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7.10 16:31

뉴질랜드 여행 3주일간 날씨는 대체로 좋았지만 이상하게도 뉴질랜드 최고봉 남섬의 마운틴 쿡, 북섬의 최고봉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루아페후를 들릴때에는 태풍과 폭우로 많은 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아 고생을 했다. 쾌청한 날씨에 우뚝솟은 남반구의 멋진 설산(雪山)을 만나보려는 발길은 문전박대 당한채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하니 참으로 아쉬운 일정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먼 곳까지 가서 장기간 체류하면서 기상체크를 안한 나의 불찰이었다.
 
아무튼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서 무사히 1박을 마친 후 북섬 투어의 첫 목적지 통가리로 국립공원을 향하였다.

Tongariro National Park (통가리로 국립공원)는 뉴질랜드의 14개 국립공원중 최초의 국립공원이며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된 곳으로 최고봉 루아페후 산(2,590m)은 지난 1995년과 1996년에도 대폭발을 일으킨적이 있는 활화산이다. 이곳에는 뉴질랜드 최고의 Turoa 스키장이 있어서 2,300m쯤까지는 차량으로 올라갈수 있다.

<웰링턴에서 통가리로 국립공원 아랫마을인 Ohakune까지는 4시간쯤 걸린다. (붉은 실선) 갑자기 악화된 날씨 탓에 국립공원을 제대로 못본채 다음날 Taupo에서 쉬려던 우리는 Rotorua까지 올라갔다. (청색 실선)>

웰링턴을 벗어나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Wanganui부터는 내륙으로 접어들어 통가리로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우리의 북섬 첫 목적지 Ohakune는 엄밀히 말하면 통가리로 국립공원 밖이다. 관악산에서 과천쯤 될듯하다.

이곳에서 1박하면서 바깥쪽에서 산을 바라보다가 다음날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가서 본격 탐방을 할 참이다. 그러나 이런 소박한(?) 일정은 웰링턴 출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로 접어야만 했다.

<간이역도 지나고...>
<실제 비행기를 얹어놓은 카페... 우리나라에서도 본 익숙한 모습이다.>

국립공원 가까운 Waiouru에는 드물게 육군박물관(Army Museum)이 있었다.

왜 이곳에 육군박물관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도를 살펴보니 통가리로 국립공원 오른편 광활한 지역이 육군훈련장이었다. 어쨌든 이동 경로중에 변변한 휴게소 하나 없던차에 화장실도 들릴 겸 잠시 휴식하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육군 박물관... 아쉽게도 유료입장이어서 로비와 기념품점만 둘러본후 화장실 편의만 취하였다.>

이날 우리들의 숙박지는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남단 오하쿠네(Ohakune? 어째 일본식 명칭인듯?), 투로아(Turoa)스키장이 있어서 겨울이면 스키어들이 찾는 작은 마을이다. 우리는 숙소를 정한 후 일단 스키장(2,600m)까지만 차량으로 올라가보기로 하였다.

여전히 비는 내리는 가운데 화산지형이 그렇듯이 정상부는 풀과 나무도 없이 살풍경한 곳... 스키 시즌이 아닌지라 더욱 쓸쓸했다.

<인구 수천명의 작은 도시 오하쿠네... 가장 좋은자리는 1차대전 참전 현충탑을 세워놓았다. 참 부러운것중 하나...>
<해발 2,600m에 위치한 투로아 스키장의 모든 시설은 폐쇄되었고 황량하기가 그지 없었다. 산 정상부는 빗줄기와 안개 구름에 가려 안보이는데 중턱에 걸친 커다란 폭포수 하나가 눈에 띈다.>

아쉬운 마음에 숙소로 돌아와 내일은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도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잠결에도 빗소리는 밤새 이어졌다. 내일 어이할꼬?

다음날 아침 걱정스런 마음으로 차창 밖을 내다보니 여전히 잔뜩 흐려있고 여전히 이슬비가 내리는 중이다. 에휴~ 그래도 할 수 없이 짐을 챙겨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가기로 하였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핵심부는 와카파파 빌리지...  숙박지에서 3~40Km쯤 서북쪽으로 돌아 올라가야한다. 이쪽에는 와카파파 스키장과 함께 통가리로 국립공원을 좌로 우로 연결하는 트래킹로가 잘 구비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잠시 비가 그친 하늘과 주변 풍광은 참 깔끔하고 시원하다.>
<옆으로는 웰링턴 - 오클랜드 간 열차길인데 마침 철교를 건너는 긴 화물차를 만났다. 철교가 어째 좀 빈약(?)해 보인다.>
<국립공원 와카파파 빌리지로 들어서면 초입에 그랑 샤토 통가리로 호텔이 그림처럼 서 있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은 원래 원주민인 마오리족 소유의 토지였다.

