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2.09 11:22

여덟 번째 서원, 장성 필암서원(筆巖書院)

전남 장성의 필암서원은 호남에서 유일하게 문묘(文廟)에 배향된 18현 중 한 분인 하서 김인후 선생을 모신 곳으로 국가사적 제242호이자 세계유산 ‘조선의 서원 9곳’에 속하는 곳이다.

1590년(선조 23) 김인후의 문인 변성온(卞成溫) 등이 주도하여 기산리(岐山里)에 서원을 세웠는데, 정유재란 때 소실되었다. 이후 1624년(인조 4) 복원되었으며 1662년(현종 3) '필암(筆巖)'으로 사액되었고 1672년 지금의 위치로 이전하였다.

1786년에는 제자이자 사위이며 소쇄원 주인 양사보의 아들인 고암 양자징(梁子澂)을 추가 배향하였으며 이 서원에 소장된 문서들은 보물 587호로 일괄 지정되어 있는데 총 15책 65장의 필사본들로 고문서류이다. 이 자료들은 필암서원의 임원, 원생, 조선 후기 서원의 재정과 노비 소유, 서원의 운영사항과 지방관청 및 유림사회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김인후(金麟厚, 1510년 ~ 1560년)는 조선의 문신이자 학자로 자는 후지, 호는 하서(河西), 본관은 울산이다. 전라남도 장성에서 태어나 김안국의 제자로 수학하였으며, 후에 성균관에 들어가 유생이 되어 이황과 함께 학문을 닦았다.

중종 때 문과에 급제하여 승문원 정자에 등용되었으며 명종이 즉위하고,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병을 이유로 장성에 돌아가 성리학의 연구에 몰두하였다. 이황의 이기 일물설에 반대하며 이기는 혼합해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천문·지리·의약·산수·율력에 정통하였다. 저서에 《하서집》, 〈주역관상편〉 등이 있다.

정조는 "도학과 절의, 문장을 모두 갖추고 있는 사람은 오직 하서 한 사람뿐"이라고 칭송하였다. 인촌 김성수가 김인후(金麟厚)의 13대손이다.

하서 김인후는 인종의 세자 시절 스승이었는데 인종은 어진 성품과 뛰어난 학식을 갖춰 명군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1545년 즉위 8개월 만에 30세의 젊은 나이로 병사(病死)하였고, 인종의 이복동생 명종이 보위에 올라 하서를 등용하려 했으나, 인종이 승하한 뒤 정치에 뜻을 접은 하서는 벼슬을 탐내지 않고 고향 장성에 칩거하며 후학 양성에만 매진하였다.

필암서원에는 하서와 세자 시절의 인종이 얼마나 막역한 사이였는지 보여주는 유물이 많다. 인종이 직접 그려 스승인 하서에게 줬다는 그림 묵죽도(墨竹圖)와 인종 승하 후 하서가 그를 ‘님’에 비유해 쓴 시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인종이 하사한 그림 ‘묵죽도(墨竹圖)’를 보관하기 위해 지은 경장각(敬藏閣) 건물 현판의 흘림체 글씨는 정조가 직접 쓴 것이다.

필암서원 초입에 세워진 거대한 규모의 주변정리 기념비. 당시 군수 명의로 세웠는데 이 또한 과공비례(過恭非禮)로 보인다. 정리되어야 할 정리 기념비이다/ 사진출처=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필암서원 모습. 소박한 규모의 홍살문 옆으로는 말에서 내리는 하마석(下馬石)이 있고, 정문을 겸하는 누각 확연루(廓然樓)는 팔작지붕을 얹어 품위를 더한 의젓한 모습이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장방형 2층 누각으로 아래층 3개의 출입문과 위층 3개의 널문을 모두 열어젖힐 수 있다. 현판은 우암 송시열 글씨이다/ 사진출처=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확연루 아래 문으로 들어서면 강당 청절당(淸節堂)이다. 대개 서원의 강당은 들어서는 사람과 마주 보는 ㄷ자형으로 놓이는데 필암서원은 강당을 앞에 놓고 뒷모습을 보인 채 돌아앉은 조금은 완고한 모습이다. 왼쪽 협문을 통해 들어간다/ 사진출처=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협문으로 들어서서 돌아본 강당 청절당(淸節堂) 앞모습. 마침 마을 어르신들의 유학 교실이 열리고 있었다/ 사진출처=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강당 앞쪽으로는 2개의 현판이 걸려있는데 '필암서원(筆巖書院)' 현판은 학자 윤봉구가 썼으며, '청절당(淸節堂)'은 송시열이 쓴 김인후 신도비의 '청풍대절(淸風大節)'에서 따온 말로 송준길이 썼다. 節(절) 자를 불균형하게 쓴 것이 눈길을 끈다/ 사진출처=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강당의 안쪽에는 ‘백록동 학규(白鹿洞 學規)’가 걸려있다. 오늘날 교훈(校訓)쯤 되는데 첫머리에 삼강오륜의 다섯 가지 가르침을 시작으로 다양한 가르침을 적어놓았다/ 사진출처=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강당 청절당(淸節堂)에서 바라본 서원의 모습. 강학 공간의 좌우로 동재와 서재가 있고 정면은 사당으로 들어가는 내삼문이며 사당 앞 왼쪽은 인종이 하사한 묵죽도의 판각이 보관된 경장각(敬藏閣)이다. 사당 앞 오른쪽으로는 비석이 하나 서 있고 사당 동편은 문집을 보관한 장판각과 관리하는 하인들이 머무는 한장사이다/ 사진출처=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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