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1.03 10:51

(2) ‘내 마음은 이렇습니다.’

흔히 감정을 선물이라고 합니다. 왜 감정이 선물일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삶은 ‘첩첩산중’이라는 말처럼 기쁘고 행복할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통스럽고 힘들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힘들어도 우리가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있기 때문이고, 실제로 감정을 표현하면 마음의 어려움이 조금은 해소가 되지요. 왜냐하면 우리가 힘든 것은 어떤 사건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 사건으로 인해 생긴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큰일을 당했을 때 이를테면 부모님이 돌아가셨거나 혹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누군가에게 나의 슬픔이나 억울함을 표현하다보면 그 감정이 줄어들고 또 사그라지는 것을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겁니다. 그래서 이혼했다는 사실보다 이혼으로 인해 생긴 감정으로 인해 또 그 감정을 나눌 사람이 없어서 힘들다는 말을 하는 것이지요.

이렇듯 감정은 햇빛이나 공기처럼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요. 그리고 감정을 표현하며 사는 것은 마치 몸을 움직인 결과로 때가 끼고 그래서 때를 밀어야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며,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곧 ‘내 마음은 이렇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모습을 보면 어떤가요? “여자가 시집을 가면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눈감고 3년을 살아야 시집살이가 편안해진다.”는 속담처럼 우리는 어려서부터 감정을 표현하며 살도록 격려를 받고 자라기보다는 감정을 마음속에 꼭꼭 눌러 두는 것이 더 점잖은 것으로 여겨지는 문화 속에서 성장을 해서 그런지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억누르는 경향이 있지요.

더욱이 감정을 이성보다 저급한 것으로 취급하며 감정을 머리(이성)로 통제하려고까지 합니다. 하지만 감정은 그저 ‘내 마음은 이렇습니다.’라고 내 마음상태를 나타내주는 것으로서, 인간은 서로 같은 영화를 보고도 다르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며 살아야합니다.

그런데 관계 속에서 내 마음상태를 말해주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A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이후로 자녀들 앞에서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남편에 대한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고요. 그런데 엄마의 이런 모습을 지켜본 딸은 “우리 엄마는 아빠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단정 지었지요. 게다가 엄마는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고 있을지 모른다고 추측하며 오랫동안 엄마를 미워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엄마대로 이유가 있었지요. 자녀들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겁니다. 물론 신앙인이기 때문에 남편은 천국에 갔고 그래서 죽음이 꼭 슬픈 건만은 아니라는 걸 자녀들에게 깨닫게 해주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고요.

상담을 하다보면 이런 종류의 사례들을 종종 접하게 되는데,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이처럼 서로 간에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왜 개와 고양이가 앙숙일까요? 그건 서로 간에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개는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치켜들고 살랑살랑 흔들어 대지만, 기분이 언짢으면 꼬리를 늘어뜨리지요. 반대로 고양이는 기분이 좋을 때는 꼬리를 내리고, 성질이 나면 꼬리를 세웁니다.

이렇게 마음상태를 나타내주는 감정표현이 서로 정반대다 보니 개와 고양이가 만나면 싸울 수밖에 없는데,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인간이 서로 감정표현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미루어 짐작해서 추측하고 그러다보면 오해가 생기게 되고 그 결과 관계는 계속해서 꼬여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OO하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라고 하지요. 표현하지 않은 사랑은 알 수가 없듯이, 오늘부터 ‘내 마음은 이렇습니다.’하고 내 감정을 표현해보면 어떨까요?

-'신중년 신노년의 마음공부' 저자 강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