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0.20 15:56

몸의 건강만큼이나 중요한 마음 챙기기

강현숙 저자

‘돈이 많아도 돈이 없어도 건강이 없으면 모래위에 집~’이라는 노래가사도 있듯이, 나이 들어가면서 누구나 챙기는 것이 있다면 단연 건강이고 건강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건강을 생각할 때 한 가지 놓치는 것이 있다. 바로 ‘마음’의 건강이다.

인생후반전을 준비함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은 나와 너를 알아가는 마음공부인데,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인 심리학 이론은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 결과 인간관계를 친밀하고 풍성하게 맺어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이 책은 특별히 중∙노년기의 발달과제와 연결되는데, 모든 발달단계가 다 중요하지만 중년기는 인생이 무한정하지 않음을 인식함에 따라 지금까지 성취한 것들을 ‘재평가’해보고 이 재평가를 토대로 해서 더 늦기 전에 삶의 목표나 계획들뿐만 아니라 관계 속에서 생긴 문제들을 수정해 가는 시기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일(직업)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정반대되는 일을 새롭게 시작하기도 하고 또 관계 속에서도 배우자와 함께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평가를 통해 앞으로 서로의 관계를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다시 말해 관계를 회복하기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고 아니면 노력을 포기하고 함께 살기는 하지만 무관심하게 남남처럼 지내기로 결정하기도 한다. 혹은 ‘졸혼’이나 ‘이혼’을 결정하는 사람도 있다. 또 다른 경우에는 그 동안 열심히 달려왔지만 꿈을 이루지도 못했고 남은 것은 자신의 한계와 좌절, 그리고 절망감만 느껴져서 방황하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중년기를 ‘제 2의 사춘기’라 부르는 것이다.

이렇듯 중년기는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온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는 동시에 인생후반전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으로서 고민이 많은 시기이다. 하지만 겉으로는 그것들을 쉽게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렇게 속으로만 끙끙 앓다보니 어떤 사람들의 경우는 자신이 풀어가야 할 문제들을 다른 사람 탓이나 환경 탓을 하며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신중년∙신노년의 마음공부 표지

따라서 중∙노년기에 해당하는 이들에게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이해해서 ‘남들이 원하는 나’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내비게이션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예컨대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나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삶을 살아가는데 기본이 되는데, 왜냐하면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내 마음을 알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또 행복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며 또 그렇게 해주리라 믿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년기의 발달과제가 ‘재평가’라면 노년기의 발달과제는 ‘자아통합’으로서 자아통합이란 자신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마냥후회하고 속상해하면서 자신을 나무라기보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온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해주며, 또 자신이 경험한 일들이나 사건들이 과거에는 고통스러웠을지라도 이제는 그것들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현재를 기쁘고 감사하게 사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다가올 죽음까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노년세대가 이런 자아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노년기의 발달과업과 관련된 이론들 또한 이 책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또 제목에 그냥 중∙노년이 아니라 ‘신중년’, ‘신노년’이라고 한 것은 앞에서 잠시 설명을 했던 것처럼 수명연장으로 인해 중년기나 노년기가 길어졌을 뿐만 아니라 길어진 만큼이나 다양해지고 풍성해졌기 때문에, 지금의 중∙노년은 우리의 머릿속에 개념화되어 있는 과거의 ‘중∙노년’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중년, 노년’과 ‘신중년, 신노년’의 차이를 ‘남은 인생’과 ‘앞으로의 삶’의 차이에 비유하고 싶다. 즉 둘 다 같은 의미이지만 우리가 ‘남은 인생’그러면 왠지 이제 인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앞으로의 삶’그러면 왠지 희망에 찬 느낌이 든다.

이렇듯 중∙노년기는 은퇴와 더불어 아무런 희망도 없이 무기력하게 시간을 채워가듯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지나온 삶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인생을 새롭게 디자인하여 앞으로의 삶을 좀 더 풍성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계획하고 또 만들어가는 시기인 것이다. 그래서 어느 분은 은퇴라는 말의 영어단어(retire)를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타이어를 다시 바꿔 끼는 전환점(re-tire)으로 새롭게 해석을 한다.

마지막으로 수명이 길어지기도 했고 또 유엔에서도 80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는데, ‘한국 베이비부머의 삶과 미래’라는 책에서 제시된 것처럼 중∙노년을 이렇게 구분하면 어떨까 싶다.

-베이비붐 세대: 1955~1963년
-예비노인 세대: 1946~1954년
-노인세대: 1945년 이전


<강현숙 프로필>

인생전반부 대학 강사로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더불어 심리학 개론, 그리고 인간 관계론을 가르쳤으며, 인생후반부를 신중년∙신노년들을 위한 상담과 강의로 전환하였다. 노인복지관에서 전문 상담사 및 [알기 쉬운 심리학] 과목을 맡아 강의하였다. 현재는 KBS 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 이지연입니다]에서 ‘강현숙의 마음공부’라는 코너의 고정 게스트이며, ‘공무원연금지’ 편집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내 마음과의 거리는 10분입니다: 묵은 감정을 풀어내는 나만의 감정노트,2019』, 『50+를 위한 심리학 수업, 2017』, 『나 자신과 화해하기, 2013』, 옮긴 책으로는 『정신치료와 영적탐구, 200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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