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왕실의 유명한 이름들이 있다. 그 중 특별한 애잔함으로 남는 이름이 소년 왕 투탕카멘이다. 투탕카멘은 이름보다 그의 화려한 가면을 먼저 알고 있었다. 가면에 가려진 모습이 전하는 비밀스러운 분위기가 호기심을 유발했다. 투탕카멘은 1922년 하워드 카터에 의해 분묘가 발견되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여행의 마무리 시점인 카이로 고고학박물관 전시실 로비 가운데에서 황금의자가 시선을 끌었다. 투탕카멘의 유물관 전시실 입구에서 찬란한 황금색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의자에 남겨진 소년 왕 부부의 모습이다. 거대한 파라오의 모습으로 이어지는 투탕카멘의 화려한 황금 가면과 어울리지 않는 소꿉장난을 하는 것 같은 두 연인의 모습이었다.
투탕카멘은 제 18왕조 아케나텐 왕의 사후 왕위를 이어받은 소년 왕이다. 투탕카멘의 양친이 누구였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으며, 그의 업적도 남겨진 것이 없이 역사에서 잊힌 왕이다. 그는 유년 시절을 네프라티티가 사는 아텐의 북쪽 궁전에서 보냈다고만 알려져 있다. 네프라티티는 그를 아들처럼 사랑해서 아케나텐 사후 그의 셋째 딸인 안케세나멘과 결혼을 시켜 투탕카멘에게 왕좌를 넘겨준다. 아케나텐의 사망으로 왕위 계승권이 과부가 된 안케세나멘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탕카멘의 재위시절도 그다지 길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의 미라가 사망 시 20세 이하로 즉위 시기는 10세나 11세일 것이다. 역사학자들에 의하면 그의 재위 기간이 9년 정도로 젊어서 사망하였기 때문에 특별한 업적이 없어 역사 속으로 묻혔을 것이라 한다.
투탕카멘과 결혼한 안케세나멘은 아케나텐의 딸로 자신의 딸을 왕비로 삼았다. 아버지의 왕비가 된 딸은 아케나텐의 사후 다시 어머니 네프라티티에 의하여 투탕카멘과 결혼한다. 안케세나멘의 아버지이며 전 남편이었던 아케나텐은 국가의 최고신으로 숭배되던 아멘 라신을 거부하고 아텐 신을 절대 신으로 하는 일신교로 종교개혁을 시도하였다. 신관단의 세력을 피하여 테베에서 이동하여 텔 알 아마르나시에 새로운 왕궁 아마르나를 건립하였으나 아케나텐이 새로운 시대를 펼치려 하였던 아마르나 왕궁은 현재 돌무덤만 남아있다.
그의 특별한 행동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아버지가 사모하여 데려온 아름다운 여인 테프라티티를 아내로 맞이하여 유난스러운 애정으로 사랑을 과시하였으나 후일 자신의 셋째 딸인 안케세나멘을 자신의 왕비로 지목하여 네프라티티를 경악하게 하였다. 그 당시 남겨진 기록에 의하면 이집트 왕가에서는 형제자매의 결혼도 일반적이었으며 부녀간의 결혼도 드물지 않았으나 네프라티티와 일부일처의 관계를 유지하던 아케나텐의 돌발 행동은 그의 아버지인 아멘호테프 3세의 유전인자를 이어받았다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 또한 그의 전신상에서 보이는 특이한 모습에서 그가 뇌수종을 앓고 있어 뇌의 기능이 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이유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은 추정들이다.
이집트 여행 후 하얀 소국이 피기 시작하자 제일 먼저 떠오른 단어가 수레국화였다. 수레국화는 건조한 이집트 땅에서 피는 꽃으로 붉은색, 하얀색, 보라색의 꽃을 여름부터 가을까지 겹으로 피운다. 영국인 하워드 카터가 투탕카멘의 무덤 발굴 당시 화려한 관 옆에 놓여있던 작은 보라색 꽃다발이다. 3천 년의 세월이 흘러도 무덤 안에서 그 색을 간직하고 있던 꽃다발이 소년 왕이던 남편(20세 경 사망)에게 마지막 인사를 보내는 어린 왕비의 마음을 그대로 품고 있는 듯하였다고 카터는 회고한다. 황금색 의자에 남겨진 모습에서 이들 부부의 이야기를 알아갈수록 애틋함이 더 진해진다.
어린 왕비 안케세나멘은 투탕카멘 사후 정무대신이었던 아이가 왕의 유력한 후보로 지명되자 고령인 아이와 세 번째 결혼을 하여야 하는 운명에 이른다. 그녀는 아이와 결혼을 피하고자 이웃나라 히타이트의 슈필라우마 왕에게 편지를 보내 젊은 왕자에게 구혼하였으나 왕자가 떠났다는 기록은 남겨져 있는데 도착하였다는 기록은 찾을 수가 없다. 결혼을 피할 수 없는 안케세나멘은 아이와 결혼을 하였으나 고령이었던 아이의 재위기간은 4년으로 끝나고 제 18왕조는 막을 내린다.
하워트 카터가 발견한 투탕카멘의 분묘에 남겨진 조상과 그들의 일상 생활모습에서 어린 소년왕 부부가 서로 사랑하며 살았음을 보여주는 따스함이 전해진다. 황금의자에는 의자에 걸터앉은 투탕카멘에게 안케세나멘이 향유를 바르는 광경이 채색부조로 묘사되었다.
화려한 황금의자에 남겨진 연인의 안타까운 뒷모습이다. 운명에 휩쓸렸던 젊은 부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인간의 의지로는 해결이 되지는 않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생각한다. 수많은 시간대를 넘어 인간이 살아 온 어느 시기에나 슬픔의 별이 지닌 이야기가 남겨지고 있다. 그날 밤 이집트 사막의 하늘에서도 총총하게 별이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