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7.19 18:59 | 수정 : 2020.07.19 19:03

어느새 주말이다. 뉴질랜드에서 세번째 맞는 주말...
오늘은 한적한 핫-워터 비치를 떠나 북섬에서 풍광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코로만델 반도를 둘러본 후 오클랜드를 통과하여 왕가레이까지 올라가는 일정이다.

그냥 갈 수는 없어 모래사장을 파면 온천물이 나온다는 핫워터 비치를 경험해보기로 하였는데 아쉽게도 물 때가 맞지 않는다. 즉, 물이 빠진 후 백사장을 삽으로 파야 뜨건 물이 나온다고 하는데 지금은 물이 들어오는 시간...
핫 워터를 즐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들어오는 물의 흐름을 이용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물 때에 맞춰 들어가고 있었다.

1
<비치 바로 옆에는 별장형 집들이 즐비하다. 닭 모양 풍향계와 지붕에 앉아 쉬는 갈매기들이 대조적이다.>
<파도타기를 즐기러 나가는 사람....>

뜨건 물이 나오는 모래사장에 구덩이를 파고 누워서 온천욕을 하지는 못하고 왕가레이를 향하여 출발한다.

핫 비치 워터가 있는 이곳은 북섬에서 오클랜드 동쪽으로 길게 튀어나온 Coromandel(코로만델) 반도 동쪽이다. 온천욕은 못한 채 코로만델 반도를 한바퀴 돌아 본 후 오클랜드를 지나서 북쪽에 있는 Whangarei(왕가레이)까지 갈 예정이다.

<오늘의 일정... 코로만델 반도 해안도로를 따라 한바퀴 돌아 오클랜드를 경유 왕가레이까지 올라간다.>

코로만델 반도의 동쪽해안... 핫워터 비치에서 멀지 않은 곳에 머큐리 베이가 있다.
쿡 선장 일행이 이곳에서 수성(水星, Mercury)을 관측했다하여 머큐리 베이라고 부르는데 조용하고 아름다운 휴양지이다.

베이 옆의 Whitianga(휘티앙아) 시내가 번화가인데 마침 토요일인지라 또 다른 벼룩시장을 만날수 있었는데 여행길에 이런 작은 이벤트를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아이에게 줄 뉴질랜드 할머니가 손수 떴다는 작은 쉐타 2벌을 구입했다.

<휘티앙아 시내에서 벌어진 토요 벼룩시장...>
<손주에게 줄 쉐타와 인형...>
<머큐리 베이 박물관... 1959년에 이곳에서 잡힌 1,300Kg짜리 상어의 턱뼈가 걸려있다.>

핫워터 비치에서 이곳까지는 머큐리베이를 건너오면 30분이상 단축할 수 있는데 차량을 건네줄 페리가 없다. 사람만 간단히 건네주기때문에 차량은 먼거리를 우회하여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다음 목적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반시계방향으로 돌지말고 산을 가로질러 넘어가는 309번 도로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이 길에는 멋진 폭포가 있고 가장 오래된(?) 카우리 나무가 있다해서 들어섰는데 길은 비포장이었고 곳곳의 커브길이나 고갯길은 교행이 어려울만큼 쉽지 않은 도로였다. 안전에 유의하며 지나다보니 폭포와 카우리 나무를 놓치고 그냥 넘어오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인것은 비포장 산길에서는 잘 참아주던 날씨가 다시 해안도로로 나온 후에야 비가 내리기 시작한것이다. 며칠째 우리를 따라오던 궂은 날씨가 아직 완전히 끝난것이 아닌 모양이다. 바다 위를 자유롭게 날아야하는 가마우지들이 바닷가 바위 위에 오밀조밀 모여 비에 젖은 채 떨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대피령이 내렸는지 크고 작은 선박들을 뭍으로 끌어올리며 대피시키고 있었다. 아무래도 제법 많은 비바람이 오는듯 하다.

<309번 산길을 넘던 중 만난 특이한 우편함... 웃음이 난다.>
<개인 보트를 철수시키는 모습... 대피령이 내린듯 하다.>
<이곳의 유명한 해산물로는 관절에 좋다는 '초록입 홍합(Green Lipped Mussel)'이 있다. 1인당 25개 이상 채취할 수 없다는 안내문...>

암튼 산길을 넘고 빗길을 달리는 등 비교적 쉽지 않은 여정을 계속하다가 점심 때 도착한 곳은 Thames(템즈)...
코로만델 반도를 빠져나가는 곳쯤... 오클랜드에서 오자면 코로만델 반도의 현관쯤 되는 곳이다.

