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6.26 13:46

Mt. Cook(마운틴 쿡)을 찾아가 문전박대(?)를 당하고 밀려난 우리는 Pukaki 호수변의 캠프 사이트에서 1박을 하였다.

이곳은 그동안 머물던 TOP 10 Holiday Park와 비교하니 시설면에서 많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후 모든 일정을 가능하면 TOP 10 Holiday Park에서 머물기로 하였다. 그 유명한 Mt. Cook(마운틴 쿡) 빌리지에는 왜 파워 사이트가 없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엄청 고생을 한 우리는 부랴부랴 캠핑 준비를 마치고 저녁내 포두주를 마시며 추위로 지새웠으며 일찍 일어난 다음날 아침, 먼 하늘은 햇살이 번지며 차츰 개이고 있었지만 우리 캠핑장은 여전히 약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주섬주섬 밖으로 나와 샤워장에서 씻고 돌아오면서 무심코 바라 본 하늘... 아~~ 무지개... 아름다운 아치형 무지개가 뒷산에 걸려 있었다. 너무 황홀했다. 마치 어제 너무 고생을 시켜 미안하다는듯이... 마운틴 쿡을 못보고 가야하는 발길을 달래주려는듯이... 평소에 우리가 만나보기 어려운 무지개가 우리를 보며 웃고 있었다. 너무 섭섭해하지 마세요.

해발 3,754m의 마운틴 쿡은 뉴질랜드 최고봉이며 남섬을 가로지르는 서던 알프스의 주봉이다. 주변에는 해발 3,000m가 넘는 봉우리가 18개나 되며 나머지 산들도 모두 2,000m이상의 험준한 지형으로 이곳 마운트 쿡 국립공원은 1986년 세게자연유산으로 지정 되었다. 마운틴 쿡 때문에 한번 더 와야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머문 캠핑 사이트... 야지에 간단하게 주차 구획만 정리한 모습이며 전기, 수도관 연결은 불가하다. 그대신 샤워장, 화장실은 공용시설을 사용한다. 주차한 캠퍼밴 뒤로 마운틴 쿡 산맥줄기가 바라보인다.
숙영지 앞쪽으로는 마운틴 쿡에서 빙하 녹은 물이 흘러내려 모인 거대한 Pukaki 호수가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니 캠핑장 뒷산에 커다란 무지개가 걸려있다. 집 떠난지 벌써 열흘... 불현듯 집 생각이 나게 만들었지만 먼 남쪽나라 뉴질랜드에서 만나는 무지개가 반갑고 아름답다.

그렇게 비가 퍼붓고 바람이 불던 어제는 정말이지 무서웠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날 뉴질랜드에 태풍이 상륙했었다고 한다. 교량 난간에 차량도 긁히고 안전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운전이 어려웠던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듯이 오늘은 맑은 하늘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우리가 출발할때는 조금씩 내리던 비도 그치고 사방이 맑고 밝은 풍경으로 아름답다.

오늘 우리는 처음 뉴질랜드 여행을 시작한 크라이스트 처치로 다시 올라 가야하기에 어젯밤 되돌아나온 마운틴 쿡을 다시 들어가 볼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아쉽지만 그냥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

마운틴 쿡에서 벋어내린 산맥줄기의 위용... 쿡을 못본 아쉬움을 달래라고 무지개가 따라오고 있었다.
쿡에서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내린 모인 거대한 밀키블루 호수... Lake Pukaki.
Pukaki 호수는 길이 30Km가 넘고 너비가 7~8Km에 이르는 거대한 호수이다. 그 넓은 호수면은 하늘보다 더 푸르른 밀키블루인지라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호수인지... 호수 건너편 산들도 그 위용이 대단하다.
호숫가 도로... 어제는 그토록 비바람에 시달리며 무섭고 위험했던 길이 오늘은 정말 아름다운 풍광이다.

아쉬운 마운틴 쿡을 뒤로하고 나와 오늘은 크라이스트 처치까지 가야한다.

처음 우리가 뉴질랜드에 도착하여 여행을 시작한 남섬 최대의 도시 크라이스트 처치로 열흘만에 돌아가는 길은 남섬 중간을 가로 지르는 비교적 어렵지 않은 길이다. 중간에 만나는 여러 모양의 호수들은 아름다웠고 세계에서 가장 작다는 교회도 만날수 있어 흥미로웠다.

여행 10일차... 처음 도착하여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을 시작한 크라이스트 처치로 돌아가는 여정이다.

크라이스트 처치로 가는 중간에 앞서 지나온 Pukaki 호수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길이 20Km가 넘는 Tekapo호수를 지나게 된다. 그 옆에는 인구 300명 남짓한 정말 작은 마을 Tekapo가 있고 그곳에 Tekapo 호수가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들리는 곳이다.

