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2.11 18:24

여덟 번째 서원, 장성 필암서원(筆巖書院)

인종과 김인후
하서 김인후는 인종이 세자 시절, 세자시강원에서 세자보도(世子補導)라는 직책으로 인종에게 글을 가르쳤고, 스승 하서에게 매료된 인종은 정표로 직접 그린 묵죽도를 하사하였는데 이를 판각하여 경장각(敬藏閣)에 보관하였다.

인종이 즉위 8개월 만에 승하하자 그 충격으로 하서는 벼슬을 접고 낙향하여 후학 양성에 힘썼다고 하는데 해마다 인종의 서거일인 음력 7월 초하루면 술 한 병 들고 집 앞의 산에 올라 밤새 한 잔 마시고 곡(哭) 한 번 하는 일을 평생토록 하였다고 한다.

인종이 하서에게 그려주었다는 묵죽도(墨竹圖). 판각으로 새겨서 보관하였는데 그림 여백에 하서가 답시를 써넣었다/ 사진출처=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根枝節葉盡精微  뿌리 가지 마디 잎새 모두 다 정미롭고
石友精神在範圍  굳은 돌은 벗 인양 주위에 들어있네
始覺聖神侔造化  성스런 우리 임금 조화를 짝하시니
一團天地不能違  천지와 함께 뭉쳐 어김이 없으셔라
묵죽도를 보관하였다는 경장각(敬藏閣). 하서 김인후 선생을 문묘에 배향하려 할 때 정조가 내린 내탕금으로 세웠으며, 현판은 정조 친필 초서로 벌레를 막으려고 방충막을 쳐 놓았다/ 사진출처=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김인후와 그의 제자이자 사위인 양자징을 배향한 사당 우동사(祐東祠), 내삼문 외에 우측으로 협문이 있다. 편액은 주자(朱子)의 글씨를 집자하였다/ 사진출처=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사당 앞에 서 있는 비석에는 필암서원계생비(筆巖書院繫牲碑)라고 새겼는데 계생비(繫牲碑)란 제향 때 쓸 가축을 묶어놓고 관계자들이 살펴보는 비석이라는 뜻이며 뒷면에는 서원의 건립 취지와 연혁 등을 기록한 묘정비(廟庭碑)도 겸하고 있어 드물게 특이하다/ 사진출처=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필암서원은 서원의 일반적인 형태인 전학후묘(前學後廟)를 띠고 있으나 강당과 사당이 마주 보는 형태로 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간결한 느낌이다.

서원 옆에는 별도의 역사유물관을 지어 하서 김인후 선생과 관련된 자료들을 잘 정리해 놓아 탐방객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데 필암서원 문적 일체가 보물 제587호로 지정되어 있고, 하서 선생 문집 목판 등은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중에는 서원 소속의 노비를 기록한 노비보, 역대 원장들 명단은 물론 서원 방문자 명단인 봉심록(奉審錄)도 있어 흥미롭다.
(유물전시관 입장료 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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