다는 설명.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산타 리타 힐스(Santa Rita Hills) AVA에 자리한 드럼 캐년(Drum Canyon) 빈야드를 추가로 구입해 디어버그 빈야드와 마찬가지로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재배하고 있다. 총 3개의 빈야드에서 보르도와 부르고뉴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는 것. 2001년 디어버그 피노누아를 처음 출시했고, 스타레인은 10여 년간 기다려 2005년 첫 빈티지를 내놓았다.

스타레인과 디어버그의 모든 와인 생산을 총괄하는 이는 와인메이커 타일러 토마스(Tyler Thomas)다. 지아민은 2013년부터 와인메이킹을 맡고 있는 타일러에게 깊은 신뢰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식물학을 전공해 과학적인 배경지식을 갖췄고 이후 U.C. 데이비스(U.C. Davis.)에서 포도재배와 양조학을 공부했다. 존경 받는 프렌치 와인메이커들과 함께 일하며 많은 영향을 받았고 보르도와 부르고뉴 품종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인물. 그가 이끄는 스타레인과 디어버그의 와인 철학은 ‘훌륭한 와인이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품질을 추구하는 이들에 의해 발견된다’는 것이다. “테일러가 처음 와이너리에 왔을 때 150가지의 다른 와인을 만들어 테이스팅했죠. 최종적으로 단 10가지를 생산할 뿐이지만 각 블록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이었어요. 우리는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와인을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와인메이킹 과정에서 특정한 스타일을 추구하며 그에 맞추려 노력하지 않아요. 대신 그 땅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고유한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려고 노력하죠. 와인을 마시면서 이것이 스타레인, 혹은 디어버그에서 생산됐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

한국에 수입되는 스타레인과 디어버그 와인들

그녀와 함께 시음한 스타레인 까베르네 소비뇽 2012년 빈티지는 잘 익은 검은 과실류의 풍미가 아름답고 매우 부드러운 타닌이 여운을 남기는 와인이었다. 표현력이 뛰어나면서도 섬세하고, 분명히 프리미엄 와인이라는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있으면서도 편안한 인상을 준다. 지아민은 “스타레인과 디어버그의 와인들은 일찍 마셔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모두 10년 이상 숙성잠재력이 있다”고 말한다. 또 스타레인이 보르도의 고급 와인들에 비해 와인 초보자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와인이라 설명하며,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디어버그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처음 선보인 시점인 2010년, 디어버그 피노누아와 샤르도네 2006년 빈티지가 나란히 코리안 와인 챌린지에서 베스트 레드 와인과 베스트 화이트 와인으로 선정되며 트로피를 수상한 바 있다.

스타레인과 디어버그는 빈야드의 규모에 비해 생산량이 적은 편. 전체적으로 약 1만 케이스에서 1만 5천 케이스 가량 생산해 덴마크, 캐나다, 영국에 소량 수출하며 주요 수출 시장은 아시아다. 일본이 가장 큰 시장으로 스타레인 카베르네 소비뇽의 경우 거의 절반이 일본에서 소비될 정도. 한국에는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소비뇽 블랑, 최상위급 와인인 아스트랄까지 스타레인 와인 4가지, 그리고 피노누아와 샤르도네 2가지 디어버그 와인으로 총 6가지 와인이 수입되고 있다. 만들어졌다기보다 발견해낸 와인, 스타레인과 디어버그를 통해 소비자들 또한 산타 바바라 부티크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프리미엄 와인을 만나는 즐거운 ‘발견’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자료제공 : 와인21닷컴 / 김상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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