1887년, 부족의 최고 지도자 테 헤우헤우 투키노 4세는 통가리로 산, 우루호에 산, 루아페후 산을 포함한 넓은 지역을 뉴질랜드 정부에 기증하면서 정부차원에서 무분별한 개발을 방지하고 보존시켜달라는 조건외에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족장의 결단때문에 이곳은 바로 뉴질랜드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지금까지도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은채 보존되어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된 청정구역이자 유명한 관광지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통가리로 공원부지를 정부에 기증한 족장... 국립공원 안내소 로비에 흉상을 세워놓았다.>
<뉴질랜드의 국조(國鳥) 키위(Kiwi)... 멸종이 우려되어 정부에서 인공 부화 등으로 적극 보호하고 있다. 저 조그만 새가 저렇게 큰 알을 낳다가 산고(産苦)로 죽기도 하여 제왕절개도 시킨다니 믿거나 말거나...>
<통가리로 국립공원 와카파파 빌리지로 접어들어 와카파파 스키장 정상까지 차량으로 올라가 보았다.>
<정상부에는 비구름이 가득하여 루아페후산은 볼 수 없었다. 역시 모든 영업장은 폐쇄되었고 카페 한곳만 영업중이었다.>

남섬 최고봉 마운틴 쿡과 북섬 최고봉 루아페후에서 모조리 딱지맞은 우리는 씁쓸한 발길을 돌려 다음 목적지 Taupo(타우포)로 향하였으나 계속 비가 내리는 날씨탓으로 뉴질랜드 최대의 호수 타우포의 경관마저 즐길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여 멈추지않고 계속 진행하여 뉴질랜드 최고의 관광도시 Rotorua(로토루아)까지 올라가기로 하였다. 때문에 그 멋진 타우포 호수는 달리는 차창을 통하여 빗속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어 아쉬운 일정이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이때 2~3일간 뉴질랜드에 폭풍우가 상륙하였다고 한다. 에휴~

<뉴질랜드 최대의 호수 타우포...어지간한 도시 하나는 빠뜨릴수 있다고 하는데 한쪽편 호숫가 도로가 40Km쯤 된다.>

타우포 호숫가에 차를 세워놓고 빗줄기를 통하여 바라보는 풍광...
여행중 비오는 날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국적인 풍경과 너른 호수, 조용하고 깨끗한 주변이 참 아까웠다. 날이 맑으면 호수와 어우러진 루아페후 만년 설산의 모습이 그림엽서 같다는데 그저 뿌연 물안개뿐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세워둔 차량마다 가벼운 스낵봉투를 펼쳐놓고 오순도손 가벼운 점심식사들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도 시내 패스트 푸드점에서 치킨과 햄버거, 콜라 등을 사갖고와서 차량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휴식과 식사를 마친 우리는 다시 로토루아까지 올라가기로 하였는데 중간에 지열(地熱)을 이용한 발전시설을 만날 수 있었다. 시내를 조금 벗어나자 곳곳이 더운 수증기가 올라오는 와이라케이 지열지대, 세계 유일의 지열발전소가 있는 곳이다.
 

<지열발전소... 넓은 지역에 온열 온수 파이프가 보이고 스팀이 곳곳에서 피어 오른다.>
알고보니 이곳부터 로토루아를 포함한 일대는 아직도 활동중인 화산지대였다. 따라서 곳곳에 지열이 분출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유황이 피어올라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접근이 금지된 곳도 많았으며 1886년 6월 10일에는 화산이 폭발하여 한 마을을 고스란히 덮어버려 150명 이상이 파묻힌 사고도 있었다는데 지금은 그 도시를 관광지로 개발하여 둘러보게 하고 있었다. 이곳뿐 아니라 곳곳에 유황천, 간헐천등을 포함한 관광지가 꽤 많다.

연 이틀을 비를 맞으며 올라온 여정...
웰링턴을 출발하여 통가리로 국립공원을 거쳐 타우포 호수를 지나 이곳 로토루아까지 이틀간의 여정은 참 힘들었다.
여행중 날씨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수 없다지만 그래서 하늘이 원망스러운 날들이었으며 겨우겨우 로토루아에 도착한 우리는 여기저기서 코를 찌르는 유황냄새에 어쩐지 온 몸이 찌푸둥한 느낌으로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뉴질랜드 최대의 관광도시 로토루아는 내일 둘러보기로 한다.
 
 
< 계  속 >

내 나라 문화유산 답사회 : https://band.us/@4560dapsa

*사진 제공=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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