이쪽은 서던 알프스의 동쪽 고원지대... Mackenzie Country(멕켄지 컨트리)라고 부르는 곳인데 정말이지 목가적으로 아름다운 풍광이다. 멀리로는 雪山에 구름이 걸려있고 아래로는 목초지가 푸르르며 라벤더가 가득하여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풍광이 펼쳐지는 곳이다.

Tekapo호수 역시 밀키블루로 아름다운 수면을 가진 제법 크고 넓은호수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착한 양치기의 교회'가 있고 이 교회에서는 실제로 예배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1935년에 8개월의 공사끝에 완공되었다고 하며 관광객들은 교회내부를 둘러 볼 수 있으며 성의껏 기부금도 내곤 한다. 예배를 주관하는 제단 뒷편으로는 넓은 창을 내어 밀키블루의 Tekapo 호수를 바라볼수 있다. 아름답다.

Churce of Good Shepherd... 개척시대 양치기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지어진 '착한 양치기의 교회'.
예배를 집전하는 제단 뒤로는 넓은 창을 내어 호수가 한 눈에 보인다.
아무도 맞이하는 사람 없는 세계에서 제일 작은 교회의 안에는 이 교회를 유지하고 보수하기 위해 기부를 해달라는 도네이션(기부금) 모금함이 걸려있었다.
교회에서 멀지않은 호숫가에는 양치는 개, 양을 모는 역할을 하는 코리종 개에 대한 헌신적 역할을 기리는 동상이 있다.

지진 피해를 당한 Christchurch(크라이스트처치), 열흘 전 이곳에 도착하여 캠퍼밴을 빌리고 1박까지 한 곳이다.

그때는 시간이 없어 시내를 둘러보지 못한채 바로 아서스 패스를 넘어 그레이마우스까지 갔었는데 그후 열흘동안 남섬을 한바퀴 돌아보고 북섬으로 올라가기 위하여 다시 들리게 되었다. 남섬 최대의 도시라는 크라이스트 처치, 가장 영국다운 도시이며 정치 경제 문화 관광의 중심도시로 각광을 받는 곳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둘러본 시내는 살풍경하기 그지 없었다. 가는 곳곳이 재건축 재개발 현장 같았다. 이상하다?

자세히 알아보니 이곳은 지난 2011년 2월 22일에 진도 6. 3의 지진이 일어나 185명이 사망하고 수 천명이 다쳤으며 시내 중심가의 대부분 건물이 깨어지고 무너진 피해를 입었었다고 한다. 1931년 북섬의 Napier에 이어 80년만의 큰 재난이라고 한다.

뉴질랜드도 지진에서 안전한 지대는 아닌듯 싶었으며, 우리가 돌아보는 크라이스트 처치 시내 곳곳은 폭격이라도 맞은듯 폐허상태로 임시 가림막을 설치하거나 철빔으로 지지해놓은채 파괴건물을 다시 복구하는 재건축 공사가 한참이었다. (이 글은 2015년 기행문이므로 현재는 다 복구되었으라 생각 됨)

Bridge of Rememberance... 1차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떠나는 군인들이 건너간 다리... 1923년에 아치를 세워 그들을 추억한다고 하는데 크라이스트 처치를 가로지르는 에비번 강에 걸린 38개의 다리중 하나인데 역시 재건축 공사중이었다.
1860년대에 44년에 걸쳐 세운 The Cathedral (대성당)도 심하게 파손되었다. 다른 곳에 그대로 다시 세운다는 말도 있었는데 지금 어찌 되었을지 궁금하다.

당시 크라이스트 처치는 시내를 다녀보기 불편할 정도로 지진 피해복구 공사에 어수선하였다. 그렇게 큰 피해가 있었는데 사전 지식없이 나선 우리가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그 말에 해당하는 격이다. 시내를 다니는 전차 노선도 대폭 축소되어 운행하고 있었으며, 에이번 강을 저어 다니는 관광용 작은 배 '펀팅(PUNTING)'도 휴업중이었다. 관광객으로 시내를 다니기에도 민망할 지경이었다.

앞서 마운틴 쿡으로 갈때 뉴질랜드 전역에 태풍 경보가 내려졌을텐데 기상예보를 듣지 않고 그냥 다닌 것이나, 이곳 크라이스트 처치가 몇 년전에 막대한 지진 피해로 폐허 상태라는 것도 모르고 왔으니 여행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며 그럼에도 큰 사고나 어려운 일 없이 잘 마친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다음 여행때에는 기상정보나 주요 뉴스등은 청취하고 사전 정보를 필히 찾아보아야 하겠다.

아마도 지금쯤은 유서깊은 남섬 최대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가 완벽하게 복원되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어제의 마운틴 쿡에 이어 이곳 크라이스트 처치를 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우리의 여정은 이제 절반쯤이 지난 셈이고 앞으로 계속 북쪽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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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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