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7.23 17:36

누군가가 나에게 직장이 어딘지 물어보면 어느 지역에 있는 어느 회사라고 바로 얘길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직업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회사원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럼 과연 회사원이라는 의미가 직업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기에 앞서 직장과 직업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직장은 내가 일을 하는 곳, 즉 장소의 개념이다. 이에 반해 직업은 자신이 가진 전문적인 기술을 의미하고 본인의 분야에서 스스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개념을 잡을 수 있다. 물론 어떤 이는 이에 대해 달리 생각할 수도 있으나 보편적인 관점에서 이렇게 구분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과연 일반 회사원을 직업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반문해 본다. 올해 27년째 회사에 다니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 회사원이라는 직업을 직업인이라고 보기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직업은 굳이 영어로 표현하자면 Profession에 가깝다. 이 말은 어떤 한 분야에서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종사하며 그 사람만의 전문적인 지식 혹은 기술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비추어 볼 때 필자의 입장에서 회사원을 직업인으로 분류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시 말해 직업인은 직장이 있고 없고의 의미를 떠나서 현재에 일하고 있는 장소에서 벗어나더라고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업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의사, 변호사 등 일종의 자격증을 갖고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을 말한다. 그에 비해 회사원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과연 현재 하는 그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를 봤을 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27년째 회사에 다니면서 앞서간 선배들의 근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앞서 나간 선배들 대부분은 회사를 그만두면 자신이 해왔던 일을 거의 할 수 없다. 본인이 해 왔던 일은 그 회사에 있을 때만 통용되는 일이었고 그것이 퇴직 후에는 이어갈 수가 없는 것이 현 대한민국 직장인의 현실이다. 이런 연유로 대한민국의 직장인은 나이의 많고 적고를 떠나 퇴직 후의 삶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바로 회사에 다니는 이 땅의 직장인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을 끄집어낼 수 있다. 직장에서 나만의 전문 분야 즉 직업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직장을 다니면서 어떻게 나만의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 또한 막막해짐을 느낀다.

오랜 기간 회사에 다니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필자도 회사 다니면서 직업에 대해 고민해 봤지만, 그 직업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진행 중이다. 하물며 이제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나 회사의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가장 의욕적으로 일할 나이인 대리, 과장이라면 직업의 의미를 파악지 못하고 현실에 주어진 일에 파묻혀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어느덧 40을 넘어 50에 가까워지면 퇴직이라는 큰 벽을 만나게 된다.

과거는 어떠했을지 몰라도 요즘에 들어 직장 생활을 열심히만 하면 노후는 걱정 없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물론 상위 1%의 직장인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선 보편적으로 살아가는 99%의 직장인을 기준으로 얘길 하고 있다. 축구를 열심히 해도 모두가 손흥민 선수처럼 될 수 없는 이치처럼 직장인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직장과 직업의 의미를 해석해 보았다. 과연 오늘을 살아가는 회사원은 직장인으로 살아갈 것인가. 직업인으로 살아갈 것인가?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당장은 수월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인으로 지내는 동안은 매달 일의 경중을 떠나서 일정하게 나오는 월급을 받고 풍족하지는 않지만,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바야흐로 100세 시대이다. 직장은 영원할 수가 없다. 퇴직 후의 삶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퇴직 후의 삶을 위해서 현실이 다소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퇴직 없는 직업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깔딱 고개를 반드시 넘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고 준비를 하는 것이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는 직장인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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