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는 우리나라보다 2. 7배 크기에 인구는 440만에 불과한데다 북섬 오클랜드에 140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니 나머지 지역에 인구는 별반 없는 셈이다. 그것도 도시 위주로 몰려있으니 도시가 아닌곳이야 그저 한적할뿐이다.
지도상 도시로 표기되는곳도 기실은 인구 수 천명안팎의 우리나라 면단위쯤이나 될까? 아주 소박하고 적적하기만 하다. 그래도 도시마다 보이는 아담하고 작은 시골교회... 너무나 예쁜 건축물들이다.
Invercargill(인버카길)은 평지에 들어앉은 작지만 정갈한 도시 뉴질랜드 남섬의 최남단에 위치하였으니 지구상 최남단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코틀랜드 이주민들이 정착, 개척하여 발전시킨 도시로 현지인들은 '인버카고'라는 발음에 가깝게 부르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도시에는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우리는 여늬 도시에서처럼 맨 먼저 방문자 센터 겸 여행정보안내소 역할을 하는 i Senter부터 들리기로 했다. 그런데 i Senter는 바로 퀸즈파크옆 사우스랜드 박물관 건물에 있었다.
박물관은 남섬 인근의 지역들에 대한 역사와 문화 등을 분류, 전시하고 있으며 마오리 문화에 대한 별도의 공간도 있었다. 또한 아트 갤러리에서는 유명작가의 작품 전시회등을 개최하고 있었는데 우리들의 눈길을 끈 것은 작은 도마뱀처럼 보이는 Tuatara(투아타라)였다. 관람객들을 위하여 1층에 별도의 사육실을 지어놓고 키우고 있었는데 낯설기만한 파충류였다.
박물관 뒷편으로는 넓은 규모의 공원, Queens Park(퀸즈파크)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18홀의 골프 코스가 있어 마침 시간도 넉넉하길래 운동을 하기로 했다. 비회원 기준 30NZD(뉴질랜드 달러)였으며, 골프채를 렌탈하고, 골프공을 몇개 사니 50불쯤 들었다. 골프샵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수 십년은 되어 보이는 골동품 수준의 골프채를 한 세트씩 받아서 각자 카트에 끌고 나왔다.
이번 뉴질랜드 여행중 남섬에서 한번, 북섬에서 한번은 골프를 치자 했는데 이렇게 최남단도시에서 기회가 되었다. 아마 세계 최남단 골프장이 아닌가 싶다. 북섬 최북단에서도 한번 더 치자고 약속하면서 몇 시간동안 골프를 즐겼다.
그런데 우리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남섬의 복병... 바로 샌드 플라이였다. 원래 밀포드 사운드에서 조심하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그 전날 비가 내렸고 날씨가 선선해서 괜찮다고 넘어갔던 샌드 플라이(사막의 모기)
뉴질랜드를 탐험한 제임스 쿡도 질렸다고 일기에 썼다는 샌드 플라이를 이날 골프장에서 만날 줄이야.. 게다가 자유분방(?)하게 반바지 차림으로 풀 숲을 누비고 다녔으니 족히 수 십방은 물리고 뜯기고... 핏자국이 여기저기 선명하다.
절대 긁으면 안된다고해서 현지에서 구입한 약품을 발랐는데 우리나라 산초와 비슷한 냄새가 상당히 역하다. 그래도 긁지 않고 버티며 며칠 보내니 꾸덕꾸덕해지면서 좋아지는데 일행 중 한 사람은 그만 긁은 탓에 여행 내내 괴로워해야 했다.
여성들은 천주교 의식때처럼 포장형식의 천이 달린 모자를 쓰기도 한다니 대단한 샌드플라이였다. 아무튼 골프도 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후 바로 숙소로 이동하여 편안한 휴식을 취하였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 우리로 말하면 해남 땅끝 마을쯤 되는 Bluff(블러프)를 둘러보기로 하였다. 엄밀히 말하면 인버카길이 최남단은 아니며 약 30Km쯤 남쪽에 있는 블러프가 바로 바닷가 마을이다.
블러프를 도시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작은지라 인버카길을 최남단 도시라고 해도 틀린것은 아닐테지만 블러프가 정확히 최남단이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남섬 밑에 있는 또다른 섬 '스튜어트 아일랜드'로 넘어갈 수 있는데 우리는 블러프까지만 가보기로 하였다.
다음날 아침 일찌감치 블러프를 향하였다. 아무래도 남섬의 땅끝 마을을 꼭 찍어봐야할듯 했다. 한때 남극해 주변에서 고래를 잡던 포경선들로 북적이던 곳... 포경선 기지가 있던 그 자리가 최남단 꼭지점이다.
이곳에서 뉴질랜드 남북을 종단하는 제1의 도로, 1번국도가 시작되어 북섬의 끝단까지 이어진다. 차로 돌아보면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작은 마을이다.
뉴질랜드는 모든 곳, 어느 것이나 자연 그대로이다. 인공의 흔적을 찾아 보기 어렵다.
심지어 바닷가에 흔하디 흔한 미역줄기, 다시마 하나 채취하는 사람이 없어 그 모습 그대로이다.
그래서인지 최남단 바닷가에서 만난 다시마 줄기 군락은 마치 거대한 기계의 피대줄인듯, 보기에도 험상궂게 일렁이고 있어 섬득하였다.
뉴질랜드 최담단에서 멀리 남극으로 이어지는 수평선은 아스라히 멀지만 아름답다.
걸어서 다닐만큼 작은 도시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모습이다. 해마다 3월이면 바닷가 마을답게 굴 축제를 벌인다는 포스터가 보인다.
또 하나 뉴질랜드는 도시마다 마을마다 현충탑이나 전쟁기념탑을 세웠는데 해당 마을 사람들중 1차대전, 또는 2차대전, 심지어 한국전쟁등에서 순직한 사람들을 적어놓고 영원히 기리는 모습은 부러운 점이다.
1시간 남짓, 블러프를 둘러 본 후 다시 인버카길로 올라와 도심지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인버카길 시내는 네모 반듯한 모양으로 두어바퀴 돌아보면 중요 건축물이나 조형물들을 대부분 찾아볼 수 있었다. 기차역부터 Dee Street 까지가 시내 중심가... 기차역부터 찾아보았다.
뉴질랜드 남섬의 최남단을 둘러보고, 인버카길 시내관광까지 마친 후 다시 북동진으로 올라가야 한다. 인버카길을 떠나 더니든까지 가는 길은 남해안을 거쳐 동해안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이 길이 정말 환상적이다.
얄미울만큼 자연상태로 보존을 잘하는 뉴질랜드... 정말이지 시멘트 한 덩어리 찾아 볼 수가 없다. 아무곳이나 즉시 영화를 찍어도 될만큼 배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 아름다운 해안풍경에 빠져서 시간을 뺏긴 탓에 우리는 계획일정보다 하루 늦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