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4.14 10:56

이집트의 고도(古都) 룩소르의 4대 명물은 서안(西岸)에 있는 왕들의 계곡과 여왕(왕비)들의 계곡, 동안(東岸)의 카르나크 신전과 룩소르 신전이라고 하는데 그 마지막 순서로 룩소르 신전에 들렸다. 네 곳을 하루에 다 보는 건 시간상 무리였는데 일정을 강행군하다 보니 룩소르 신전에 들렸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져 뜻하지 않게 황홀한 야경(夜景)을 보게 되니 화(禍)가 복(福)이 된 느낌이었다.

카르나크 신전에서 남쪽으로 3Km쯤 떨어진 룩소르 신전은 스핑크스 로드로 연결되어있는데 현재 복원공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해마다 나일강 상류의 폭우로 홍수가 지게 되면 카르나크 신전에 모신 아몬 신과 부인 무트 신, 아들 콘수 신상을 룩소르 신전으로 모시며 풍년을 기원하는 오페트 축제가 열리는데 이처럼 룩소르 신전은 카르나크 신전의 별궁처럼 운영된 듯하다.

ㅇ 룩소르 신전(Luxor Temple)
룩소르 신전은 18 왕조 9대 파라오,  서안(西岸)에 있는 멤논의 거상 주인공으로 이집트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한 아멘호테프 3세가 아몬 신에게 바치기 위해 짓기 시작하였지만 생전에 마치지 못하였으며 이후 18 왕조 말 투탕카몬과 호렘헤브에 이르러 완공되었으나 19 왕조 람세스 2세가 다시 한번 대규모의 확장 공사로 마무리하였다.

그리하여 지금은 1 탑문과 그 앞에 세운 거대한 석상, 오벨리스크 등 람세스 2세의 건축물들이 신전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쪽으로 아멘호테프 3세의 건축물이 이어지는 구조인데 로마제국 점령기에 신전은 로마 군단의 주둔지였으며 무트 신전은 교회 예배당으로 쓰이기도 하여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있고, 아직도 입구 왼쪽에 자리한 이슬람 사원은 주민들의 반대로 철거하지 못한 채 지금도 계속 사용 중에 있는 특이한 곳이다.

룩소르 신전 전경. 람세스 2세가 건축한 1 탑문 앞에는 람세스 2세의 석상이 좌상 2개, 입상 4개로 모두 6개가 세워져 있는데 대부분 복원한 것이며 진품 2개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또한 23m 높이에 무게 280톤으로 현존하는 최대 크기의 람세스 2세 오벨리스크가 1쌍 2개가 있었으나 지금은 1개만 우뚝 서 있다. 나머지 1개는 1836년에 프랑스로 옮겨져 파리의 콩코드 광장에 서 있다
룩소르 사원 앞으로는 북쪽으로 3Km쯤 떨어진 카르나크 신전까지 이어진 신성한 길 '스핑크스 도로'가 있다. 현재 복원공사 중이라고 하는데 스핑크스 2000개가 있었다는 파라오의 길이 완공되면 두 신전을 걸어서 연결해 볼 수 있어 장관일 듯하다

1 탑문을 들어서면 람세스 2세 광장이다. ㄷ자로 둘러싼 거대한 기둥 회랑, 주랑(柱廊)이 에워싼 가운데 람세스 2세의 좌상과 입상이 즐비하다. 모두 74개의 기둥이 2열로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다

