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 북섬 종단여행 20일 일정이 어느새 절반을 넘어선다. 달도 12월로 바뀌어 점차 여름이 가까워 온다.
애초 계획하기를 남섬 60%, 북섬 40%, 즉 남섬 12일, 북섬 8일로 예정하였기에 이제는 서서히 북섬을 향하여야 한다. 맨 처음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시작한 남섬여행이 열흘만에 다시 크라이스트처치로 한바퀴 돌아왔다.
남은 이틀동안은 북섬으로 건너가기위해 페리 항구, 남섬의 북단 끝 도시 Picton(픽턴)까지 가야한다. 하룻만에 올라갈수도 있지만 여유로운 일정을 위하여 중간지점인 Kaikoura(카이코라)에서 하루를 묵으며 천천히 가기로 하였다.
오늘은 일요일, 크라이스트처치를 출발하기전에 유명한 일요마켓을 둘러보고 가기로 했다. 이곳에는 몇가지 특색있는 오픈마켓이 있는데 우리는 Riccarton Park에서 열리는 일요시장을 택하였다.
시내의 공원에서 열리는지라 찾기도 쉬웠고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지진으로 폐허가 된 후 아직까지 완전하게 복구되지 못한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남섬 제1의 도시를 그냥 떠나기가 아쉬웠는데 일요마켓을 둘러보면서 그나마 좀 위로가 되었다.
여전히 활기차게 삶을 즐기는 키위들(뉴질랜드 사람들, 특히 남자들을 지칭하는 말)의 모습과 후덕한 시골 아줌마같이 순박한 여인네들의 태도는 우리에게 친근하기만 하였고 참 좋은 인상을 갖고 떠날수 있게 해주었다.
이제 다음 목적지는 Kaikoura(카이코라), 자꾸 카이코우라로 부르게 되는 곳이다.
하기야 학창시절에 Wednesday(수요일)를 왜 웨드네스네이라고 하지 않고 웬스데이로 읽는지 이해를 못했으니...
그러나 카이코라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불과 180Km, 단숨에 달려가기에는 많이 아쉬워서 중간에 위치한 온천도시 Hanmer Springs 를 들려보기로 하였다.
핸머스프링스는 매우 작은 온천도시로 (오늘이 일요일이어서인지) 우선 주차 할 곳이 없었다. 게다가 캠퍼밴은 차가 너무 크고 높아서 항상 주차가 쉽지 않다. 도심지에서는 대부분 노-땡큐이다. 이곳 역시 캠퍼밴은 사양한다는 글씨가 곳곳에 씌어져 있고 우선 주차블럭에 빈자리가 없다.
겨우겨우 주차하다가 현지인과 언쟁을 잠깐 했는데 뉴질랜드 사람은 친절하다는 생각을 바꾸게했던 사람이었다. 예의도 없고 경우도 없고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그래서 온천도시의 특징은 맛보지도 못한 채 공원에서 가볍게 패스트푸드로 점심을 먹고 돌아나와야 했는데 그대신 나오는 길에 만난 번지점프 브릿지에서 잠깐의 언잖은 마음을 풀 수 있었다.
온천도시에 들려 온천은 하지 못하고 돌아나오다가 우연히 멋진 장면을 보았다.
역시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이 부러웠고 남녀가 함께 뛰어내리는 텐덤점프도 볼만했는데 도전해볼 용기는 없었다.
다시 길을 재촉하여 카이코라로 향한다. 카이코라는 크라이스트와 픽턴 사이에 위치한 태평양을 연한 작은 도시로 고래와 물개나 바다표범을 볼 수 있어 유명한 관광지이며 씨푸드 요리가 맛나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중간에 핸머스프링스를 들렸다 오는 바람에 도착시간이 5시쯤 되었는데 애써 찾아간 i center(관광안내소)는 일요일인지라 이미 4시 30분에 문을 닫고 퇴근하여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대개의 경우 목적도시에 도착하는 시간이 5~6시경이 되는데 대부분의 안내소가 이즈음에는 퇴근을 하여 허탕을 치기 일쑤였다. 공무원들의 칼 퇴근이 원망스러웠다.
충분한 휴식으로 재충전한 다음날은 북섬으로 건너가는 페리를 타는 항구 픽톤까지 올라가는 일정이다. 어제에 이어 비교적 여유로운 일정... 이렇게 힘을 비축해서 북섬 일주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길은 계속하여 동해안, 즉 태평양 연안을 달리는데 바닷가를 연하여 철도와 함께 가는 길이 마치 우리나라 동해안의 7번도로처럼 느껴진다.
바닷가 풍광은 어디나 시원해서 좋다. 특히 뉴질랜드는 인공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고 자연보존이나 야생동물 보호가 거의 완벽하여 심심찮은 볼거리를 만날 수 있었는데 도로 옆 바위에 바다표범들이 한가하게 쉬고있는 모습은 신기할 정도였다.
이렇게 구경하며 쉬엄쉬엄 달려가도 픽톤은 금방 도착한다. 정말 작다했던 카이코라보다 더 작은 도시... 북섬으로 가는 페리를 타는 관문이다.
숙소부터 들어가서 캠퍼밴을 주차해놓고 걸어서 시내구경에 나섰다. 내일 페리를 타는 것도 예비할 겸... 시내 중심가는 10분 거리이내에 모두 모여 있었다.
픽톤 마리나가 깊숙히 들어와 있어 요트들이 모여있고 앞바다로 나가는 길목은 오목하게 들어앉아 천혜의 요새처럼 된 구조다. 바다를 연하여 잔디밭이 되어 있고 중심가인 High ST로 올라가면 좌우로 시내 중심건물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왼편 멀리에 페리 터미날이다. 정말 간단하고 단촐하다.
이렇게 픽톤 시내를 둘러보다가 픽톤 도서관을 들렸는데 무료 와이파이 덕분에 로비에는 여행객들이 가득했다.
도서관에서 문닫을때까지 (오후 5시) 무료 와이파이도 즐기다가 숙소로 돌아오니 이제 남섬일정은 끝... 내일은 북섬으로 넘어간다. 남섬에서 마운틴 쿡을 못본 것이 끝내 아쉽지만 다음을 한번 더 기약하며 북섬으로 갈 기대에 부풀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계 속 >
내 나라 문화유산 답사회 : https://band.us/@4560dapsa
*사진 제공=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