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6.12 11:08

빙하지대를 둘러보고 번지점프의 고향을 찾아본 우리의 다음 목표는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 : 바다가 육지 깊숙히 좁게 들어온 狹彎(협만)을 Sound라고 한다.)이다. 뉴질랜드 남섬에 왔다면 밀포드 사운드를 보아야한다. 걸어서 트래킹으로 다녀보면 더 좋았겠지만 캠버밴을 세워놓고 일주일 남짓 트래킹이 여의치 않아 차량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남섬의 좌측 하단부는 양곱창처럼 구불구불한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 (FIORDLAND NATIONAL PARK)이다. 머리에 눈(雪)을 이고있는 험준한 산이 깎아지른듯 솟아있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절벽으로는 빙하녹은 물이 녹아 폭포수로 흘러내리며 평지에는 꽃이 피고 들풀이 나부끼는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지는 곳. 이곳이 우리가 사는 행성 지구가 맞나 싶은 곳.

필자는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때 마치 지구별이 아닌 우주여행중 우주선이 불시착한 어느 행성인듯하다고 표현하였다. 이제 그 밀포드 사운드로 가기위하여 우리는 베이스 캠프로 Te Anau(테 아나우)를 택하였다.

밀포드 사운드에는 숙소가 없다. 그래서 약 120Km쯤 떨어진 테 아나우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밀포드사운드로 갈 예정이다. 그리하여 이번 뉴질랜드 일정중 테 아나우에서는 유일하게 2박을 하게 되었다.

퀸즈타운(A)에서 테 아나우(B)로 가서 1박을 하고, 다음날 밀포드 사운드(C)를 다녀와 다시 테 아나우(B)에서 2박을 한 일정표.

사실 지도로만 보면 퀸즈타운에서 밀포드 사운드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그러나 산은 높고 계곡은 깊으며 개설된 도로가 험로(險路)이다. 이곳 지형상 도로개설이나 터널개통이 쉽지 않았을것이며, 무엇보다 건설공법이 부족한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보존하려는 뜻일것이다.

퀸즈타운에서 밀포드사운드 방향으로는 밀포드 사운드의 트래킹인 밀포드 트랙과 함께 유명한 루트번 트랙이 있어 수많은 트래커들이 찾는 코스이기도 한데 제한된 인원만 사전예약으로 가능한 밀포드 트랙이 통제가 심한 방면 루트번 트랙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코스이다.
 
퀸즈타운에서 테 아나우까지는 불과 200Km가 채 안되는데 출발하는 아침에 이슬비가 내렸다. 전 일정중에서 처음으로 비가 왔지만, 여행에는 큰 지장이 없이 오히려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좋은 그런 아침이다.

드넓은 초원에는 양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으며, 거대한 와카티푸(Wakatipu) 호수를 따라 오전내 달려 퀸즈타운을 벗어나 테 아나우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자유시간으로 편히 쉬기로 하였다. 휴식으로 체력을 비축하고 내일 밀포드 사운드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테 아나우는 퀸즈타운의 와카티푸 호수보다 더 큰 테 아나우 호수를 옆에 두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두번째 큰 테 아나우 호수(최대호수는 북섬의 타우포 호수)지만 그 깊이는 최고로 알려져있다.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
 
Milford Sound (밀포드 사운드)는 1년에 2/3 비가 온다고 한다.
그러나 비가 와도 금방 그치고 또 쏟아지기를 반복하는데 온통 높은 산인 이곳은 비가 내리면 곳곳에 폭포수가 흘러넘쳐 환상이라고 하니 어제 비가 온 후 오늘 개었으니 경치가 좋을 것을 기대하고 아침일찍 숙소를 출발하였다.
 
테 아나우에서 밀포드까지 가는 94번 도로 '밀포드 로드'는 또한 그 자체로 환상이다.