제임스 쿡 선장이 이 근처 와이호우 강을 보고 영국의 템즈강과 비슷하다해서 붙인 이름이다. 한때 금광이 발견되어 골드러시가 지나간 도시, 그런데 우리가 시내로 진입하니 주행선이 차단되어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사람들이 모인 곳을 쳐다보니 크리스마스 퍼레이드가 진행중이었다. 다행이 그새 비는 멎어주었고, 템즈 시내 중앙로를 따라 길고 긴 퍼레이드 행렬이 지나가는 것이다. 아마 템즈시내 각급 기관, 업체, 학교등 각각의 단체가 나름대로 분장하고 준비한 듯한 행렬... 참 귀한 구경이다.

<뉴질랜드 북섬 템즈 시내에서 만난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남반부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가 신기하다.>

비록 길은 막히고 시간은 지연되었지만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한국의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의 상업적 퍼레이드에 비하면 촌스럽고 허술해보이기까지 하지만, 나름대로 분장하고 즐겁게 참석한 사람들, 낡은 자동차나 심지어 경운기까지 동원하고 나이 먹은 은퇴한 할아버지들 브라스 밴드에 이르러서는 존경스럽기까지하다.

알고보니 선조들이 이 땅에 자리잡고 삶의 터전을 일구기 시작한 개척시대부터의 전통이라고 한다. 좋은 전통이다.

<그 옛날 개척시대의 퍼레이드 사진...>

기왕에 늦은 발길, 이곳 템즈에서 점심을 사먹기로 했다.

퍼레이드가 지나가던 시내 중심가 제일 큰 식당에서 가볍게 몇 가지 음식과 맥주 한잔씩으로 좋은 구경을 마무리 하였다.

<점심메뉴는 피자와 파스타, 샐러드와 칩스...>

이렇게 뜻하지 아니하게 늦어지기는 했지만 예정에 없던 즐거움을 만끽한 후 다시 길을 재촉하였다. 다행이 비는 그쳤고 길은 복잡해지기 시작하더니 뉴질랜드 최대의 도시, 옛 수도 오클랜드를 지나간다.

다음에 다시 내려올때는 오클랜드에서 하루 머물예정이지만 오늘은 단순통과로 지나가는 길이다. 지나가기만 하는데 과연 큰 도시라는 느낌이 든다. 일단 오클랜드 접속도로는 Motor Way(고속도로)인데 중앙분리대가 있고 복잡한 진, 출입로... 게다가 처음 만나는 유료도로의 톨게이트가 걱정된다. 어떤 방식일까?

<오클랜드를 지나는 1번도로... 지금까지와는 달리 중앙분리대로 나뉘어져 있다.>
<오클랜드 타워... Sky Tower라고 부르는데 우뚝하게 잘 보인다. 며칠 뒤 들릴곳이다.>
<오클랜드 하버 브릿지...스카이 타워와 함께 오클랜드의 랜드마크 같은 곳이다.>
<한참을 달려 고속도로가 끝날 즈음에 휴게소를 들려 연료를 충전하였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계산을 하다가 통행료 계산기를 발견하고는 옆의 현지인에게 물어 왕복 요금을 미리 지불하였다.>

<톨 게이트, 우리나라 하이패스처럼 단순 전자식으로 차량 번호를 식별하여 요금을 냈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수동으로 현금을 내는 곳은 없다. 휴게소에 들려 통행료 처리를 하지 않았으면 망신(?) 당할뻔 했다.>

뉴질랜드를 보름 넘게 차량으로 돌았지만 처음 통과한 대도시 오클랜드...
길도 복잡하고 표지판도 많고 유료도로까지 있어 혹여 잘못될까 가슴 조리며 지나 온 두어시간이다.


그래도 에러없이 무사통과... 목적지인 왕가레이까지 단숨에 도착하여 저녁식사와 숙박준비를 하였다. 이제는 숙달된것이다. 자신감이 생겼다.

< 계  속 >

내 나라 문화유산 답사회 : https://band.us/@4560dapsa

*사진 제공=김신묵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조선일보 조선닷컴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