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지나고 어김없이 언론 지상에 기업체별 실적에 따른 성과급 지급 기사가 나온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일부 대기업의 성과급 지급은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킨다. 그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 모두가 열심히 노력한 결실이라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나 가슴 한구석에서 왠지 섭섭함을 지울 수가 없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시대. 6.25란 큰 전쟁을 겪고서 이렇게 단시간에 국민소득 3만 불을 달성한 나라는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세계가 놀라워한다. 대한민국 저력의 이면에는 삶의 전쟁터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국민의 피와 땀이 배어 있다. 그러한 역할의 가장 중심에 기업체에 종사하는 분을 꼽을 수 있다.
필자가 다니는 회사도 지난주 성과급 발표를 했다. 사업부별로 적게는 50%, 많게는 500%. 그 결과를 보고 각 사업부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500%를 받는 사업부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 피어 주체할 수 없는 반면 50%만 받는 사업부 직원들 얼굴엔 웃음기가 싹 사라져 보였다.
같은 해 입사해서 같은 장소에서 생활하면서 다른 이들보다 본인이 더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내 의사에 상관없이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이 많이 나는 사업부에 근무하는 동료가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는 모습을 볼 때 섭섭함을 감출 수 없다. 우리는 신이 아닌 그저 평범한 인간이기에.
이런 상황은 비단 회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일상에서도 그 사례를 많이 발견한다. 최근 모 방송국에서 대한민국 대학입시를 주제로 방영한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보통 시청자의 관심을 많이 끄는 ‘막장 드라마’가 주류를 이루지만, 이 방송국은 시청률 저조를 각오하고 색다른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이 드라마가 예상을 뒤엎고 크게 히트했다. 그만큼 대한민국 입시가 모든 이, 특히 자녀를 준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최고의 관심거리임을 반증한 것이다.
드라마는 대한민국 최고 명문 의대를 보내기 위해 부모들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다소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인기 비결이다.
필자 또한 고2, 고3 자녀를 두고 있으면서 대한민국 입시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정시라는 제도는 3년간 열심히 공부한 결과를 단 하루 만에 평가하는 것이다. 당일 하루의 컨디션 조절 실패로 3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또한 시험 유형이 대부분 객관식이다 보니 찍기에 따라 점수 차이가 나고 그 한두 개의 찍기에 따라가야 할 대학 수준이 달라진다. 학생들 수준에 큰 차이가 없어 ‘한 문제 더 맞고 틀리고’에 따라 소위 말하는 SKY 갈 점수가 그 이하 대학으로 가는 상황이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세상을 반백 년 넘게 살다 보면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이런 상황에 일희일비한다면 세상살이가 너무 고달파진다. 진인사대천명.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대해선 하늘의 뜻에 맡기는 삶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