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매사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지요. 그래서인지 우리는 자기 자신도 몸과 마음으로 나누고 몸을 정신보다 하찮은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음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몸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둘인 것 같지만 하나인데, ‘마음의술’의 저자 칼 사이먼튼은 특별히 표현하지 못한 마음의 병과 암의 발병률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을 합니다.
예를 들어 ‘癌’이라는 한자는 ‘입구’자 3개, 그 밑에 ‘뫼 산’자가 있고 옆에 ‘누울 역’자로 되어있습니다. 이것을 풀이하면 “‘입구’자 3개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은데, 밑에 ‘뫼 산’자는 앞에 산 같은 것이 가로막혀 있어서 말을 하지 못하니까 옆에 ‘누울 역’은 드러누워 버렸다“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하나씩 억눌러둔 감정들이 정말 종양을 일으키는 것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평생 분노와 같은 감정들을 억압하면 그것이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악화시켜서 세포에 문제가 생긴다는 가설이 지배적입니다.
이렇게 마음의 문제가 ‘암’과 같은 몸의 질병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마음의 문제가 몸의 통증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10여 년 전부터 길을 가다 보면 많이 볼 수 있는 간판들이 바로 ‘통증클리닉’이라는 것인데요, 통증 클리닉에서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통증의 원인이 신체 구조적인 것도 있지만 정신적인 긴장으로 인한 통증 또한 많다고 합니다. 이 말은 통증 이면에 있는 환자들의 숨겨진 감정을 다루어 주어야만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지요.
그러니까 감정을 참는 것과 통증이 서로 관련이 있다는 말인데, 그 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면 왜 우리가 여러 가지 이유로 표현하지 못한 억울한 감정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그 장본인을 만난다든지 아니면 그와 닮은 어떤 사람을 볼 때 억눌렀던 감정이 올라오잖아요.
이를테면 직장에서 시어머니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상사를 볼 때마다, 아들을 낳지 못했다고 구박하셨던 시어머니의 모습과 함께 당시의 억울한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지요. 그러면 괴로워서 그런 감정들이 떠오르는 것을 막으려고 분노를 참을 때 주먹을 꼭 쥐듯이 몸의 한 부분의 근육을 긴장시키게 되고, 계속해서 반복되면 급기야는 통증이 생기게 된다고 보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표현하지 않고 억눌러둔 감정은 때로 몸에 흔적을 남기기도 하지요.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봄만 되면 많이 우울해지는 50대 여성이 있습니다. 수년 전 어느 봄날 아들이 교통사고로 1년 정도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물론 지금은 아들이 건강을 되찾았지만, 이 여성은 벚꽃이 만개하는 4월만 되면 우울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답니다.
사회복지사들에 의하면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보육원으로 보내진 날이나 자신의 엄마가 돌아가신 날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요. 이를테면 그런 날 아이들의 기분이 아주 저하되거나 아프거나 한다는 것인데, 이런 것들이 바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은 때로 몸에 흔적을 남긴다”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우리는 나이 들어갈수록 건강에 관심을 두게 되는데,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마음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몸과 마음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음을 관리하는 한 가지 방법은 마음속에 감정들을 쌓아두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신중년 신노년의 마음공부' 저자 강현숙-