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3.19 11:14

온 나라가 난리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대한민국 전체를 혼란 속으로 몰고 있다. 특히 대구, 경북에서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수  천 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수십 명이 죽어가고 있다. 대부분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이 병에 걸리면 사망에 이른다고 하지만 보통 사람들도 안심할 수 없다. 이 병의 특징은 전염성이 워낙 강하여 같은 자리에 있기만 해도 전염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이 병을 예방하는 가장 우선적인 방법은 다수가 모이는 장소에 가능한 가지 않고 집에서 지내는 것이다. 그런데도 다수가 모일 수밖에 없는 곳은 병원이다. 현재 확산하고 있는 이 전염병에 걸린 수천 명의 환자는 결국 병원에서 치료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많은 의사가 팔을 걷고 자원봉사에 나섰다. 그중에 특이한 분도 있었다. 의사이기도 하고 정치인이기도 한 분이다. 이분이 대구에 있는 모 병원에서 전염병에 걸린 환자들을 돌보면서 온통 땀에 젖은 사진이 매스컴에 실렸다. 50 넘게 살아오면서 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맺힐 정도의 감동한 건 처음이었다. 물론 이 경우는 한 사람의 정치인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의사에게 느낀 감동의 순간이었다.

사진제공=박진훈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이 한 장의 사진으로 그분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을 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 정치인  중에도 의사 출신이 일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분 말고 누구도 이렇게 발 벗고 나서서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는 곳을 직접 가서 봉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올 4월에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행여나 의료 봉사 중 본인도 감염될 수도 있는 불안감과 그 감염으로 인해 그들이 4년 동안 꿈꾸어 왔던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을 쟁취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생각은 다분히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분의 의료 봉사 활동을 보고서 참 말들이 많다. 이분과 뜻을 달리하는 정치인들이다. 어떤 이는 ‘4월 총선을 위해 본인이 속한 당의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일종의 연출이다’, 혹자는 ‘본인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등등. 이분과 뜻을 달리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당연히 그런 생각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이분이 하는 일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다. 본인의 건강, 좀 더 확대해석하자면 목숨도 담보로 하고 봉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료봉사에 대해 당리당략으로 해석해서 단순한 연출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본인들도 수십 명, 수백 명의 전염병 환자가 있는 그 병원에서 하루라도 의료 봉사는 못하더라도 의사를 도와주는 허드렛일이라도 한번 해보라고.

정치도 제발 인간의 도리를 지키는 범주에서 행해졌으면 한다.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부를 가지고 있고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 최고의 학부를 나온 사람이다. 뭐 하나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다. 물론 정치판에선 본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아직 이루지 못한 부분은 있을 수 있다. 하나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굳이 목숨까지 담보로 의료 봉사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분의 행동에 대해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이는 극히 일부 정치인이라 생각한다. 대다수 국민, 대다수 정치인은 이분의 진정성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고 생각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고 인터넷 인프라도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다. 이런 나라가 왜 아직도 일부 개념 없는 사람들로 인해 정치 후진국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온 국민이 불안, 걱정, 근심이 많다. 이럴 때만이라도 한시적으로 될지언정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진보, 보수를 떠나서 한마음으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

이제 이 나라의 국민들도 과거 2~30년 전의 국민이 아니다, 어떤 정치적인 사안이나 이슈에 대해 정치인 못지않게 많은 이들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다. 가식과 진정성을 충분히 가려댈 정도의 역량은 가지고 있다. 진정성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대한민국이 아직은 살만한 나라라고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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