가는중에 밀포드 트래킹이 시작되는 Ta Anau Downs(테 아나우 다운스)를 지나고, 유리호수라 불리우는 Mirror Lake(미러 레이크)를 볼 수 있으며, 루트번 트랙이 시작되는 The Divide(더 디바이드)를 지나가는데 어느 곳 하나 소홀 할 수가 없다.
결정적으로는 밀포드 사운드로 넘어가는 산악지형에 뚫린 Homer Tunnel(호머 터널)과 그 주변의 경치들인데 앞서 말한 지구별이 아닌 어느 곳인가의 행성에 온것은 아닌지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트래킹으로 유명한 Milford Track(밀포드 트랙)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길'로 불리운다. Te Anau(테 아나우)호수의 다운스에서 배를타고 Glade Wharf(글레이드 워프)로 이동, Fiordland(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을 걸어서 지나 밀포드 사운드의 샌드 플라이 포인트에 이르는 길이 54Km, 4박 5일 코스이다.

19세기 후반 탁월한 등반 가이드였던 Quintin Mackinnon(퀸틴 매키넌)이 개척한 것으로 알려지며, 봄(11월)부터 가을(이듬해 4월)까지만 개방되는데 개별트래킹과 가이드 트래킹을 선택할수 있으나 하루 입장객이 제한되니 반드시 사전 예약해야 한다. 이번에 캠퍼밴 여행이다보니 트래킹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 다음에는 트래킹에 도전할 생각이다.
 

테 아나우 다운스에 있는 선착장. 여기서 배를 타고 글레이드 워프까지 이동후 밀포드 트래킹이 시작된다.

잠깐 Te Anau Downs를 둘러본 후 다시 94번도로, 밀포드 로드를 달린다. 아직 밀포드 사운드까지는 91Km 남았는데 조금 지나니 Mirror Lake(거울 호수)가 나타난다. 노변에 차를 세우고 데크로 이어진 산책로를 잠시 걸어본다.

별반 크지 않은 호수... 맑은 날이면 건너편 산이 호수에 잠긴 채 거울처럼 비친다는데 이 날은 구름에 가린채 산은 보이지 않고 계속 바람이 불어 수면에는 잔 물결이 이는 탓에 아무것도 비쳐지지 않아 아쉬웠다.

이곳에는 Mirror Lake라고 쓴 간판을 거꾸로, 또 좌우가 반대로 씌여져 있다. 그래야 물에 비치면 똑바로 보인다고...

거울호수에 아쉬움을 갖고 조금 더 올라가니 화장실과 휴식공간을 갖춘, 밀포드 트랙만큼 유명한 루트번 트랙의 트래킹이 시작되는 곳, The Divide(더 디바이드)이다.

루트번 트랙은 33Km 거리로 2박3일 코스를 많이 선호하며, 밀포드 사운드 트랙보다는 다이내믹하고 산악코스가 많다고 하며, 밀포드 사운드 트랙과 마찬가지로 사전예약제이기는 하나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루트번 트랙 시작점, 코스 안내와 준비물, 주의 사항 등 설명 간판이 세워져 있으며 통제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 밀포드 로드를 달린다. 숲 너머로 보이는 설산(雪山)의 위용이 만만치 않지만 바라보는 풍광은 너무 아름답다.
험한 산길을 넘고 계곡을 흐르는 물 옆으로 지나고 폭포도 만나며 경탄하며 달리는 밀포드 로드. 중간 산마루에 전망대가 있어 잠시 차에서 내려 사방을 둘러본다. 산세가 험악하고 계곡(Hollyford valley)은 매우 깊고 넓고 길다. 그렇게 쉬엄쉬엄 달리다보니 이제 밀포드 사운드까지 24Km. 산세는 점점 험해진다. 곧 터널을 지나야한다.

경치에 취하며 멋진 숲길과 험난한 산길을 달려온 밀포드 로드...

그러나 호머 터널(Homer Tunner)을 만나면 일단 멈추어야 한다. 터널이 일방통행이기에 신호등을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이 터널은 1950년대 세계 대공황의 경제불황에 뉴질랜드 정부가 경기활성화 자구책으로 시행한 대규모 토목공사로 18년동안 바위산을 깨고 뚫어서 1953년에 터널(1,219m)을 완성하였으며, 이로서 밀포드 사운드가 세계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고 한다.

터널을 지나면 또다른 풍경, 구불구불 옛 대관령길처럼 감아돌며 내려가는 지형과 좌우로는 바위산에서 흘러내리는 빙하 녹은 폭포수가 또한 장관이다. 그리고는 바로 밀포드 사운드 선착장이다.

