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학번, 586세대가 그 당시 대학을 들어갈 때 ‘4당5락’이라는 말이 한창 유행했다. 해석하자면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4시간 자면 합격이고 5시간 자면 불합격한다는 말이었다. 그만큼 80년대 당시에도 고3 학생들이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세월이 30여 년 흐른 2020년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대학 문은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특히 서울 소재 SKY라고 일컬어지는 대학은 더더욱 힘든 상황이다. 더 나아가 의대를 들어가는 것은 좀 과장하자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이라고 한다.
공부를 좀 한다는 아들이 2019년 입시에서 실패의 아픔을 겪고 재수의 길을 선택했다.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기숙학원에 보내기로 했다. 기숙학원은 재수하는 학생을 위해 그곳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오직 공부에만 매진하도록 하는 곳이었다. 2020년 새해 첫날에 아들과 함께 그곳을 방문했다. 기숙 학원 담당자의 설명회를 들었다. 설명회를 들으면서 딴 세상의 얘길 듣는 착각에 잠시 빠졌다. 그동안 아들에게 너무 무심했다는 자책감도 많이 밀려왔다.
설명회를 들으며 30년 전과 너무나 달라진 입시 제도를 접하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가 입시 지옥이라고 하는 말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면 필자가 치렀던 86년 입시는 340점 만점에 대략 290점 수준이면 지방대 의대는 어느 정도 합격할 수 있는 점수였다. 그러나 지금의 입시는 400점 만점에 최소 390점은 받아야 겨우 입학을 할 수가 있다. 즉, 30년 전의 입시는 100점으로 환산 시 85점 수준이면 입학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98점을 받아야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98점이라는 점수를 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부연하면, 현재의 수능은 총 4과목으로 치러지고 국어 45, 영어 45, 수학 30 그리고 과학탐구 40문항으로 총 160문항을 테스트한다. 160개 문항에서 의대를 안정권으로 입학하기 위해 155개 문항 이상을 맞추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4과목당 각각 1개 문항 이상을 틀리면 불합격한다는 의미이다. 정말 끔찍한 점수이다. 어떻게 이런 점수를 사람이 받을 수 있을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든다. 과연 필자가 현재의 고3으로 이런 시험을 치른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재학생 기준으로 2019년 수능 수험생은 44만 명이었다. 이 중에서 1,500명이 의대에 진학한다고 봤을 때 거의 상위 0.3%에 들어야 의대에 입학이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그럼 왜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렇게 의대를 기를 쓰고 들어 가려 하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를 보면 쉽게 답을 알 수 있다. 의대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일반 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취업에 대한 걱정은 잊을 수 있고, 취업 후에도 일반 직장인이 받는 월급에 비해 몇 배의 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국가 정책도 이러한 의대 선호에 대해 기여를 했다고 본다. 병아리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외부에서 알을 깨어 병아리가 나올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의대가 아직도 이렇게 대접을 받는 이유는 의사 수가 수급 측면에서 여전히 많이 부족하고 그 숫자만큼 많이 뽑으면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런 부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은 오직 국가만이 개선을 할 수가 있다. 즉, 국가에서 의지를 갖고 부족한 의사 수를 늘리고 의사 한 명당 진료받을 수 있는 환자 수를 줄여주어야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또한 의사 수가 많아지면 자연히 의사들의 보수도 일반 직장인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의대에 대한 수험생들의 쏠림 현상도 자연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3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입시 제도도 조금씩 변화를 가져왔지만, 여전히 변치 않은 것은 12년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하루에 그 결과를 측정하는 것이다. 오직 대학 입시만을 위해 초등 6년, 중고 6년 합쳐서 12년의 세월을 수능을 위해 준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12년 세월 동안 준비한 공부를 단 하루 만에 평가한다는 것이 여전히 불합리해 보인다. 하루라는 시간이 수험생들에게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지는 사례를 주위에서 많이 보곤 한다. 하루 만에 치러지는 수능 제도도 이젠 개선의 여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5당6락’ 5개 문항 틀리면 합격이고 6개 문항 틀리면 불합격이라는 이 불편한 진실을 하루빨리 개선하여 젊은 세대가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앞서 살아가는 우리 586세대의 몫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