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8.31 13:16

지난 5월 동네 이비인후과를 방문했다. 방문 열흘 전 갑자기 오른쪽 귀에서 소리가 나는 느낌이 들었다. 가끔 귀에서 소리가 날 때도 있었고,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아지곤 했기에 이번에도 그렇게 되겠지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 사흘이 지나도 귀에서 계속 소리가 났다. 매미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윙~’ 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확실히 어떤 소리인지 알 수 없으나 귀에서 소리가 나는 것은 분명했다. 일주일이 지나면서 자유치유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동네 병원을 방문 했다.

청력 검사 결과 이대로 두면 난청까지 올 수 있다는 의사의 소견이었다. 우선 2주일분 약을 처방받고 2주 뒤 다시 방문하라고 했다. 이 정도 증상으로 굳이 약을 2주일간 먹을 필요가 있나 싶고, 한편으론 의사의 과잉 처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처방을 받고 약국에서 네 종류의 약을 샀다. 약명을 좀 적어 보면 나푸를정, 삼진 디아제팜정 2mg, 징코미란정 80mg 그리고 안탁스캡슐이다. 적힌 순서대로 순환개선제, 정신신경용제, 혈액순환제 그리고 정맥질환제의 기능을 도와주는 약이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약명을 적는 이유는 혹시 이 글을 읽을 독자분 중 이명을 앓고 있는 분이 약을 처방받을 때 참조했으면 해서 적어본다.

옛말에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속담이 있다. 이런 법칙이 고스란히 이번에 적용되었다. 약을 사흘 정도 먹고 나니 별 차도도 없고 굳이 약을 먹지 않아도 견딜만해서 약을 먹지 않았다. 이명은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최소 일주일 이상 꾸준히 먹어야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결국 의사의 지침을 따르지 않은 영향인지 별 차도가 없어서 5주 뒤인 지난달 27일에 다시 병원엘 방문했다. 의사의 말인즉 이명약은 최소 일주일은 복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차도가 없다는 것이다. 환자가 최소 일주일은 복용해야 그 이후 결과를 보고 추가적인 처방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하면서 약간의 꾸지람이 있었다.

그 꾸지람을 달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지 않아 오히려 상태가 악화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경험이 없는 의사였으면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30년 경력의 의사이기에 산전수전 다 겪은 분이라 그저 수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 의사는 일반적인 의사와는 차별화된 부분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보통 동네병원 의사는 대부분 5분 이내 진료를 보고 로봇처럼 정형화된 말만 하고 처방을 내려 주는데 이 의사는 달랐다. 예를 들면 이명이 특별한 질환이 없는 경우에 발생하는 원인은 과도한 스트레스 혹은 우울증에 따라 발생한다고 한다. 보통 의사의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잘 복용하라고 한다. 그러나 이 의사는 인생사 별거 없다. 어차피 종착역에 누구나 다 같이 만나는데 굳이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즐겁게 생활하라고 하면서 약을 처방해 준다. 이렇게 몇 마디 더 덧붙여서 환자에게 해 주는 의사에게 더 신뢰가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한다.

3, 40대까지만 하더라도 웬만한 질병은 약보다 그냥 운동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나이 듦의 후유증이랄까 50대 중반에 접어드니 도저히 자연 치유로는 불가능하였다. 3, 40대와 비교하면 면역력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암 같은 중병은 그 심각성을 알기에 그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기울여 관리한다. 하지만 이명과 같은 질환은 별로 그 심각성을 깊이 깨닫지 못하기에 누구나 쉽게 생각하고 쉽게 나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3, 40대 시절엔 그렇게 생각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자연치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면역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50대 중년은 달랐다. 주위에서 100세 시대라고 한다. 남들이 100세 사는 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건강하게 100세까지 사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100세 삶이 아닐까? 이명이라는 사소한 질환마저도 마음을 약하게 만드는 현실에서 100세 삶의 길은 아련하게 들리는 메아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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