호머터널 입구에 도착하니 차량들이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참을 기다려 신호가 바뀐후 터널도 들어서니 편도 통행으로 좁은 공간이며 게다가 어둡기까지 하다. 터널을 벗어날 때쯤 비로소 환해지는데 이내 구비구비 돌아가며 내려가는 길이 위험하다. 그래도 터널이 있어 넘어와 볼 수 있는 곳이다.
터널 반대쪽 출구 위 급경사 절벽에는 우리 상식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폭포가 보인다. 험한 암벽 사이사이로 여러줄기 흐르는 물줄기들. 밀포드 사운드 폭포이다.
옛날 대관령길 같이 구불거리는산길을 내려오면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한것이다. 관광객들을 위한 작은 비행장이 보이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십여분 걸어가면 선착장이다. 이곳에는 2~3개 회사가 크루즈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레드보트를 탔다.

밀포드 크루즈를 미리 예약하였지만 현지에 도착해보니 시간 여유가 생겨 배를 변경하였다. 시간도 앞당기고 약간 작은 배로 바꾸었는데 항해시간은 30분이 더 길며 요금은 4불씩 추가되었다.

그 이유는 작은 배는 바다 밑으로 떨어지는 폭포 밑으로 들어간다고 하며, 물개 서식지나 펭귄 등을 발견하면 더 가까이 들어갈수 있다는 점이다. 작아서 좋은 까닭이다. 1시에 크루즈에 승선하여 3시10분에 하선하기까지 약 2시간동안 밀포드 사운드 이곳 저곳을 살펴볼 수 있었다.

드디어 출항, 마치 북한강을 따라 내려가는듯한 느낌으로 잔잔해보이지만 이곳은 분명히 바다.. 굽이진 지형을 따라 이리저리 둘러보며 나갔다가 큰 바다를 만나면 다시 돌아오는 2시간 코스이다.
밀포드 사운드에는 3~4개의 큰 폭포가 바다로 직접 떨어진다. 유람선이 폭포 가까이 접근하는데 승객들에게 미리 비 옷을 나누어 준다. 폭포물이 튀면 소리를 지르며 즐기는 관광객들에게는 좋은 경험이다.
유람선은 바위 위에서 물개들이 놀고 있는 물개 서식지도 들리고, 헤엄치는 펭귄들을 만나면 배를 세워주어 관광객들이 사진도 찍고 관찰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만날수 없는 장면이다. 그렇게 1시간쯤 즐기며 나오면 큰 바다... Tasman Sea (타즈만 해)를 만나는데 여기서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간다. 들어오며 바라보는 경치는 나갈때와는 또 다르다. 중간에 해저 전망대에 잠시 들리는데 희망자는 배에서 내려 해저를 구경 할 수 있다.
다시 들어가며 바라본 밀포드 사운드. 쿡 선장도 여기를 지났지만 이곳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밀포드 사운드는 트래킹으로 걸어보아야 참 맛을 알수 있다고 했는데 크루즈로 만족하고 트래킹을 못한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크루즈 만으로도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지금도 눈에 선한 밀포드 로드 주변의 경치와 밀포드 사운드 협곡의 웅장함...

다음에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트래킹은 반드시 하고 싶다. 또한 선상에서 1박하면서 밀포드 사운드를 즐기는 오버나이트 크루즈도 해보고 싶고, 테 아나우에서 좀 더 아랫쪽으로 내려가 밀포드 사운드만큼 유명한 다웃풀 사운드도 밟아보고 싶다.
노르웨이의 퐁네 피오르드와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밀포드 사운드를 이렇게 다녀왔다.
 
뉴질랜드의 최 남단인 이곳에는 복병(伏兵)... 샌드 플라이가 있다.
플라이지만 파리가 아닌 모기, 그것도 한번 물리면 참기 어려울만큼 가렵고 자칫 긁었다면 흉터와 진물로 고생한다는 샌드 플라이.
현지에서 날씨가 아직 춥고 또 어제 비가 와서 샌드 플라이 걱정은 없다기에 방충제를 구매하였지만 사용하지는 않았다.
다행이 밀포드 사운드에서 샌드플라이를 만나지는 않았지만 다음날 우리는 샌드플라이에게 결국 당하고야 말았다.

< 계  속 >

내 나라 문화유산 답사회 : https://band.us/@4560dapsa

*사진 제공=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조선일보 조선닷컴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