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로’란 단어의 원뜻은 곡식 및 사료를 저장해두는 굴뚝 모양의 창고를 의미한다. 오늘날에는 경제학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경제학 용어로 ‘사일로’란 조직 부서원이 다른 부서와 담을 쌓고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내부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80년대 세계 시장에서 전자업계 부동의 1위였던 소니가 한순간 몰락의 길로 접어들어 이젠 전자 업계에서 그 이름조차 찾기 힘들어졌다. 이렇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사일로 현상이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소니는 부서 간 심한 경쟁으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중요한 기술적 공유와 협업이 필요했지만, 다른 부서와의 공유 부재로 시너지 창출의 기회를 잃었고 그러면서 기술이 퇴보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일본 업체만이 겪는 상황은 아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비커 안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궁극적인 가치는 주주의 이윤을 창출하는 것으로 기업 구성원은 공동의 목표를 갖고 각자가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업무에 매진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문제점에 봉착했을 때 서로 그 일에 대해 책임지거나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타 부서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본인이 그 일을 감당했을 때 그 책임이 고스란히 돌아온다고 생각한다거나 나와 직접적인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솔선수범하여 그 일을 행할 때 그 당사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됨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서로 미루고 책임지지 않으며 회피하는 종업원들이 존재하는 한 그 기업은 몰락의 지름길로 가는 것이다.
이런 경우 과연 그 직원에게 경영주가 책임을 물을 것인가? 물론, 남이 하기 꺼리는 일을 자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일로 여기고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이 진정한 그 조직의 주인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 직원이다. 그러나 이를 강제하기는 어렵다.
25년 이상 기업에 종사하면서 사일로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어려웠고 현재도 노력하고 있다. 사일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어떤 것인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각각의 좋은 정보가 함께 합쳐지면 교집합이 아닌 합집합의 개념이 되고 보다 많은 정보가 뭉쳐져서 더욱더 크고 훌륭한 정보로서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도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주위와 의논하거나 협의하지 않고 혼자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면 얼마든지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행동에 옮길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판단과 결정이 올바른 판단과 결정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중요 사안에 대해 한번 그르친 결정은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토의하고 협의한 결과로 도출된 결정은 더욱더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사일로를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은 대화이다. 이 대화가 출발점이 되어 타인과 소통하고 다른 조직과의 협력하며 나아가 기업 간의 관계도 맺어 가면서 서로에게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렇게 된다면 마침내 사일로를 훌륭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