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6.14 17:34

지난 3일, 미국에서 개최된 가장 권위 있는 여자 프로 골프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최근 10년 동안 한국 여자선수가 가장 많이 우승한 대회다. 대한민국이 IMF를 겪을 때 이 대회에서 박세리 선수가 우승하면서 경제 위기에 처해 우울한 나날을 보냈던 국민들에게 큰 위안을 주기도 했다. 바로 그 대회에서 또 우리 태극낭자가 우승하는 것을 보고 정말 대한민국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져 있음을 피부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 골프 종목에서 유독 여자들이 두각을 나타내지만 남자 골프는 여자만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매번 골프 경기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된다. 왜 여자들은 이렇게 상위권을 유지하는 데 반해 남자 골프는 상대적으로 차이가 나는 걸까?

축구, 야구, 배구 등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은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 대회도 치러진다. 그중에서 대한민국이 세계 정상권에 있는 종목은 양궁과 함께 골프이다. 특히 그중에서 골프는 세계 10위권 안에 있는 대한민국 선수가 평균적으로 4~5명이나 된다. 여자 골프 경기를 볼 때마다 그 비결이 뭘까? 스스로에게도 여러 번 반문해 본다.

대한민국 여자 골프가 워낙 두드러지다 보니 세계 골프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분석을 내놓곤 한다. 과거 박세리 선수가 US Open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나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이것이 골프에 대한 조기 교육으로 이어진 집중적이고 꾸준한 노력의 결과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그 이유만으로 여자 골프의 위상을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관점에서 그 이유를 생각해 본다.

첫째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골프 종목은 부와 명예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한 번의 의미는 꾸준한 세월의 결정체라는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박세리 선수는 US Open에서 우승하면서 소위 말하는 인생 역전을 하게 된다. 한마디로 미국에서 America Dream을 이루게 된 것이다. 평범한 대한민국 20대 낭자가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드는 것을 보고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자녀 교육에 열정을 가진 많은 한국 부모들이 그 열정을 골프로 방향 전환을 하면서 우수한 많은 인재가 배출되었다. 골프에서 한 번의 우승은 평범한 직장인이 2~30여 년의 세월 동안 이룰 수 있는 부와 명예를 한 번에 가질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둘째는 가부장제에 대한 반발이다. 70년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여자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 필자의 집안을 예로 들자면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나면 식사는 항상 남자들이 먼저 하고 남은 잔반으로 여자들이 식사하곤 했다. 이런 차별이 여자들의 잠재의식 속에 알게 모르게 남으면서 나름의 설움과 아픔을 표출할 곳을 찾았고 마침내 그것이 골프라는 운동으로 표출을 하면서 이렇게 뛰어난 성과를 이루었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가끔 골프를 우리의 인생 여정으로 해석을 해보곤 한다. 많은 이들이 골프와 자식 두 가지는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만큼 골프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속담도 있다. 골프는 18홀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네 인생과 비교하자면 1홀을 5년으로 보면 18홀은 90년이 된다. 18홀을 다 돌면 사람 나이로 90세가 되는 것이다. 전반 9홀, 후반 9홀은 인생의 전반기, 후반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반에 공이 잘 맞아 좋은 점수가 나오더라도 후반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다. 구만리 인생길을 걸어가면서 인생 전반기에 매사 일일 술술 풀리다가도 어느새 갑자기 어려움이 찾아오고 그 어려움이 또다시 시간이 흐르면서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시기가 슬그머니 찾아오기도 한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런 관점에서 골프는 우리네 인생길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기에 필자는 골프를 좋아한다. 물론 좋은 점수를 내지는 못하지만. 앞으로도 쭉 대한민국 낭자들의 좋은 활약과 성과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