람세스 2세의 석상들은 모두 입상인데 비해 중앙 통로 좌우에는 의자에 앉은 거대한 좌상 2개가 놓여 있다. 좌상 사이로 회랑처럼 7개씩 2줄로 늘어선 16m 높이의 파피루스 기둥들은 아멘호테프 3세 광장으로 이어지는 주랑(柱廊)이다
람세스 2세 광장에는 아몬신이 새겨진 기둥(A)이 보이며, 좌상의 의자 옆면에는 아부심벨 사원에서 보았던 그림, 즉 상이집트와 하이집트의 상징인 연꽃과 파피루스를 하나로 묶어 통일을 상징하는 그림(B)이 새겨져 있다
기둥 사이로 들어와 아멘호테프 3세의 광장에서 뒤돌아본 열주(列柱)의 위용이 늠름하다. 이 건축물은 아멘호테프 3세 때 완공을 못 보았는데 그의 아들 아케나텐은 아몬 신앙을 부정하는 바람에 투탕카몬에 이르러서 완공되었다고 한다
열주(列柱) 사이에 있는 이 석상은 거대한 기둥을 세운 건축물을 완성한 투탕카몬과 부인 안케세나몬으로 추정된다
14개 기둥이 늘어선 열주(列柱)를 지나면 나타나는 아멘호테프 3세의 광장 역시 람세스 2세의 광장처럼 ㄷ자 모양이다. 모두 122개의 장대한 크기의 기둥들이 2줄 또는 4줄로 늘어서 있는데 람세스 광장처럼 다양한 석상들은 없었으며 최근에 보수를 했는지 광장 내부와 기둥머리 위쪽이 말끔해 보인다
정면 4줄로 늘어선 기둥들 사이로 들어가면 아몬 신의 지성소가 나온다
지성소 벽면에는 한때 기독교, 그러니까 이집트 콥트교에서 교회로 쓴 흔적이 남아 있는데 벽화 위에 덧칠한 기독교 성인(聖人)들 채색화가 보이며(왼쪽 사진) 정면 출입구 위로는 로마식 기둥 2개를 세우고 벽면을 둥글게 파낸 후 매끄럽게 표면 처리하여 교회를 상징하는 벽화나 장식물을 붙인듯한 스투코 양식(오른쪽 사진)이 남아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아몬 신을 모신 성소(聖所)가 나오는데 콥트교 예배당 등 이교도들이 사용하면서 벽화를 많이 훼손한 것이 발견되며 내부 구조도 임의 변경하면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1 탑문 왼쪽 안으로 여전히 남아있는 이슬람 사원, 미나렛(첨탑)과 돔 지붕에 조명이 환하다. 이슬람을 믿는 주민들의 반대로 신전 복원 공사 시에도 헐거나 옮기지 못했다는데 아몬 신전 위에 올라앉아서 불 밝혀 놓고 스피커로는 이슬람교 특유의 코란 경전을 암송하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 묘한 풍경이다

ㅇ 휴양도시 후루가다(Hurghada)
새벽부터 시작하여 밤늦게 마무리한 룩소르 하루 일정은 무리인 듯싶다. 크루즈에 돌아오니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피곤하다. 2~3일은 잡고 돌아봐야 할 듯싶다. 다음날은 3박을 머물던 크루즈에서 체크 아웃하여 버스를 타고 4시간을 달려 후루가다로 옮겨갔다. 동해바다를 따라 달리는 강원도 7번 국도처럼 사막을 끼고 달리며 바라보는 홍해 바다는 삭막한 사막과 시원한 바다 풍광이 어우러져 나름 이국적인 감상에 젖게 한다.

후루가다는 홍해 바다를 연하여 자리 잡은 휴양지로 20세기에 건설된 관광도시이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리조트들이 가득하며 놀이동산처럼 손목에 채워주는 밴드로 투숙객을 확인하며 맥주를 포함, 음료와 각종 뷔페식 음식을 무한 제공하는 비치 식당이 특색이었다. 다양한 인종의 각국 사람들이 들고 나는 모습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아스완이나 룩소르에서의 이집트와는 별천지처럼 보인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옵션으로 신청한 사막 지프 투어에 나서 모래밭을 달리거나 모래언덕에 올라보았으며 베드윈 족이 사는 마을을 찾아가 차도 한잔 마시고 오래된 사막의 우물이나 그들만의 생활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시간을 가졌다. 어두워진 후에 도로도 없고 표지판도 없는 사막길을 되짚어 나오는 드라이버들이 신기했다.

홍해 바닷가를 연하여 자리 잡은 대형 리조트의 비치 식당. 주류와 식음료를 포함 다양한 식단이 무한리필이다. 바닷가로 이어진 산책로와 편안한 베드를 보니 세상 근심 다 잊고 며칠 쉬어가고 싶었다

[계속]
내 나라 문화유산 답사회 : https://band.us/@4560dapsa

*사진제공=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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