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를 관통하여 왕가레이까지 올라오고보니 이제 남은 일정은 북섬의 끝단까지 들려보는 일이다. 남쪽 끝 지점을 밟아보았으니 북쪽의 끝 지점도 둘러 보려는 계획... 북단(北端)을 일컬어 Far North(파 노스)라고 한다.
특이하게도 좁게 길게 생긴지형이다. 90마일 비치가 있는 곳 파 노스는 끝지점에 등대하나가 서있다고 하는데 이곳까지 둘러보고 인증샷도 찍고, 남단에서 골프를 쳤으니 북단에서도 골프 한번 더치자고 일행들끼리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이제 여행도 거의 마무리 단계...
북섬의 북단으로 가기위해 왕가레이를 출발하기 앞서서 가볍게 시내를 둘러보았다.
천혜의 항구를 끼고 있는 Whangarei(왕가레이)는 시내 한가운데를 흐르는 하테아 강이 깊숙히 들어와 타운 베이슨이라는 예쁜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높지 않은 언덕위에서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을 제공하고 있어 산위로 올라보기로 하였다.
시내 한가운데까지 강이 들어와 요트 정박장이 만들어졌다.
그 주변으로는 노천카페, 기념품점, 박물관, 쇼핑 몰등이 들어차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며 공원이 있어 휴식에 좋은 곳이다. 이곳이 이름하여 타운 베이슨이다. 그 중앙에 요트를 정박시키는 요트 하버가 있다.
타운 베이슨에서 산책도 하고 쇼핑도 하고... 시내 둘러보기를 마무리한 후 왕가레이를 출발하였다.
외곽을 벗어나니 왕가레이 폭포가 있었다. 오랫만에 보는 시원한 물줄기... 위에서 내려다 본 후 다시 밑으로 내려가 올려다 볼 수도 있다. 폭포 물줄기를 따라 하류로 내려가면 아침에 올라가 본 전망대까지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많은 시민들이 운동삼아 다니고 있었다.
오늘은 뉴질랜드에서 맞이하는 3번째 일요일... 벌써 3주일이 지났다. 이곳도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교외로 나가거나 바닷가를 찾아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는데 우리가 여행길에 만난 시민들의 휴식 풍경들은 부러울만큼 편안한 모습들이었다.
땅덩어리에 비하여 인구가 워낙 적은 나라의 넉넉함과 우리처럼 군사적 안보적 대치상황이 없는 근심 걱정이 없는 모습에서 타고 난 행복의 밝은 모습이 엿보인다.
왕가레이를 출발하여 북단으로 올라가는 경로는 Bay of Island (베이 오브 아일랜드)를 지나간다.
북섬의 최고 휴양지로 일컬어지는 이곳은 파이히아, 와이탕이, 러셀, 케리케리 4도시가 작은 섬들과 함께 오목한 만(灣, Bay)을 둘러싼 지형이 아름다운 곳이다. 또한 이곳은 유럽 이주민과 마오리 부족간 영토분쟁이 와이탕이 조약체결로 마무리된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다. 이동 동선을 고려하여 파이히아와 와이탕이를 둘러보려 1번 도로에서 벗어나 잠시 안으로 들어갔다.
베이 오브 아일랜드를 연하는 해안의 풍경은 말 그대로 그림처럼 아름답고 평온하였다.
뉴질랜드 전 지역이 그렇지만 쓰레기 방치 등 오염이나 눈살 찌푸리는 광경은 없었고 눈에 거슬리는 인공구조물이나 지나친 상업광고의 흉물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생활 수준인지 행정 지도 덕분인지? 경치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뜬금없이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북섬지역에서 나오는 초록입 홍합 (Green Lipped Mussels)은 정말 맛 있다. 그 옛날 이 지역에 살던 마오리족들은 관절염이 없는데 그 이유를 알고보니 바로 이 초록입 홍합을 먹기 때문이라나?
우리가 흔히 보는 홍합보다 훨씬 크고 초록색 띠를 두르고 있는데 여기에 '리프리놀'성분이 관절염에 특효라고 한다. 맛있는 해산물 초록입 홍합의 이 성분만 추출하여 관절에 좋다는 알약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또한 이곳 베이 오브 아일랜드의 와이탕이는 뉴질랜드 역사에서 빼놓을수 없는 곳이다. 1840년 2월 6일, 영국 왕실과 마오리 추장들이 모인가운데
1. 뉴질랜드의 주권을 영국에 이양한다.
2. 마오리족의 토지소유를 인정하되 토지 매각권은 영국정부에 있다.
3. 마오리족은 영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는다는 와이탕이 조약을 맺었다.
이로서 뉴질랜드는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으며 지금도 와이탕이 데이로 부르며 국경일로 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불평등 조약으로 일부 마오리족 행동주의자들의 저항 핵심이 되고 있다고 하며 지금도 와이탕이에는 조약 기념관이 세워져 있어 관광객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파이히아와 와이탕이를 잇는 다리를 건너면 난파선으로 꾸민 박물관이 있다. 그러고보니 크건 작건 곳곳마다 박물관, 전시관이 많았는데 우리나라도 요즘들어와 갖가지 박물관들이 생기는 걸 보면 선진국으로 나아 갈수록 보존하고 전시하고 공유하는 일이 늘어나는 듯하다.
여행의 마무리를 앞두고 일정을 여유롭게 하기 위하여 오늘은 일찍 일과를 마감하였다. 이제 내일 최북단 파 노스를 둘러보고 다시 남하하여 오클랜드로 내려가야 하며 그러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주일, 20일간의 뉴질랜드 남, 북섬 종단여행이 마무리 되는 것이다. 어느새? 벌써?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